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원근 “조용한 학창시절 보내…방황해본 적 없어”

입력 2018-03-04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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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이원근 “조용한 학창시절 보내…방황해본 적 없어”

배우 이원근, 그가 영화 ‘괴물들’을 통해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분했다. 이번 영화에서 이원근은 촬영 중 매번 악몽을 꿀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연기한 이원근이 ‘괴물들’로 드디어 관객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 ‘괴물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저는 이 영화가 실화를 모티브로 한지 몰랐어요. 읽다보니 속도감 있게 잘 읽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영화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전에 부산에서 촬영을 한다고 들어서, 부산의 경치를 느끼면서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이 영화를 학생들이 보면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고, 성인들은 자신들이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나와서 조금은 아쉽기는 해요. 그래도 이 영화를 통해서 어른들이 나서서 학생들에게 관심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고 계획을 바꿨죠.”

이원근은 오랜만에 다시 교복을 입었다. 영화 속에서 그가 맡았던 재영과 그의 실제 10대 학창시절은 다른 모습이었을 터. 이원근은 어떤 10대 시절을 보냈을까.

“전 정말 부모님 그늘 아래 시키시는 일만 하고, 방황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고등학교도 아버지의 추천으로 실업계에 가게 됐고요. 조용한 학창시절을 보냈죠. 힘없이 학교 다니고 그런 친구였어요.”

그런 그도 고등학교 시절 일진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원근은 “무리지어 다니는 그런 친구들, 소위 말해 ‘일진’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걔네는 체형이 희고 마른 저 같은 친구들을 놀리곤 했어요. 다 자기네 마음대로였죠. 이유가 없어도 이유를 찾아서 괴롭히거든요. 심하게 그랬던 건 아니지만요.”



‘괴물들’에서 그리는 학교 폭력은 이원근이 직접 겪은 것보다 훨씬 심하게 표현된다. 간접 경험도 있었지만 그래도 영화를 위해서 학교폭력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을 것.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그가 느낀 학교 폭력은 어떤 것이었을까.

“영화를 찍기 전까지만 해도 몰랐어요. 근데 찾다보니 단체로 구타를 하고 얼굴이 찢기고 함몰되는 그런 정도더라고요. 감독님은 저희 영화 취재를 하시면서 더한 것들을 듣고 보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요새는 심하구나 생각했어요. 영화 찍을 때 수위가 괜찮을까 생각했지만, 요즘은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다 보니까요.”

이원근은 ‘괴물들’에서 학교폭력의 피해자 역할을 맡았다. 수업시간 중간에 빵셔틀을 당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반 친구로부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온 몸에 낙서를 당하기까지 영화 촬영 자체가 힘든 일이었을 터.

“정말 힘들었어요. 전 힘들단 말을 정말 힘을 때만 하는 편인데요, 아침에 일어날 때, 샤워할 때, 촬영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힘들다’라는 말이 연거푸 계속 나왔어요. 육체적으로는 배우들, 보조출연자, 스태프 다 힘들었죠. 전 누군가에게 욕을 들어야하고, 맞아야하고, 눈치보고, 캐릭터 적으로 힘든 게 많았어요. 화장실에서 낙서를 당할 때도 그렇고, 제가 치욕스럽고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그런 촬영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니까 악몽도 많이 꿨어요.”



이이경은 이원근을 괴롭히는 가해자 학생으로 분했다. 이번 영화로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람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난 것.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이경 형을 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어요. 근데 생각보다 교복이 잘 어울려서 형 일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형이라는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죠(웃음). 리허설 할 때나 촬영 쉴 때는 정말 좋았어요. 근데 촬영만 들어가면 적이 됐죠. 끝나면 또 서로 챙기기 바빴고요.”

이원근의 다음 차기작은 ‘명당’이 될 예정이다. 이번 영화에서 헌종 역할을 맡은 그는, ‘명당’을 통해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해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명당’은 저에게 과분한 역할이자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준비하면서 정말 어려웠어요. 트레이닝을 오랜 시간 받았죠.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요. 영화 내용이 무거워서 저는 늘 화를 내고 울분을 토하는 역할인데,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그것 때문에 저도 웃게 됐어요.”

2017년에도 바쁜 활동으로 한 해를 보냈던 이원근, 2018년에는 ‘괴물들’로 관객들과 먼저 만나게 됐다. 앞으로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 이원근의 2018년 활동 계획은 어떨까.

“배우로서의 목표는, 그냥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이제 나이가 조금씩 들다보니까 세상에 눈을 뜨더라고요. 얼마 전에 기사를 봤는데, 우리는 올림픽이다 뭐다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냈는데 시리아에서는 무차별 폭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더라고요. 그 기사를 보면서 멍했어요. 어떤 사람들은 행복한데 또 다른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구나 하고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올해는 많은 분들이 시각을 넓혀서, 이런 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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