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응팔’ 스포일러 사태, 철통보안 강박증이 만든 모순

입력 2016-01-12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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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 스포일러 사태, 철통보안 강박증이 만든 모순

tvN '응답하라 1988'이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스포일러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응팔'을 둘러싼 스포일러는 지난주 초부터 불이 붙었다. 시간대가 1994년으로 옮겨가 쌍문동 5인방이 각자 어떤 대학에 붙고, 무슨 직업을 갖게 되는지부터 시작해 조연인 정봉-만옥 커플의 결별까지 한회 분의 이야기가 기사를 통해 보도됐다.


또한 12일에는 공군회관에서 촬영된 결혼식 장면이 공개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매 시리즈마다 결혼식 장면에서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누구인지 못을 박았던 제작진이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같은 연이은 보도에 '응팔' 시청자들은 대체적으로 언론을 비난하고 있다. 드라마에 애정을 가진 시청자로서 본방송을 통해 알고 싶은 이야기들을 활자로 미리 풀어내니 드라마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시청자 여론은 당연한 반응이다. 극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과연 '응팔' 제작진은 일련의 스포일러 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


'응팔' 제작진은 지난 시리즈에서도 남편찾기 요소로 적지 않은 재미를 봤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 출범 당시 '응팔' 제작진은 가족과 남편찾기를 부수적인 요소로 다루며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이미 쌍문동 이웃들의 이야기는 눈물을 짜내기 위한 땔감(?)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오히려 제작진은 '철통보안', '법적대응' 등의 강한 단어로 남편 찾기에 대한 궁금증만 더욱 커지게 했다.

'응팔' 제작진은 이처럼 자신들이 남편찾기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방패인 양 행동해 왔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응팔'을 맡은 홍보 담당자조차 제대로 협조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유난을 떨고 자신감을 드러내면 또 '철통보안'을 뚫은 '창'이 되려는 것이 사람의 간사한 심리다. 과연 18회가 지나도록 주요 러브라인을 지지부진하게 끌어놓고 "방송으로 확인해 달라"며 시청자의 인내심을 시험한 제작진은 이번 스포일러 사태의 책임이 단 1%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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