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택시운전사’ 스토리

입력 2017-09-07 18: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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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더램프

역시 현실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제작 더램프)의 실제 주인공이 37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1980년 5월 서울에서 독일인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간 택시운전사의 존재가 우여곡절 끝에 확인됐다. 1984년 작고한 고 김사복 씨다.

‘택시운전사’가 흥행을 잇던 지난달 중순, 한 50대 후반 남성은 SNS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영화 주인공인 김만섭(송강호)이라고 밝혔다. 아들과 영화를 보고 자신의 아버지가 겪은 사연임을 확신했다는 그는 김사복 씨의 아들 승필 씨. 이후 언론 등 검증이 활발히 이뤄졌고 실제 주인공으로 최종 확인됐다.

제작진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사연을 모티프로 ‘택시운전사’를 기획할 때부터 김사복 씨의 존재를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끝내 찾는 데 실패했다. 영화는 철저히 위르겐 힌츠페터가 생전 꺼낸 기억을 토대로 했다. 제작진은 그가 기억하는 김사복이라는 택시운전사의 이름 역시 가명일 것으로 판단, 영화에서는 김만섭이라는 이름을 썼다.

7일까지 1190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는 개봉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관객의 발길이 꾸준하다. 그런 과정에서 실제 주인공까지 밝혀진 것은 물론 그가 당시 겪은 실제 사연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더욱 드라마틱한 사연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송강호가 그린 김만섭이라는 인물보다 실제 김사복 씨는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다. 영화의 상상력이 현실을 미처 담지 못한 셈이다.

김사복 씨는 영화에서처럼 영업용 초록색 브리사 택시를 운전하지 않았다. 1970~1980년대 서울 주요 호텔이 고용한 기사로 일하며 일반 승용차로 외신기자들을 주 고객으로 상대했다. 영화에서처럼 ‘10만원’에 혹해 우연히 광주로 향한 인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당시 혼란스러운 국내 정세 취재차 서울을 찾는 외신 기자들의 이동을 돕는 과정에서 5·18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는 게 유족의 설명이다.

추가로 공개된 김사복 씨의 생전 사진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위르겐 힌츠페터와 찍은 사진은 물론 민중운동가 함석헌 선생과 촬영한 사진 등이 잇따라 공개돼 김사복 씨의 행적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제작진이 ‘택시운전사’를 기획하면서 김사복 씨를 끝내 찾을 수 없던 데는 그가 1984년 12월 간암으로 세상을 떴기 때문이다. 유족에 따르면 눈을 감기 전까지 직접 목격한 광주의 진실이 규명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워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사복 씨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택시운전사’의 무대인 광주시에서도 그를 재조명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는 5·18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김사복 씨를 광주 명예시민으로 추대하고, 고인의 유해를 5·18 묘역에 안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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