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스텔라’, 진짜 같은 웜홀·블랙홀에 빠져 버렸어요

입력 2014-11-1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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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려고 우주로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인터스텔라’가 450만 관객을 넘어섰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에 이어 다시 한 번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는 웜홀과 블랙홀, 상대성이론 등의 우주과학이론이 등장하지만 관객들의 지지는 뜨겁다.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영화 ‘인터스텔라’ 그것이 알고 싶다

물리학자 킵 손, 웜홀 기술자문까지 맡아
블랙홀 영상은 천문학계 도움으로 촬영
영화 속 가족이야기는 놀란감독 패밀리십
대의냐? 가족이냐? 관객에게 질문 던져

‘인터스텔라’는 보고나면 궁금한 게 더 많아지는 희한한 영화다. 그 덕분일까. 온라인에서는 영화의 주요 소재인 우주과학 이론과 그 해석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분석이 활발히 오간다. 뜨거운 반응은 기록으로 드러난다. 16일 누적관객 450만 명(영화진흥위원회)을 넘어섰고 예매율은 2주째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영 첫 주보다 둘째 주에 관객이 더 늘었다.

인기는 국내서 유독 뜨겁다. 북미를 제외하면 한국에서의 수익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다. 16일 영화흥행집계 사이트 ‘모조’에 따르면 ‘인터스텔라’가 상영중인 영국과 호주, 칠레 등 37개국 중 매출액은 한국(332억 원)이 1위다. 이 같은 흥행돌풍이 막 시작되던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연출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한국 관객의 과학적 소양이 높은 것 같다”고 했다.


● ‘웜홀’로 시간이동 가능할까


‘인터스텔라’에 부제를 붙인다면 ‘웜홀’이 적당하지 않을까. 극 중 웜홀은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관문으로 통한다. 이를 중심으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블랙홀, 중력에 관한 이론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웜홀은 우주에 존재하는 두 개의 시·공간을 이어주는 통로로 이해하면 쉽다. ‘인터스텔라’를 처음 구상한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1988년 발표한 ‘웜홀과 항성간 여행’이란 눈문에서 주창하기 시작했다. 킵 손은 웜홀을 영화로 옮기는데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고 제작과 기술자문까지 맡았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미지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상대성이론을 구현한 건 ‘인터스텔라’의 최대 미덕이다. 놀란 감독은 “이 순간까지 확실하게 증명된 과학이론과 사실만 담았다”고 했다. 특히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블랙홀 근처 중력의 모습은 천문학계의 도움을 받고 영상으로 구현했다. 제작진은 추후 이를 논문으로도 발표할 예정이다.

영화 ‘인터스텔라’ 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 ‘패밀리십’, 이야기 탄생의 배경

공상과학영화중에서도 과학적 이론이 탄탄한 ‘인터스텔라’는 가족의 힘으로 완성됐다. 제작자 에마 토머스는 놀란 감독의 아내이고, 시나리오 작가 조나단 놀란은 그의 동생이다. 이들 3인방은 이미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의 성공을 이끈 최상의 콤비이자, 완벽주의자들이다.

특히 놀란 부부는 네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도 2년을 주기로 신선한 영화를 내놓는다. 이들에게 일과 가정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은 듯 했다. 에마 토머스는 “영화를 제작하는 동안 긴장 넘치는 일상”이라며 “집에서도 영화 얘기만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이들이 택한 건 “자녀 동행 촬영”이다. “영화 촬영 기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에마 토머스는 “우리 부부가 하는 영화 외적인 대화는 아이들에 관한 얘기가 유일하다”고 했다.

놀란 감독의 자녀 사랑은 각별하다. 매 작품마다 보안을 지키는 그는 이번에도 ‘인터스텔라’란 제목을 감추려고 ‘플로라의 편지’란 가제를 썼다. 플로라는 그의 딸 이름이다.


● 주인공들이 영화 속 상황에 실제로 처한다면?


‘인터스텔라’의 결말은 여러 해석을 낳는다. 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 ‘대의를 위한 희생’이란 메시지가 희망적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해결이 아닌 질문으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해석도 있다.

이에 놀란 감독은 “뭐라고 결론 내리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는 영화의 엔딩이 희망적인 메시지라는데 동의하는 듯 보였다. 사랑과 이성 가운데 “사랑이 먼저”라는 그는 영화에서처럼 지구를 구하는 책임을 맡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우주로)가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감독은 이 영화로 “우주에서 인간의 위치가 어디인지, 우리는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고 했다. 적어도 국내 관객은 이에 동의하는 듯 보인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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