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90년대는 가요만 황금시대? 예능도 그랬다

입력 2015-01-05 17: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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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닷컴DB

MBC '무한도전-토토가'의 열풍이 뜨겁다. '무한도전'은 지난 2주 동안 1990년대에 활동했던 가수들을 다시 브라운관으로 불러모아 주말 황금 시간대를 장악했다.

여기에는 경제와 문화, 사회 모든 측면에서 풍요로웠던(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물론 현재 가장 중요한 소비층으로 성장한 20~40대의 향수를 자극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조명된 1990년대는 가요에만 황금시대였고 전성기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21세기 예능의 뿌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1990년대로부터 시작된다.

그 증거가 바로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이휘재 등 현재의 대어급 MC 군단이다. 이들은 모두 지금의 '개그 콘서트'와는 조금 다른 콩트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일색인 요즘에도 웃음을 주는 치밀한 상황극이 바로 여기에서 닦은 능력들이다.

그렇게 연기력부터 갈고 닦은 이 MC 군단은 MBC가 주도한 공익 예능을 통해 진행능력을 갈고 닦았다. SBS '진실게임', MBC '천생연분', '러브 하우스' 등 일반인들이 서서히 두각을 드러낸 시점에 단독 MC들을 맡게 된 이들은 예능이 웃음 뿐만 아니라 감동을 함께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리고 1990년대가 예능의 황금기였던 까닭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조합이 예전에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공포의 쿵쿵따' 게임으로 알려진 'MC대격돌 공포의 쿵쿵따'는 유재석, 강호동, 이휘재 등이 공동 MC를 맡았고 '일요일이 좋다-X맨'에서는 강호동, 유재석, 박명수가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물론 위의 예능이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방송을 탔지만, 1990년대의 노하우와 다양한 시도가 만들어낸 예능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진│SBS, KBS 제공



단순히 지금은 거물이 된 이들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었기 때문에 1990년대를 황금기로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가 지금보다 예능의 전성기인 이유는 바로 다양성에 있다.

1990년대에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포맷의 예능이 존재했다. 또한 소수의 진행자들이 프로그램을 독식하는 구조도 아니었다. 특히 여배우, 개그우먼 등 여성 예능인들이 '김혜수의 플러스유', '서세원쇼', '이홍렬쇼', '여걸식스' 등에서 활동하면서 남자 예능인들 일색인 지금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탄탄한 인기를 구가하던 코미디쇼를 바탕으로 예능인들은 자연스럽게 '토크박스'를 통해 입담을 알렸고 '천생연분'을 통해 끼를 발산하곤 했다.

이처럼 1990년대의 예능은 다양했고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있었다. 또한, 지금은 '무한도전', '런닝맨' 등 일부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는 번뜩이는 재치가 각 방송사에 남아있는 시기였다.

지금의 '토토가' 열풍으로 살아난 가요계처럼 예능도 1990년대의 기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사람들 속에서 잊혀진 가수들을 다시 세상으로 끌어낸 것처럼 예능계에도 '토토가' 못지 않은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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