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DA:다] ‘더 킹’ 속 비리검사들을 본 현직 검사들의 반응

입력 2017-01-25 15:5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한민국의 시국과 비슷한 상황을 보여주며 이를 신랄하게 풍자한 ‘더 킹’이 관객들에게 ‘사이다’와 같은 시원함을 안겨주고 있다. 어렸을 적 양아치 아버지가 검찰 앞에서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난 뒤 ‘권력자’를 꿈 꾼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 하는 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며 끝없는 권력욕을 보이다 파멸까지 드러내는 모습과 또한 반전 결말까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더해주고 있는 것.

영화적 재미와 그 안에 담긴 풍자를 보며 관객들은 가슴 속 묵혀뒀던 답답함을 풀고 있다. 그런데 이걸 보는 현직 검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른바 ‘도가니’ 검사로 알려진 임은정 검사는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같이 웃으면서도 씁쓸하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임 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권력의 중심에 서서 권력을 남용하고 정권의 향배를 관여하는, 썩은 내 진동하는 정치 검사들을 그린 영화는 언제나 그렇듯 감정이입을 하여 몰입하는데 다소 애로를 겪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에서 언급되듯이 대부분의 검사들은 기록더미에 깔려 허덕이느라 정치를 할 틈도, 기회도, 생각도 없는 게 현실인데 대개 영화에서 묘사되는 검찰은 무법천지의 조직폭력배라 억울한 마음도 불쑥불쑥 샘솟으니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가더라도 발에 걸려 넘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패한 정치검사들의 (혹 있다면) 이너 써클에는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없어 알 순 없지만 저 지경은 아닐 텐데…. 그리 갸웃거리다가도 검찰 출신인 김기춘, 우병우 등을 떠올리고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비난받던 숱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뭐라 할 말이 없어 관객들과 같이 웃으면서도 씁쓸하다”라고 덧붙이며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검사는 ‘더 킹’의 안희연 검사 캐릭터를 보며 “영화 속의 검찰이 자정능력을 회복했다는 희망적 미래를 슬쩍 보여준 것이 선해하며 기쁘게 영화관을 나설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안희연 검사(김소진 분)는 권력의 정점인 검사장 후보이자 자신의 위치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부정부패의 중심에 서 있는 한강식을 잡기 위해 나서는 인물. 비리를 보면 자신의 상사도 감옥에 넣어버리는 정의롭고 신념에 가득 찬 캐릭터다. 짧은 분량이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알린 배우 김소진 역시 영화계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안희정 검사 캐릭터는 극 마지막에는 최초의 여자 감찰부장이 되며 올바로 서가는 검찰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임 검사는 “말투도 좀 비슷해서 내가 생각났다는 지인의 추천에 영화를 봤다”라며 “극 말미에 최초의 여자 감찰부장이 됐다는 이야기로 끝나 급 위로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징계에 있어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니, 대법원 판결로 징계 취소가 확정되어 결격사유가 없어지면 감찰을 지망해보려고 한다. 3년 전쯤 검찰 내부게시판에 감찰 잘 좀하라고 촉구하는 의미에서 ‘저에게 혹 검찰을 바꿀 기회와 권한이 부여된다면 하고픈 많은 계획 중 하나가 징계인데, 지금과 같이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하여 평균을 맞추는 징계가 아니라,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하여 균형을 맞추는 징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로나마 대리만족하여 흐뭇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찰이 제 기능을 제대로만 한다면 검찰이 그리 썩어 들어갈 수는 없을 테니 영화 속의 검찰이 그 후 자정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희망적 미래를 슬쩍 보여준 것이라고 선해하여 기쁘게 영화관을 나선다”라며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블랙리스트 정우성 짱, 안희연 검사님 짱”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8일에 개봉한 ‘더 킹’은 개봉한 이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24일까지 217만 3228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