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빌리어코스티 “꼭 어쿠스틱이라기보다 웰메이드 앨범 만들려 했죠”

입력 2016-01-13 0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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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밴드씬의 주류는 어쿠스틱 음악(편의상 본문에서는 본래의 언플러그드의 의미가 아닌 어쿠스틱 기타 등을 베이스로 멜로디를 강조한 음악을 지칭하기로 한다)이 차지했다.

한 때는 정말 ‘여태 다들 어디서 뭘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음악가들이 통기타를 둘러매고 거리로, 공연장으로, 오디션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또 그만큼 많은 앨범이 나왔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장르적인 균형을 찾아가고 있으나, 깔끔한 아메리카노 같은 어쿠스틱 음악은 여전히 밴드씬의 대세 장르인 것은 분명하다.

장르적 편중 현상에 우려를 드러내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이런 시기를 거쳐 어쿠스틱 장르는 점점 더 다듬어지고 발전해왔다.

그리고 국내 어쿠스틱 음악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뮤지션이 바로 빌리어코스티(Bily Acoustie)가 아닐까 싶다.

사실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은 ‘어쿠스틱’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어색함이 있다. 심플함이 미학인 어쿠스틱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다양한 악기와 일렉트로닉 기타 등은 모던록이나 록발라드라고 정의하는 편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코스티(Acoustie)’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어쿠스틱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실제 앨범에는 어쿠스틱 음악들이 적절한 비율을 이루고 있다. 장르적인 고정관념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어쿠스틱 음악을 해간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빌리어코스티의 이런 음악적 특징은 그가 밴드 기타리스트로 출발했다는 점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

빌리어코스티는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창작활동에도 기타가 많이 소모되면서도 정작 ‘내 공연’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슬럼프가 있었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었고, 가장 빨리 이룰 수 있는 방법이 내가 직접 하는 것이었다”라고 원맨밴드로 나선 이유를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빼어난 음색으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빌리어코스티지만 스스로도 자신이 노래를 잘 부르는지 몰랐다는 것으로, 그는 “어렸을 때 반에서 잘 부르는 정도? 내가 노래를 하게 됐지만 이렇게 잘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빌리어코스티는 “세션을 하면서 느낀 게 남의 음악은 정말 남의 음악이다. ‘우리의 음악’이라곤 해도 그 안에서의 상황은 너무 다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땐 피드백이 와도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졌었다. 혼자 하면서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래도 보람은 크다. 지금 생각하면 혼자하길 잘했다”라고 현재의 상황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당시에는 힘들었겠지만 슬럼프의 경험은 현재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했다. 빌리어코스티는 “(그런 상황을 겪고) 지금 세션의 입장을 이해한다. 아쉬움이 없도록 신경 쓰고 있다.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다”라고 슬럼프 경험이 원맨맨드로서의 균형감각에 도움을 줬음을 밝혔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현재 두 장의 정규앨범과 1장의 EP앨범을 발표한 빌리어코스티지만 원맨밴드를 하게 된 이유인 ‘진짜 하고 싶은 음악’은 아직 제대로 들려주지 않았다.

밴드 출신답게 빌리어코스티 역시 좀 더 밴드스러운 음악에 대한 욕심을 지니고 있었다.

빌리어코스티는 “일단 인디음악을 하는 거 자체가 마니아층과 호흡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인디음악은 대중적이지 않는 코드를 지니고 있다. 나도 히피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할까? 그런 게 있다”라며 “나도 음악적 욕심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인지도를 쌓으면 다른 작업도 해보고 싶다”라고 밝혔다.

물론 이는 아직 희망사항이고, 음악가 홍준섭으로서의 바람이지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을 그만둔다거나 만족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빌리어코스티로서의 작업은 스스로 기대가 크지 않은 작업이었다”라고 다소 충격적인 고백을 한 빌리어코스티는 “이미 ‘빌리어코스티로 어디까지 도달하겠다’하는 목표를 초월했고, 꿈을 달성했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 꿈이 커지면 기대도 커지기 마련이다”라고 현재 자신의 음악에 대한 반응에 흡족함을 드러냈다.

더불어 “꼭 장르적으로 어쿠스틱 앨범이라기보다 웰메이드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 소모적인 음악이 아닌,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도 계속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빌리어코스티의 정규 2집 ‘보통의 겨울’도 당연히 이런 가치관에 기인한 앨범이다.(여담으로 EP앨범 ‘미세매력주의보’는 밴드로서의 성향을 더 강조한 앨범이다) ‘보통의 겨울’에는 정규 1집 ‘소란했던 시절에’에서 보여준 빌리어코스티의 음악적 특징에 ‘겨울’이라는 계절감이 더해졌다.

빌리어코스티는 “음악가로서의 겨울앨범은 특별하다. 어렸을 때 겨울 노래를 많이 듣고 위로를 받았다. 정규앨범으로 따뜻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라고 앨범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어 “겨울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기억을 모아 봤더니 발라드가 많이 들어갔다. 앨범의 70%정도는 실제 경험인 거 같다. 또 어렸을 때 토이나 윤상, 전람회, 이적, 롤러코스터 등과 같은 음악을 많이 들었고 공감을 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곡이 목표였고, 자연스럽게 그런 취향들이 묻어나왔다”라고 덧붙였다.

빌리어코스티의 곡의 또 하나의 특징은 ‘밝다’는 것이다. 자칫 우울할 수도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라도 어딘지 모르게 밝고 화사한 느낌을 안고 있다.

빌리어코스티는 “우울할 수 있는데도 밝음이 느껴진다고 하더라. 광대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성격이 밝기 위해 노력을 한다. 또 시작은 가요를 들으면서 감성이 만들어졌고 그 위에 음악적 경험이 쌓인 게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특유의 감성을 원인을 살폈다.

다시 말하지만 빌리어코스티는 이런 취향과 감성의 결과물에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그는 “이번 ‘보통의 겨울’은 완전만족을 하면서 작업을 했다. 시간이 부족하긴 했는데 다행히 그전에 발표한 곡도 실을 수 있었고, 겨울을 생각하면서 작업을 많이 안 해봐서 다른 이야기들을 꺼내놓을 수 있어 재미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또 빌리어코스티는 이번 앨범을 통해 공연을 비롯해 활동의 스펙트럼을 넓힐 계획이다. 1월 22일 재주소년과의 합동공연을 시작으로, 2월 발렌타인데이 콘서트와 민트페스타, 3월 단독공연 등을 계획 중이며, 라디오와 방송에도 적극적으로 출연할 생각이다.

빌리어코스티는 “당분간은 창작활동보다는 공연활동에 집중하려고 한다. 올해 목표중 하나가 (내가 활발히 활동해서)회사 직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좋은 뮤지션과 직원이 들어와 다들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라고 너스레는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끝으로 빌리어코스티는 “어떤 앨범을 들었을 때, 과거에 그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를 회상하지 않나. 그런 것처럼 이번 겨울과 지금 순간을 내 앨범(보통의 겨울)을 통해서 나중에 시간이 지나도 추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또 하나의 신년소원을 덧붙였다.

사진|디에이치플레이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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