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TV에서 정통사극이 사라지는 이유는?

입력 2016-09-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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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 정통사극이 사라졌다.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위쪽사진) 등 현재 방송 중인 사극은 대부분 퓨전 사극이다. KBS 1TV ‘임진왜란 1592’(아래쪽사진)는 다큐멘터리가 결합된 팩츄얼드라마다. 사진출처|KBS 방송화면 캡처

웹 소설 기반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인기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도 호평
여성 시청자에겐 로맨스 판타지 사극
기존 사극팬에겐 극사실주의로 접근

정통사극이 자취를 감췄다.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중인 사극은 KBS 1TV ‘임진왜란 1592’와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등 총 네 편이다. 이들 중 ‘임진왜란 1592’를 제외하면 모두 역사적 사실보다는 허구의 내용이 주를 이루는 퓨전사극이다. 극사실주의를 표방해 화제를 모은 ‘임진왜란 1592’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결합한 한국사극 최초의 ‘팩츄얼 드라마’로 정통 사극이라 보기 어렵다. 2014년 KBS 1TV ‘정도전’이 인기를 끌며 정통사극이 부활한다는 예측도 존재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통사극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방송 콘텐츠의 다양화, 젊은 세대를 겨냥한 사극이 많이 제작되고 있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KBS 드라마국 이건준 CP는 “전체적으로 콘텐츠가 다양한 측면에서 수요가 있어 여러 형태의 퓨전사극이 나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특히 로맨스를 다루는 퓨전사극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평론가는 “웹소설이나 웹툰에 기반한 사극이 많은 상황이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서 사극이 제작되고 있는데 특히 여성들을 시청자로 이끌어야하니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3일 첫 선을 보인 ‘임진왜란 1592’는 5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실감나는 드라마 연출로 정통사극이 아님에도 호평을 듣고 있다. 다른 세 드라마가 가상의 인물을 다루는 것과는 달리 사실주의를 표방했다.

이건준 CP는 “다큐멘터리인데 드라마 요소가 가미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이다. 여러 가지 시도 중 하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며 영화적 기법을 투영해서 실감나게 제작했는데 전통적인 남성 시청자를 겨냥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사극의 형태가 자주 변화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3년 MBC 드라마 ‘다모’ 이후 무협퓨전사극이 많았다. 그러나 2012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을 기점으로 점차 로맨스 판타지 사극이 증가했다. 김 평론가는 “지난해 KBS 1TV ‘징비록’은 정통사극을 표방했는데 전투장면이 없어서 누리꾼의 원성을 얻기도 했다”며 “시청자 중 누구에게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형식이 달라지는 것 같다. 시청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후 기자 thiscas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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