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코미디로 포장된 ‘염력’, 지극히 연상호스러운 사회고발영화

입력 2018-01-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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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리뷰] 코미디로 포장된 ‘염력’, 지극히 연상호스러운 사회고발영화


(*이 리뷰에는 소소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면…?’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가 세상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소개만 봤을 때 관객의 입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소재에서 출발했다. 초능력자가 동네주민처럼 흔한 마블과 DC의 판타지를 떠올릴 수도 있고 스펙터클한 액션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염력’을 그런 작품으로 예상하는 관객들도 대다수다. 하지만 석헌은 지구를 구하지도, 국가의 특수요원이 되지도 않는다. ‘염력’에서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에 다가선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 ‘서울역’ 등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 ‘염력’도 연 감독 특유의 ‘비관적인’ 시선을 따른다. 코미디 영화지만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웃음을 통해 환멸과 냉소를 표현하는 드라마) 장르다.

‘염력’은 도시 개발을 추진하는 소수의 권력층과 하루아침에 터전에서 내쫓기게 된 철거민의 대립을 담았다. 돈이라는 현실적인 권력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비현실적인 ‘초능력’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상황 아닌가. 양극단의 갈등은 점차 고조되고 영화 후반부에는 경찰력이 동원되고 화염병이 등장한다. 2009년 1월 20일 일어난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 연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특정 사건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그려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현이 초능력을 구현하는 장면은 몇몇 장면을 빼고는 훌륭했다. ‘부산행’에 참여한 정황수 시각효과 실장은 3D 전신 스캔기술을 도입하고, 현장 가합성 방식으로 진행된 CG 등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더욱 리얼한 비주얼을 완성했다. 특히 ‘염력’은 규모가 크고, 난이도가 높았다고 정평이 난 ‘부산행’의 CG 600여컷을 뛰어넘는 750컷을 작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헌이 염력을 펼칠 때의 독특한 모션은 연상호 감독의 아이디어와 ‘부산행’에 참여했던 전영 안무가의 디테일한 연출로 만들어졌다.

‘염력’ 류승룡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 유승목 이정은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정유미가 연기한 홍상무다. 도시 재개발을 추진하는 태산건설의 상무로 공감 능력 제로에 안하무인 성격의 소유자다. 석현에게 해맑게 웃으며 회유 아닌 협박을 하다 “그 능력으로 파지나 줍든가”라며 막말로 정점을 찍는 인물. 정유미가 연기하니 기존의 악역과 또 다르게 독특한 캐릭터로 입혀졌다. 임팩트로 따지자면 ‘베테랑’의 유아인 급이다. 연 감독도 “원래 정유미가 가진 성격이 많이 포함된 인물이 나왔다. 정유미의 성격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해맑은 악당이 됐다. 정유미가 홍상무를 맡으면서 영화가 활력을 가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부산행’으로 1156만명의 사랑을 받으며 한국형 좀비 영화의 상업적인 성공을 일궈낸 연상호 감독. 연 감독의 새로운 도전작 ‘염력’도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제2의 ‘부산행’보다는 지극히 ‘연상호스러운’ 작품을 기대하고 ‘염력’을 본다면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1월 31일 개봉.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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