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부키초 러브호텔’ 이은우, 노출의 벽을 넘어라

입력 2015-07-1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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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우. 동아닷컴DB

배우 이은우는 소처럼 연기해왔다. 영화 ‘펀치 스트라이크’(2006)로 데뷔한 이후 10년 동안 변함없이 충무로를 지켰다.

이은우는 드라마 ‘산 너머 남촌에는’을 비롯해 영화 ‘10억’ ‘육혈포 강도단’ ‘로맨틱 헤븐’ 등 단역부터 주연까지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했다. 드라마 ‘TV방자전’에서는 춘향을 맡아 색(色)다른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이은우는 2013년 김기덕 감독의 작품 ‘뫼비우스’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그는 이 인연으로 김기덕 감독의 차기작 ‘일대일’에도 특별출연했다. 물론 이은우에게 ‘뫼비우스’는 의미가 깊은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큰 고민을 안기기도 했다. 이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했기 때문에 다음 행보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발걸음은 영화 ‘가부키초 러브호텔’로 향했다. ‘가부키초 러브호텔’는 환락의 거리 가부키초에 위치한 러브호텔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 커플들의 은밀하고 아찔한 24시간을 그린 에로틱 청춘무비.

이은우는 극 중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3년째 유학중인 혜나를 연기했다. 혜나는 이은우는 남자친구 몰래 은밀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인물이다. 이은우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노출연기를 소화했다.

“저는 배우니까 노출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가끔 무너질 때가 있었어요. ‘뫼비우스’ 이후라 더욱 그러했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여배우의 마음을 이끈 것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었다.

“그 당시 저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저에게 들어온 시나리오 중 가장 최선인 작품을 선택한 거죠. 그리고 감독님과 카페에서 미팅을 했는데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에 OK하더라고요. 저 말고는 아무도 안 봤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이 작품을 찍게 됐어요.”

사진|스마일이엔티


촬영은 단 2주 만에 진행됐지만 이은우가 준비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먼저 캐릭터를 분석하고 나니 ‘일본어’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 대부분이 일본인인데다 3년 동안 유학한 혜나의 설정상 일본어 대사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저는 일본어를 정말 못 해요. 그래서 상대방 대사까지 다 외웠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다들 제가 외운 대로 안 하더라고요. 대사가 계속 바뀌기에 눈칫밥으로 알아듣고 했어요.(웃음). 사실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더 어려웠어요. 일본어를 한국어 대사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좀 더 매끄러워야했거든요. 그 부분을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더 풀었어야 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또 다른 난항은 욕조 신이었다. 이 장면은 남자친구에게 비밀을 들킨 혜나의 감정선이 가장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이다. 해당 신을 찍을 때 여러모로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

“재촬영을 두 번 했어요. 더 이상 눈물이 안 나오고 기운이 없어서 못 일어날 때가 됐죠. 그런데 감독님이 오케이 사인을 안 하더라고요. 저는 포기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감독님은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웠어요.”

그동안 주로 야무지고 적극적인 여성상을 그려낸 이은우. ‘TV방자전’의 춘향도 ‘산다’의 진영도 당당한 캐릭터였다. 이에 비해 상대역은 지질한 캐릭터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번 ‘가부키초 러브호텔’의 혜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이렇게 지질한 캐릭터만 상대역으로 캐스팅되는지 모르겠어요. 하하. 저도 니콜라스 홀트처럼 멋진 배우와 연기하고 싶어요. 그 분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설렌답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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