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할리우드 애니, 흥행 키워드는 ‘한국인’

입력 2016-01-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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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쿵푸팬더3’와 ‘굿 다이노’는 한국계 감독이 이끌었다. ‘쿵푸팬더3’의 여인영 감독(위쪽)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드림웍스의 첫 여성감독이다. ‘굿 다이노’의 피터 손 감독과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굿 다이노’로 신선한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발휘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호호호비치

‘굿 다이노’ 한인 2세 피터 손 감독 연출
‘쿵푸팬더3’ 여인영 감독이 다시 맡아
드림윅스엔 한국인 직원 무려 30여명
“수학·과학 바탕 프로그래밍 능력 각광”

할리우드 인기 애니메이션의 흥행 키워드, 바로 ‘한국인’이다.

최근 눈에 띄는 흥행 성적을 거둔 애니메이션에 어김없이 한국인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빼놓기 어려운 핵심 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7일 개봉해 첫 주말 53만명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의 흥행은 사실 한국계 감독과 제작진의 실력과 재능이 빚어낸 성과다. 대사의 분량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등장인물들이 감정으로 교감하는 내용을 담아 뭉클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연출자는 한인 2세인 피터 손(손학규) 감독. ‘굿 다이노’의 제작사이자 애니메이션의 명가 픽사스튜디오가 처음으로 ‘총감독’으로 발탁한 동양인이다. 2000년 입사해 ‘니모를 찾아서’ 등에 참여했고 2009년 개봉한 3D애니메이션 ‘업’의 오프닝 단편 ‘구름 조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굿 다이노’ 연출까지 맡았다.

가족을 찾는 소년과 공룡이 겪는 모험을 그린 ‘굿 다이노’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애를 다뤘다. 피터 손 감독은 “가족에 관한 상실과 회복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내 한국적 감성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밝혔다. LA타임스는 그를 “픽사에서 명성이 자자한, 뛰어난 재주꾼”이라고 평했다.

28일 개봉하는 ‘쿵푸팬더3’의 여인영 감독 역시 재미동포다. 2008년 ‘쿵푸팬더’ 1편의 스토리 기획에 참여한 뒤 2011년 2편 그리고 3편의 연출을 이어 맡았다. 두 편은 국내에서만 970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다. 여 감독은 픽사와 ‘애니메이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드림웍스의 첫 여성감독이다.

드림웍스에는 특히 한국인 직원이 많다. 현재 약 30여명에 이른다. ‘슈렉’부터 ‘쿵푸팬더’ ‘크루즈 패밀리’까지 인기 애니메이션이 모두 한국인의 손을 거친 셈이다.

‘크루즈 패밀리’의 레이아웃을 총괄한 전용덕 프로듀서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에서 한국인이 각광받는 이유를 “수학과 과학의 기본기를 갖춘, 프로그래밍 능력”으로 꼽았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실사영화와 달리 모든 작업을 철저한 계산 아래 수작업으로 완성해야 하는 애니메이션 장르에 적합한 실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한국인들의 활약이 늘면서 아예 짐을 싸 할리우드로 향하는 이들도 있다. 이번 ‘굿 다이노’에 참여한 김재형 애니메이터의 도전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의대를 졸업한 그는 한 병원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던 중 뒤늦게 꿈을 찾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렇게 2006년 픽사에 입사했고, 지난해 490만 관객 흥행에 성공한 ‘인사이드 아웃’을 거쳐 ‘굿 다이노’를 통해 다시 실력을 증명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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