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나라 “20대 추억 선물해준 ‘고백부부’…내 인생 작품”

입력 2017-11-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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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고백부부’를 통해 실력을 다시 증명해보인 배우 장나라는 “주위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동료에게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고 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그의 성격이 성공적인 행보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라원문화

드라마 ‘고백부부’를 통해 실력을 다시 증명해보인 배우 장나라는 “주위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이 크고, 동료에게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고 했다. 누구보다 자신에게 엄격한 그의 성격이 성공적인 행보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사진제공|라원문화

■ 1년 8개월 만에 맡은 드라마 ‘고백부부’ 마친 장나라

연기 자신감 바닥이었던 날 다시 일으켜준 작품
이른 연기자 생활로 누리지 못한 청춘 간접 경험
바닷가 여행 장면 땐 분명 즐거운데 눈물이 뚝뚝
동안미녀? 저도 세월을 광속으로 받고 있답니다

연기자 장나라(36)에게 최근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고백부부’는 선물 같은 존재다. 20대에 경험하지 못한 청춘의 설렘과 자신의 연기에 대한 불신을 떨쳐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줬다. 지난해 MBC ‘한번 더 해피엔딩’ 이후 1년 8개월 동안 “좀 쑤시는” 기다림 속에 만난 드라마가 이렇게나 큰 기쁨일 줄은 장나라는 상상도 못했다. 그의 만면에 미소가 번진다.

“나이도 어정쩡하고 존재감이 넘치지도 않는 저다. 게다가 임팩트 있는 외모도 아닌데 감사하게도 끊임없이 일이 생긴다는 자체가 축복이더라. 그래도 1년 8개월은 참 길었다. 1년도 좀이 쑤시는데. 하하!”

장나라는 오랜 공백기를 보낸 뒤 ‘고백부부’를 만나 기뻤고, 게다가 호평 속에 막을 내려 행복하다. 하지만 시작하기까지 망설임도 적지 않았다. “제 연기에 대한 확신이나 자신감이 완전히 깨진 상태였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그는 “멍청한 생각일 수도 있는데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이와 연기력이 비례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굉장히 잘하지는 않아도 열심히 하면 최소한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최소한’을 못할 때가 있더라”라고 고백했다.

이러한 심적 압박은 데뷔하고부터 승승장구하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누적됐다. 2001년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한 장나라는 2002년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를 통해 연기자로서도 인정받았다. 이후 중국어권 활동에도 주력하며 한류스타로서도 명성을 높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주인공을 많이 맡았다. 습관적으로 주위의 기대하는 바를 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 저는 돈을 받고 일하는 프로인데, 이 상태로 돈을 받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연기자 장나라. 사진제공|라원문화

연기자 장나라. 사진제공|라원문화


하지만 장나라는 스트레스가 쌓여도 해소시킬 방법을 몰랐다. 잠으로 화를 누그러뜨리곤 했다. 그러다보니 화가 나면 습관적으로 졸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 상태로 있을 순 없었다. 스스로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시절 살던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동네 한 바퀴를 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화났던 일이 잊혀지곤” 했다. ‘고백부부’ 촬영 직전에는 일주일에 네 번이나 방문해 마음의 평정을 찾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음이 안정되니 연기의 집중도가 올라갔다. 무엇보다 연기를 통해 20대 때 누구나 누리는 청춘을 다시 경험하며 만족감을 느꼈다. 장나라에게 스무 살의 기억은, 데뷔를 앞두고 “어른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눈치보고 “연습실 구석에서 밥 먹은 게” 대부분이다.

그래서 극중 바닷가로 여행을 떠난 장면이 지금도 아련하다. 서른여덟 살 주부가 대학생 새내기로 시간이동을 하는 설정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그는 “제 드라마 보면서 잘 울지 않는다. 바다에서 모닥불 피워놓고 삼겹살 구워먹는 즐거운 내용이다. 그런데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삶의 청춘을 산 것 같아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드라마 한 편이 ‘자연인 장나라’와 ‘연기자 장나라’를 동시에 일깨워주며, 다시 한번 “역시 연기할 때가 가장 재밌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절대 불가능한 성격이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예외다. “일상이 밋밋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활동적으로 변한다. 연기라는 “빅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신체 리듬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이다.

장나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바로 ‘동안미녀’. 연예계를 대표하는 앳된 외모답게 이번 드라마에서도 스무 살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소화했다. 정작 그는 얼굴을 가리키며 “세월을 광속으로 받고 있다. 피부 관리실의 효과”라고 웃지만 데뷔 때의 해맑음은 변치 않았다.

주부 역할로 간접경험을 해서일까. 당장 결혼에 대한 계획은 없는 모습이다.

“‘비혼주의자’도 아니고 연애를 하기 싫어서 안하는 것도 아니다. 언젠가는 짝이 나타나겠지.(웃음) 가치관이 이전과 달라진 것은 있다. 대화 없이도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이야기를 통한 이해가 중요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면 틀린 것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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