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젝스키스 세종문화회관 공연

입력 2015-12-21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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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스키스의 팬들(왼쪽 노란우비)와 H.O.T의 팬들은 격렬하게 충돌하며 아이돌 팬덤을 구축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한 장면. 사진제공|CJ E&M

■ 1997년 12월 21일

1990년대 이후 가요계는 아이돌의 세상이다. 여전히 숱한 아이돌 그룹이 치열한 경쟁 속에 저마다 생존전략으로 팬덤에게 손을 내민다.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아이돌 그룹의 존재의미는 없기 때문이다.

팬덤의 ‘맹활약’은 때로 어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충돌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가요계를 양분한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1997년 오늘, 젝스키스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을 펼쳤다. 아이돌 그룹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은 처음이었다. 당시 12월3일자 동아일보는 “1일 한 은행의 각 지점에서 판매된 티켓 7000장이 5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보도할 정도로, 이들의 팬덤은 막강했다.

그 즈음 H.O.T는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당시 고교생 멤버였던 강타가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잠시 활동을 멈춘 뒤였다. ‘위 아 더 퓨처’로 한창 활동을 벌이며 인기 정상을 달리던 H.O.T가 다시 무대에 나서면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설 만큼 탄탄한 팬층을 과시해온 젝스키스와 한판 승부도 피할 수 없었다. 이들의 팬덤이 빚어낸 충돌의 양상도 본격화했다.

H.O.T와 젝스키스의 팬덤간 갈등 조짐은 그해 여름부터 두드러졌다. H.O.T가 2집을 발표한 가운데 ‘학원별곡’으로 한창 주가를 날리던 젝스키스의 위상을 위협할 기세에 이르면서였다. H.O.T 팬들은 “젝스키스 팬들이 방송국에 몰려와 H.O.T에게 야유와 욕설을 퍼부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젝스키스 팬들 역시 만만치 않아서 H.O.T를 ‘개초티’라 부르며 맞섰다.

급기야 양측은 물리적으로 충돌하기에 이르렀다. 1999년 12월31일 새벽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두 팬클럽 회원들이 싸움을 벌였다. ‘KBS 가요대상’이 끝난 직후 양측 팬클럽 회원 10여명이 패싸움을 했고 그 가운데 일부는 병원에 실려가야 할 정도로 다쳤다. 일부는 폭력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이런 양상은 2012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재연되기도 했다.

흰색 풍선과 노란색 풍선으로 각각 H.O.T와 젝스키스를 상징하며 응원한 팬들의 성숙하지 못한 모습은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좋아하는 스타의 경쟁자는 곧 ‘적’으로 받아들이며 서로를 비난하는 비뚤어진 팬들의 행태는 ‘빠순이’ 혹은 ‘팬질’이라 불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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