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어셈블리’-‘풍선껌’- ‘드라마 스페셜’(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S·화앤담픽쳐스
2015년 ‘지못미’ 12편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매년 세밑이면 아쉬움부터 든다. 연말연시의 분위기가 자아내는 느낌일 수도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스포츠동아도 그렇다. 2015년을 화려하게 장식한 드라마와 인기가수들의 노래 그리고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에만 시선을 둔 탓에 미처 챙기지 못하고 무심결에 흘려보낸 아까운 ‘수작’(秀作)들에 대해 새삼,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 좀 더 세밀하게 알리지 못했던 작품과 재능 있는 이에 대한 뒤늦은 헌사다.‘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 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들’
낯익은 모습이 아니어서 많은 시청자가 당황한 탓일까. 채시라가 도회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3년 만에 복귀하면서 처음으로 이렇게나 큰 맘 먹고 망가졌다. 하지만 시청자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시골 할머니들도 이제는 꺼린다는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하고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해 살신성인 온몸을 던졌지만 시청자는 동시간대 방송한 SBS ‘냄새를 보는 소녀’의 박유천과 MBC ‘앵그리 맘’의 김희선만을 기억한다. 2년 넘게 암흑기를 걸어온 KBS 2TV 드라마를 10% 이상의 시청률로 1위로 올려놓기까지 했는데도 말이다.
● 촌철살인 대사 ‘어셈블리’
지난해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으로 정통사극의 부활을 이끌며 현실을 드러냈던 정현민 작가의 촌철살인 대사가 외면 당하고 말았다. MBC ‘그녀는 예뻤다’와 SBS ‘용팔이’에 치여 어깨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했다. 정재영·송윤아·장현성·김서형 등 연기력으로는 어디에도 밀리지 않는 실력파들이 총출동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화려한 얼굴들을 한 드라마에서 보기란 쉬운 일인가. 사실 정치는 배경일 뿐, 비열한 현실을 극복하려는 한 인간의 고군분투기다. 최고 시청률이 고작 6%라니, 연기자들의 이름에 먹칠하는 것 같아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다.
● 이미나 작가의 ‘풍선껌’
그 필력을 모르는 이 있을까. 라디오 프로그램 ‘이소라의 FM음악도시’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에서 남녀의 심리를 꿰뚫는 탁월한 솜씨로 마니아층을 일찍이 형성했다. 2013엔 책 ‘그 남자 그 여자’ 시리즈를 냈다. 그러나 첫 드라마는 여성 사용자들의 SNS에서만 맴돌고 말았다. TV를 보며 “맞아, 이건 내 얘기야!”라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정작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없다. 왜 월·화요일 밤 11시에 편성했는지, 방송사에 따지고 싶을 정도다. 대사의 완성도는 두 말 하면 잔소리, 화면 때깔도 최고다.
● 신예들의 ‘드라마스페셜’
언제부턴가 단막극은 연휴 또는 미니시리즈 결방 때 방송하는 대체자원의 느낌이 강했다. 그렇다보니 방송사도 열과 성을 다해 홍보를 하지 않고, 담당 기자조차 모르고(직업정신이 결여된 건 ‘결코’ 아니다) 지나치는 일이 간혹 있다. 톱스타가 출연하지 않아 시청자도 관심이 덜 가는 것일 수도. 그러나 단막극에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또는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신예들이 가득하다. ‘흙 속의 진주’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KBS는 매년 꾸준히 한 달에 네 번 단막극을 선보인다. 이젠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 아닌 더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시간대를 부탁한다.
[엔터테인먼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