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박보검은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멋있어졌다’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말은 흔해 보이지만, 이 말을 ‘굳이’ 꺼내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
2014년 KBS2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로 박보검을 만났을 때 그는 신인답게 감출 줄 모르고 모든 걸 다 이야기하며 솔직하게 대화를 이끌어 갔다. 1년 여 만에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로 다시 마주했을 때는 그는 여전히 감사한 일이 많았고 자신이 나아가야할 방향까지 뚜렷하게 그릴 줄 아는 청년으로도 성장해 있었다.
7개월 후 KBS2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다시 만난 박보검. 이번에 그는 의외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제가 어떻게 팬들을 대해야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이전과는 다른 인기와 관심에 자신의 진심이 왜곡될까봐 우려하고 있던 것.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큰 사랑을 받았잖아요. ‘왕관의 무게’라고 해주셨는데 왕관이 무겁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촬영할 때보다는 경복궁에서 팬 사인회를 하고 포상휴가로 필리핀 세부에 갔을 때 관심을 체감했어요. 특히 경복궁 때 저는 그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지 몰랐어요. 200명만 (사인을) 해드리나보다 했는데 고궁을 가득 채울 정도로 오실 줄은요. 팬들 덕분에 제가 활동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오해를 살 수도 있게 돼 버린 거 같아서 고민이에요. 그날도(팬 사인회) 인사를 하면 많은 분들이 더 보려고 다가오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어요. 아... 내 손동작, 말 하나에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스태프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겠구나.”
그는 “양날의 검이더라”며 유명세를 언급, 행동을 조심하려고 더 주의한다.
“저 스스로도 안타까워요. 이상하더라고요. 팬 사랑이 제가 활동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데 또 감사의 마음을 막 표현할 수 없는 게 현실이 돼버린 거잖아요. 행동을 조심하게 됐어요. 사생활적으로도 조금 안타깝긴 해요. 배우이기 전에 저도 사람이고... 원치 않지만 사생활을 많이 궁금해 하시잖아요.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제 마음 한 구석에 있는 소망은 모두가 다 사생활이 있고 감추고 싶은 게 있으니 굳이 파헤치지 말아주셨으면 할 뿐입니다.”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거듭 말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상당히 긍정적인 고민이라고 생각했다. 팬들에게도 솔직하게 마음을 꺼내주는 그가 성숙한 스타로 성장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 목표가 유명해져서 돈과 명예를 얻고 누리는 게 아니거든요. 언제나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배우가 돼서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연기를 하는 동안 아니 죽을 때까지 쭉 가지고 가고 싶은 마음이고요. 음... 큰 사랑을 받았다고 이제 목표가 없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요즘은 팬 사랑에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에 있는 거 같아요.”
(추신/P.S.) 올 초, 수강신청 정정 기간에 미처 등록하지 못한 교양과목이 있다고 했었다. 박보검은 원하는 교양 과목 신청을 마쳤고, 연말까지 학업과 일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이제는 더 이상 애용하던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지는 못하게 됐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