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엘리야,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이엘리야는 기자 노트북에 붙어 있는 ‘YOUTH'라는 스티커를 보자마자 “전시회 다녀오셨어요?”라고 물었다. 최근 종영된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 촬영을 위해 ‘YOUTH' 전시회를 일부러 다녀왔기 때문에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청춘이라는 주제가 같았어요. ‘쌈, 마이웨이’에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짐작으로만 갔었죠. 청춘이 갈망하는 것들이 전시회에 표현돼 있었고 정말 좋은 영향을 받았어요.”
‘YOUTH' 전시회 뿐만 아니라 이엘리야는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예술 행위에 깊은 관심을 가져 왔다. 해외여행을 가서도 전시회 하나를 4시간이나 볼 정도다. 인터뷰가 끝나고서도 배철현 교수의 강연을 보러갔다.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자 교수님이라 선착순 응모에까지 참여했을 정도다. 사실 이엘리야는 연기자를 꿈꾸기 전, 아티스트를 지망했다.
“저는 연기를 예술 범위 중 하나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단지 예술을 좋아하고 예술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을 뿐이죠. 예전 일기장을 보면 저는 꿈을 구체적으로 적기 보다는 ‘희망찬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마음이 단단한 사람이 될래요’라고 적었더라고요. 만일 그때 제가 사회적인 성공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유명해졌을까요? (웃음)”
이엘리야의 성장 과정을 들으면 “아티스트가 꿈이었다”는 이 예술적(?)인 대답을 이해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전학을 많이 다녀야했던 그는 친구보다는 음악, 그림과 더 친해졌다.
“전학을 자주 다니다보니 친구가 많지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됐고 음악, 그림을 통해 ‘나한테 예술이 뭘까’를 생각했죠. 어렸을 때도, 지금도 저는 생각이 많고 사색을 좋아해요. 책도 소설 장르보다는 저에게 질문을 주는 책을 더 좋아하고요. 미학, 철학, 인문학... TV 프로그램도 ‘명견만리’ ‘그것이 알고 싶다’ ‘사람이 좋다’ ‘인간극장’을 좋아해요.”
배우 이엘리야,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하지만 우리는 이엘리야라는 사람의 깊이를 알기 전, 매체가 보여준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그를 판단해버렸다. tvN ‘빠스켓볼’(2013)과 KBS2 ‘참 좋은 시절’(2014)을 통해 착하고 차분한 역할로 데뷔했지만 2개 작품으로 이엘리야는 차가운 도시여자로 각인됐다. SBS ‘돌아온 황금복’(2015)과 KBS2 드라마 ‘쌈, 마이웨이’(2017).
“길게 봤을 때 악인으로 이미지가 굳어지는 느낌은 아직 없어요. 딱 2번 했었거든요. 오히려 주변에서 악역으로 굳혀지는 것 아니냐는 말을 더 많이 해주시죠. 제가 1990년생인데 또래에 비해 무게감이 있어 보여요. ‘쌈, 마이웨이’ 백혜란의 경우는 아나운서 역할이라 더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올을 입었더니 정말 성숙하게 보시더라고요.”
‘쌈, 마이웨이’ 박혜란은 인정에 휘둘리지 않고 언제나 더 가진 쪽을 택해 온 여우다. 고동만(박서준)의 전 여자 친구이자 최애라(김지원)의 라이벌이기도 한 능력과 미모를 완벽하게 갖춘 아나운서다.
이엘리야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안타깝다. 오해”라며 “박혜란이 고동만을 다시 찾아왔을 때, 고동만은 솔로였다. 혜란이가 인간적인 면이 부족하고 부드러운 성격이 아니어서 얄밉게 느껴질 수는 있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통통 튀는 역할을 갈망했다. 이엘리야는 “너무 하고 싶은데 시청자들이 나를 받아들여주실까 의문이다. 부담스러워하면 어쩌지”라며 나름의 고충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는 밝은 성격인데 제가 제 성격대로 하면 ‘반전’이라고 말씀하세요. 워낙 겉모습이 통통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런가봐요. ‘의외로 밝네요’ ‘의외로 잘 웃으시네요’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저는 제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거든요.”
배우 이엘리야,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엘리야의 반전 매력은 통통 튀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걸스힙합, 팝핀댄스, 로킹, 한국무용, 발레부터 성악, 실용음악 거기에 태권도 등 배우지 않은 분야를 말하는 것이 더 간단할 정도로 다재다능했다. 모임에서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예술에 관심이 많은 어머니의 영향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왔다. 이엘리야도 엄마처럼 시를 쓴다. 랩 가사처럼 라임을 맞추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는 “더콰이엇의 1집을 너무 좋아한다. ‘내가 최고야’ 식의 스웨그가 아니 자아성찰, 사회현실을 반영한 힙합”이라고 자신의 취향을 차례로 소개했다.
“제가 쓴 글을 아직 아무에게도 보여주진 않았어요. 제대로 완성되면 SNS에 올릴게요. 랩은 못하는 걸로~ (웃음) 아! 그리고 도도해 보이는 제 이미지 때문인지 제가 디지털에 굉장히 익숙할 거 같다는 말도 들어봤는데요. 저는 휴대전화로 뭘 안해요. 좋아하는 작가를 검색하는 정도죠. 최근에 알았는데 핸드폰 어플을 모아놓는 폴더를 만들 수 있다면서요? 신기했어요. 또 최애, 궁예라는 말도 ‘쌈, 마이웨이’ 찍으면서 알았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궁예’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요즘 ‘궁예궁예’거리고 다녀요. 궁예 관심법에서 만들어진 말이잖아요. 너무 재미있어요. (웃음)”
이처럼 이엘리야는 매체 연기만 하기에는 재능이 상당했다. 그 역시 “더 넓게 보여드리고 싶다”며 자신의 매력과 재능을 갈고닦으리라 다짐했다.
“반전 매력이라 봐주시는 것들을 굳이 일일이 소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억지로 꾸미지 않고요. 연기를 전공했지만 진짜 현장에 나와 보니 제가 공부했던 것들이 부끄러워졌어요. 제 원래 꿈이 아티스트였잖아요. 예술을 한다는 본질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