조카뻘까지…‘연하남 대세’ 갈수록 뜨겁다

입력 2014-05-23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연하남의 매력에 연상녀들의 마음이 흔들린다. 어리지만 능력을 갖추고, 외모까지 출중하다면 마다 할 이유가 없다. 안방극장 연하남 캐릭터로 인기를 모은 서강준·김수현·지창욱(아랫사진 왼쪽부터)과 케이블채널 tvN ‘마녀의 연애’ 박서준(윗사진 오른쪽). 사진|동아닷컴DB·스포츠동아DB·SBS·스포츠코리아

■ 영원한 흥행코드 ‘연상연하 로맨스’의 비밀

‘마녀의 연애’ 19세 연하남과 사랑 인기
‘참 좋은 시절’ ‘앙돌녀’ 등 연하남 풍년
요즘 여성들 새 사랑법…40대까지 열광
제작사도 “나이설정 바꾸면 더 로맨틱”


안방극장의 잘 생기고, 키 키고, 마음까지 착한 ‘연하남’들이 ‘누나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다. 한두 살도 아니고, 많게는 열네 살까지 ‘조카뻘’ 되는 연하남의 적극적인 공세에 여성 시청자는 거의 ‘혼절’상태다. KBS 2TV 드라마 ‘참 좋은 시절’을 비롯해서 ‘마녀의 연애’,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2’, 최근 종영한 ‘기황후’, ‘로맨스가 필요해3’ ‘별에서 온 그대’ ‘앙큼한 돌싱녀’까지, 그야말로 ‘연하남 풍년’이다. 연기자 김수현, 서강준, 박서준, 지창욱, 성준, 최웅 등이 ‘연하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시청자 확보”

드라마 속 ‘연하남’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시청자의 눈에 들어온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2002년 ‘로망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히 흥행 코드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킬러 아이템’이 되는 것은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tvN ‘마녀의 연애’ 연출자인 김지연 PD는 “능력을 갖춘 30∼40대 여성들은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삶의 주체가 되어 ‘내 말을 잘 들어주고 이해해주는’ 남자를 찾는다”며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남성에 끌린다”고 말했다. 20대 여성들도 또래의 남자들을 선호하면서 “이들 시청자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캐릭터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청자층이 폭넓게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연하남’은 드라마 제작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안방극장에선 30대 남자배우보다 20대 연기자들에 대한 캐스팅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드라마 제작사인 웰메이드 예당 정아름 대표는 “30대 남자배우와 20대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밖에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남녀의 나이 설정을 바꾸면 로맨틱 코미디의 묘미를 더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드라마는 현실의 반영”

드라마 속 ‘대세’가 된 ‘연하남’은 곧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3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초혼부부의 경우 남자가 연상인 부부는 감소한 반면, 여성이 연상인 커플은 2010년 14.9%, 2011년 15.3%, 2012년 15.6%, 2013년 16.2%로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연상연하’ 커플은 4만1300건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초혼 건수는 25만5500건으로, 6쌍 중 1쌍은 ‘연상연하’ 커플인 셈이다.

또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2세, 여성은 29.6세로 2003년보다 각각 2.1세, 2.3세 많아졌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는 이미 여성들의 초혼 연령이 평균 30세를 넘긴 상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성의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적인 여유를 갖추게 되면서 결혼 적령기도 늦어지고 있다”면서 “실제 연상연하 커플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변화한 남녀관계가 자연스럽게 문화 콘텐츠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연하남’의 조건?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는 ‘연하남의 매력 조건’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미혼여성 305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상큼하고 풋풋한 외모’(37%)가 1위에 꼽혔다. 2위는 ‘건방진 듯 시크한 매력’(29%)이, ‘때로는 연하 같지 않은 어른스러움’(23%)이 3위를 차지했다. ‘붙임성 좋고 애교 있는 성격’(6%)은 그 뒤를 이었다.

‘앙큼한 돌싱녀’를 제작한 판타지오 나병준 대표는 “연하남에 대한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나들에게 애교를 부리고 의존하는 성향이 강했던 ‘펫’(pet)의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연상녀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제력도 갖춘 연하남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