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 20년 김래원의 꿈 “영화 속 좋은 도구였으면…”

입력 2017-09-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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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은 흥행 성공 뒤 잇단 실패와 슬럼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언제든 “좋은 도구로 쓰이고 싶다”는 생각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제공|쇼박스

7개월만에 다시 스크린 복귀…‘희생부활자’ 김 래 원


살해 당한 엄마가 살아돌아오는 미스터리
김해숙과 세번째 호흡 “엄마하면 이분뿐”
새 도전…“30대 되고나서 넓게 보려고 노력”


배우 김래원(36)은 연기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다. 일찍 데뷔한 탓에 나이에 비해 경력이 상당하다. 고등학생 때인 1997년 MBC 드라마 ‘나’의 주연을 맡아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김래원은 20대엔 숱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주연으로 뜨거운 인기를 경험했다. 30대에 접어들어 슬럼프도 겪었다. 주변에선 ‘김래원은 한계가 있다’는 말도 들렸다. 오기가 발동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좋은 도구로 쓰이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크린에서 연이은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김래원이 10월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 ‘희생부활자’(감독 곽경택·제작 영화사신세계)로 다시 관객을 찾는다. 비슷한 경력의 배우들과 비교해 영화 출연 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그가, 웬일인지 올해는 벌써 두 번째 주연영화를 내놓는다. 3월 개봉한 ‘프리즌’에 이어 불과 7개월 만의 복귀다.

김래원은 ‘프리즌’으로 약 300만 관객 동원을 끌어내면서 카리스마 강한 모습으로도 관객에 새롭게 각인됐다. 그 직전 출연한 SBS 드라마 ‘닥터스’로도 호평을 받았다. 잇단 성공은 차기작 공개를 앞둔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그는 “부담은 없고, 기대만 크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 새로운 소재…또 다른 도전

김래원은 ‘희생부활자’를 통해 그동안 한국영화에 없던 새로운 소재를 꺼내 든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복수를 위해 살아 돌아온다는 설정의 세계관. 현실적으로는 도무지 믿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김래원과 제작진은 이 가상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관객이 믿게 하도록 철저한 설계와 준비를 마쳤다.

김래원은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설정에 매료됐다. “워낙 흥미롭고 신선한 설정이고 이야기라 끌릴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기존에 내가 해왔던 작품들과 비교해 더 공을 들이면서 연기했다”고 돌이켰다.

영화는 오토바이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엄마가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벌어지는 이야기. 엄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려는 검사 아들을 김래원이 연기했다. 죽은 사람이 부활해 돌아오는 믿기 어려운 설정을 이끌면서 그 사건에 얽힌 비밀까지 밝혀야 하는 책임이 그의 몫이다.

동시에 이번 영화는 김래원이 ‘강남 1970’으로 시작해 ‘프리즌’으로 이어간 변화의 과정에 있는 작품이다. 늘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일부 평가를 보란 듯이 불식시키기 위해 그는 2014년 ‘강남 1970’을 통해 거친 남자들의 이야기로 나서 호평받았다. 그로부터 시작된 욕심은 이번 ‘희생부활자’로 이어진다.

‘프리즌’ 개봉 당시 김래원은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배우로서 가진 고민을 털어놨다. “20대 때는 꽃미남처럼 예쁘게 보이는 게 좋아 그런 작품에 주력했지만 30대가 되고 나서 넓게 보려고 한다”며 “이제는 영화 안에서 내가 좋은 도구로 쓰이길 바란다”는 목표를 알렸다.


● 김해숙과 세 번째 모자 호흡…김래원의 사람들

김래원은 자신의 인간관계를 굳이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동료 배우들과 찍은 사진을 SNS를 통해 활발히 공유하는 성격과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눈에 자주 보이지 않아도 그의 인맥은 상당히 깊고 넓은 편. ‘프리즌’을 함께 한 배우 한석규와는 공통된 취미인 낚시로 인연을 시작해 영화까지 함께하게 된 경우다. 둘은 3박4일간의 동반 낚시여행도 거뜬한 사이다.

친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우 조인성과도 소주 한 잔 나눌 수 있는 친구 사이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믿고 함께 하는 선후배, 친구들도 여럿이다. 한 번 믿으면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는 그의 성격도 이런 인간관계를 가능케 한다. 이번 ‘희생부활자’를 연출한 곽경택 감독을 향한 믿음도 비슷하다.

김래원은 오래전 곽경택 감독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친분을 나눠왔다. 하지만 작품으로 인연을 맺기는 이번이 처음. “감독님의 영화라는 사실에 흔쾌히 결정했다”는 김래원은 “기대한 것 이상의 경험이었고, 현장에서 늘 감독님이 이끄는 대로 의지하려 했다”고 밝혔다.

김래원과의 만남은 곽경택 감독에게도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감독은 김래원에 대해 “감독과 신뢰가 구축되면,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해서 진짜 불 속이라도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배우”라며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다시 만나고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영화에서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과는 실제 호칭을 “우리 엄마”와 “아들”로 하고 있다. “한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아도 마음 한 구석에 내 아들 같은 마음을 늘 갖고 있다”는 게 김해숙의 설명이다.

나이 차이가 큰 선·후배를 뛰어넘어 이런 호칭이 가능한 데는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은 2006년 영화 ‘해바라기’, 2011년 SBS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이미 모자 사이로 호흡을 맞췄다. 김래원은 ‘희생부활자’ 시나리오를 읽고 “엄마 역할을 ‘우리 엄마’(김해숙)가 해주시면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괜찮으실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아들’의 바람은 그대로 ‘엄마’에게 전해져 세 번째 만남을 성사시켰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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