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리틀 포레스트’ 감독 “김태리에 확신…류준열, 시골 어울리는 얼굴”

입력 2018-03-1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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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만난 건 2015년 봄이다. 시나리오도 없던 시기. 당시 중국 영화 준비에 한창이었던 임순례 감독은 훗날을 기약했다. 임 감독이 ‘리틀 포레스트’로 돌아올 무렵, 이 작품은 원작의 판권을 구입했고 시나리오도 완성됐다.

임순례 감독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삶이 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혜원(김태리)이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고향으로 돌아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 은숙(진기주)과 특별한 사계절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앞서 언급했듯 원작이 있는 작품으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일본의 동명 만화 원작으로 했다. 일본에서는 사계절을 두 편으로 나눠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으로 개봉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원작 만화와 일본판 영화의 매니아 층이 형성돼 있다.

“부담감을 가지거나 원작을 의식하지는 않았어요. 우리 영화와는 결도 다르고 정서도 다르니까요. 기본적인 줄기는 원작과 비슷하지만 배우와 언어와 호흡과 리듬과 음식이 다르죠.”


류준열과 진기주가 든든하게 함께 해주지만 사실상 ‘리틀 포레스트’는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여성 원톱 영화다. 그만큼 여주인공을 맡는 배우가 매우 중요한 작품이었다. 임순례 감독은 왜 김태리를 선택했을까.

“20대 배우 중에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이 누굴까 생각했어요. 인공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는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김태리 씨가 떠올랐어요. 다행히 우리 시나리오와 원작의 느낌을 좋아해주더라고요. ‘리틀 포레스트’가 젊은 관객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면 그건 김태리의 아름다움과 매력 덕분일 거예요. 김태리의 에너지가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임순례 감독은 김태리와의 첫 만남에 100% 확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울리겠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난 후 확신이 들었다. 촬영하면 할수록 너무나 자연스럽게 혜원을 연기해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류준열과 진기주 그리고 혜원의 엄마로 특별출연한 문소리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워했다.

“류준열은 시골에 어울리는 얼굴이잖아요. 하하. 김태리와 케미스트리도 맞으면서 티켓 파워도 있는 배우였으면 했어요. 류준열이 다 가지고 있었죠. 어쩌면 김태리를 보조하는 역할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류준열이 할까?’하는 마음으로 제안했어요. 류준열도 시나리오를 열린 마음으로 선택했다고 하더라고요. 진기주는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했는데 만났을 때 순수한 느낌을 받았어요. 성격이 좋더라고요. 현장에서도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의 합이 좋았어요. 캐스팅은 김태리 류준열 진기주와 문소리까지 정말 운이 좋았죠. 특히 기대 이상으로 보여준 문소리에게 고마워요.”


경북 의성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한 ‘리틀 포레스트’는 시골 마을 전체를 소복이 덮은 겨울의 눈, 과수원을 뒤덮은 봄의 사과 꽃, 여름 밤 냇가, 가을의 황금 들판까지 각기 다른 사계절 풍경의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스크린에 그대로 펼쳐냈다. 일본 영화는 여름부터 시작하지만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겨울부터 담아냈다.

“겨울이 우리 영화의 시작과 잘 맞는 계절이라고 생각했어요. 겨울은 참 힘든 계절이죠. 혜원이 힘든 상황으로 인해 시골로 내려오잖아요. 각 계절마다의 변화가 있지만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시기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혜원이 가장 변화가 큰 계절을 한 번 더 경험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싶었죠. 그래서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담았어요. 실제로 촬영도 겨울부터 했는데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어려운 장면을 제일 먼저 찍고 나니까 심리적으로 낫더라고요.”

임순례 감독은 한국의 사계절을 담기 위해 1년의 촬영 기간 동안 4번의 크랭크인과 크랭크업을 거쳤다. 매 계절마다 촬영을 진행했으니 보통 서너 달 내에 촬영하는 일반적인 현장과는 다른 시스템이다. 각 계절의 정수를 담기까지 스크린 밖의 고충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초봄과 늦봄의 느낌도 다르잖아요. 가을만 해도 밤 산수유 사과가 다 필요한데 촬영 기간인 3주 안에 전부 다 들어오진 않거든요. 각 계절을 두 번씩 나눠서 8번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고…. 상당히 제한적이었죠. 겨울에는 눈이 와야 하니까 서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눈 온다’고 하면 부랴부랴 내려갔어요. 설 연휴에도 촬영했어요. 눈이 오니까 촬영해야 했거든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했죠. 봄에는 사과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맞춰서 내려갔어요. 여름에는 성수기에 숙소 잡기 어려우니까 휴가철을 피했죠. 가을에는 황금 들판을 담아야 하니까 어르신들이 벼 베는 시기를 고려해서 내려갔어요.”

‘리틀 포레스트’의 요리 또한 계절의 흐름에 따른 제철 농작물로 만들었다. 겨울 시래기 국으로 시작해 봄의 아카시아 꽃 튀김, 여름의 오이콩국수, 가을의 밤 조림, 겨울의 곶감으로 이어진다. 오코노미야키, 크렘 브륄레 등 글로벌한 음식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스러운 먹거리로 구성됐다. 김치전 콩국수 시루떡 등 토속적인 음식부터 떡볶이 파스타 등 젊은 관객들도 흥미를 느낄 먹거리가 가득하다.

“한 계절에 네 개 정도의 음식으로 구성했어요. 각 음식마다 사연이 있죠. 일본에서는 케이크가 나오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떡이 좋을 것 같았어요. 아카시아 꽃 튀김이나 사과꽃 파스타는 주변에 나는 꽃으로 생각했고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거나, 엄마와 기억이 얽혀있거나, 비주얼이 아름다운 것들로 구성했죠. 시골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음식만 보여주기보다는 젊은 관객들도 좋아할 만하게 모던하게 배합하려고 했어요.”


‘리틀 포레스트’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 ‘오구’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왔다. 오구는 ‘혜원’의 곁을 지키는 진돗개다. 오구는 여자 혼자 시골집에서 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할 관객들을 위해 심어놓은 장치 중 하나다. 영화에 캐스팅 된 진돗개는 유기견 출신으로 현재 ‘리틀 포레스트’의 담당 PD가 입양해 키우고 있다. 새끼 강아지 오구는 당초 겨울을 넘어 봄까지만 촬영 예정이었으나 여름까지 함께했다. 가을과 다시 돌아온 겨울은 다른 성견의 진돗개가 연기했다.

“겨울과 봄에는 새끼 강아지, 여름에는 청소년 강아지, 가을과 다음해 겨울에는 성견으로 이렇게 세 마리를 생각했어요. 새끼 오구가 귀엽긴 하지만 되게 못생겼었거든요. 하하. 그런데 여름에 두 달 만에 다시 보니 정말 예뻐진 거예요. PD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덕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새 촬영장에 익숙해 있더라고요. PD님 말도 잘 듣고요. 그래서 여름까지 데리고 간 거죠.”

동물은 아기와 더불어 촬영 현장에서 가장 컨트롤하기 어려운 존재로 통한다. 힘들지 않았을까.

“어려웠죠. 강아지 중에서도 진돗개가 특히 컨트롤 안 돼요. 독립심과 자존심이 세거든요. 그래도 제가 강아지의 속성을 잘 아는 편이고, 보호자인 PD가 옆에 있다 보니까 비교적 괜찮았어요. 강아지 연출은 PD가 함께 했어요. 김태리와 오구가 한 장면에 걸리는 장면이 꽤 많잖아요. 오구가 잠시도 가만히 안 있어요. 다들 김태리를 안 보고 오구에 집중했죠. 일단 오구의 연기가 OK면 그냥 바로 OK였어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광과 다채로운 음식들이 선사하는 볼거리,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대를 자극하는 힐링 메시지로 러닝타임을 채운 ‘리틀 포레스트’. 이 작품은 개봉 2주차에도 전체 예매율 1위를 탈환하면서 순항 중이다. 개봉 7일 만인 7일에는 누적관객수 82만명을 돌파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임순례 감독은 ‘리틀 포레스트’를 찾을 예비 관객들을 위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줬다.

“요즘 잔잔하게 마음을 건드리는 영화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자극적인 영화가 많죠. ‘리틀 포레스트’가 새롭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귀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매일 고기 먹고 치킨 뜯다가 야채가 들어간 밥을 먹었을 때 신선한 느낌을 받잖아요. 기름기를 뺀 담백한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 어떨까요.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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