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중예산 영화인데…자존심 구긴 ‘치인트’

입력 2018-03-2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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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치즈인더트랩’. 사진제공|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

첫 주말 보냈지만 관객 16만명에 그쳐
뚝뚝 끊기는 전개·PPL…완성도 흠집

영화 ‘치즈인더트랩’이 원작의 명성에 흠집만 내는 결과로 치닫고 있다. 원작 웹툰이 큰 인기를 얻었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작품을 다시 영화화했지만 관객의 외면에 직면하고 말았다.

14일 개봉한 박해진·오연서 주연의 ‘치즈인더트랩’(감독 김제영·제작 마운틴무브먼트스토리)은 첫 주말을 보냈지만 16만 관객 동원에 그쳤다. 화이트데이 특수를 누리기는커녕 분위기를 반전시킬 가능성마저 희박해 보인다.

2년 전 tvN 드라마로 제작된 ‘치인트’는 당시 주인공 박해진을 다시 내세워 영화 제작을 추진했다. 흔치 않은 시도로 주목받았지만 완성된 영화는 원작 고유의 개성을 잃은 것은 물론 엉성한 완성도 등 여러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영화가 지나치게 박해진 위주로 편집된 탓에 이야기 전개가 뚝뚝 끊기기 일쑤고, PPL을 적극 ‘활용’하다보니 엉뚱한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도 극의 완성도에 흠집을 낸 원인으로 꼽힌다.

이야기와 캐릭터를 대하는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 역시 빈축을 사는 대목. 특히 한밤중 여성을 향해 벌어지는 ‘묻지마 폭행’을 이야기의 주요 사건으로 배치하면서도 사건이 벌어지는 이유나 그로부터 피해를 입는 여성들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기 어렵다. 이로 인해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스릴러였다’는 관람평도 나온다.

‘치인트’ 순제작비는 40억원으로 알려졌다. 제작비를 회수하려면 100만 관객 이상을 모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웹툰과 드라마를 이미 경험한 관객이 굳이 영화까지 보려 하지 않는 분위기도 흥행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치인트’는 영화계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긴 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체인 CGV에서 단독 개봉한 첫 번째 한국영화이기 때문. ‘치인트’ 측은 상영관의 안정적 확보와 초기 마케팅비용 절감효과에 기대 CGV 단독개봉을 추진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영화계 시선은 곱지 않다.

비판 여론도 거세다. 영화계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해 지난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이 출범한 반독과점영화인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치인트’의 CGV 단독개봉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심으로 독과점화된 영화시장에 더 심한 경쟁을 불러오고, 영화시장을 더욱 불공정한 쪽으로 고착화하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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