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패신저스=SF 블록버스터? 겉과 속이 다르잖아

입력 2017-01-06 16: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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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스’ 말이야. SF 영화 맞아? 개봉일에 보러 갔더니 ‘멜로 영화’던데….” 아침 출근 직후 회사 탕비실에서 만난 타부서 부장이 건넨 질문이었다. SF물을 기대했다는 부장에게 “우주판 ‘타이타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라고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국 관객들은 범죄/스릴러 장르만큼이나 SF[Science Fiction] 영화를 좋아한다. SF영화는 단순히 영화적인 재미를 넘어서 과학적인 배움의 장과 동시에 ‘간접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마션’(488만명) ‘그래비티’(322만명) 등이 사랑받았으며 1030만명이 관람한 ‘인터스텔라’는 1000만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할리우드에서 잘 나가는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만난 ‘패신저스’의 장르는 SF 휴먼 블록버스터다. 120년 간 동면 상태의 탑승객들이 탄 최고의 우주선 아발론호에서 두 남녀 오로라(제니퍼 로렌스)와 짐(크리스 프랫)이 90년 일찍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비밀과 위기를 그린 이 작품은 메인 장르를 ‘SF’로 내세웠다.

그러나 ‘패신저스’를 보고 나온 다수의 관객은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와 별개로 장르에 대한 물음표를 하나씩 띄우고 나온다. 앞서 언급한 에피소드 속 부장과 비슷한 반응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패신저스’ 실 관람객의 평가 중 누리꾼들의 동의를 가장 많이 받은 관람평은 ‘점점 스펙터클한 걸 기대했는데 아쉽다’였다. 이밖에도 ‘재난영화지만 중간에 삽입된 로맨스로 인해 불편했다. 그럼에도 영화는 풍성하고 화려하다’ ‘초반은 괜찮았는데 오로라가 깨어나는 순간부터 끝까지 실망스러웠던 영화’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기대해서 그런지 별로였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패신저스’는 SF 영화보다는 ‘멜로를 버무린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오로라와 짐의 갈등이 최고조로 이르는 순간에는 스릴러적인 요소도 곁들어져 있다. 극한의 상황에서 겪는 갈등과 불가피한 선택 가운데 인류애와 이기심 그리고 사랑의 감정이 뒤섞인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패신저스’의 재미는 짐 혹은 오로라의 감정선을 따라가면서 볼 때 나온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도 한 손에 꼽을 정도인데 116분의 러닝타임을 이끄는 크리스 프랫과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에 감탄이 나온다. 이들의 로맨스에 우주는 거들 뿐이다. ‘패신저스’ 속 우주는 짐과 오로라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효과적인 장치로 작용했다. 무인도 혹은 전쟁터 이상으로 극적인 곳이니까.

‘인디아나 존스’ ‘인셉션’의 디자이너가 수개월에 걸쳐 만든 아발론 호와 더불어 짐와 오로라가 우주선 밖으로 나가 광활한 우주를 체험하는 장면은 분명 특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래비티’의 그것을 짧게나마 느끼게 해준다. 실 관람객들은 ‘스크린이 큰 관에서 보기를 추천한다. 몰입감이 대박이다’ ‘메시지도 있고 비주얼도 좋고 꿀잼이다. 우주선의 비주얼은 진짜 훌륭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SF 영화를 기대한 관객을 갈증을 모두 해소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패신저스’는 실제 관람객만 평점을 남길 수 있는 CGV 골든 에그 지수에서 88점을 받았다. 배우의 연기와 영상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스토리와 연출, OST에서는 혹평을 받았다. 관객들은 ‘SF를 가장한 로맨스 영화. SF영화로 보면 평이하지만 로맨스 영화로 보면 철학적이다’ ‘SF 재난영화가 아니라 SF 로맨스 영화였다. 광활한 우주와 우주선에 눈 호강하고 배우들의 명연기에 또 한 번 호강했다. 장르의 혼란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만족하고도 남을 영화’라고 평가했다.

제니퍼 로렌스는 지난달 내한 기자회견 당시 ‘패신저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스토리가 독특하다. 우주를 주제로 스릴러가 펼쳐진다는 점과 남녀 간의 섬세한 로맨스에 많이 끌렸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패신저스’는 온 우주의 에너지를 아발론호에 끌어온 색다른 로맨스 영화라고 재정의해야할 것 같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U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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