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김생민만 가해자라 할 수 없다

입력 2018-04-02 15: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민적인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방송인 김생민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일 디스패치는 10년 전 김생민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A씨의 편지와 함께 당시 회식 때 있었던 상황 설명, 그리고 피해자 A씨와 함께 동행해 김생민의 사과를 받은 점까지 보도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대중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김생민의 영수증’ 등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간 그가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날 김생민은 소속사 SM C&C를 통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사과를 전달했다. 현재 그가 출연 중인 ‘김생민의 영수증’, ‘짠내투어’ 등 10개 프로그램은 그의 하차 여부를 두고 논의 중이다. 소속사는 동아닷컴에 “제작진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이 사건에서 김생민만 ‘가해자’인 것일까. 당시 그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책임이 없는 걸까.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생민의 퇴출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방송가에서는 이런 일로 출연진을 자르는 법이 없다”, “방송계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날 함께 있던 B씨는 너보다 더 심하게 당했다”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의 스튜디오 촬영현장에도 밀려놨으며 자신의 프로젝트가 상의도 없이 외주 인력으로 넘어갔다고. 결국 A씨는 해당 프로그램을 스스로 관뒀고 결국 퇴사까지 하게 됐다.

이 설명이 사실이라면 1차적인 가해자는 김생민이라 해도 직원을 보호하지 않은 회사(방송사)는 2차적인 가해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사원이 피해자라면 회사는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방송 담당자들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기는커녕 비난하고 좌천시키기까지 한 것이다. 과연 이들은 이 일에 책임은 없는 것일까.

‘미투 운동’이 한창 벌어질 때쯤 연극 쪽에서 일했던 한 스태프에게서 “배우와 스태프가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이 터지면 가장 먼저 잘려나가는 건 ‘스태프’다. 제작진 입장에선 그게 가장 빠르고 편한 방법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태프들은 ‘을’도 아닌 ‘정’의 위치에 있다”라며 열악한 대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대중문화의 병폐가 간접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김생민’이라는 반짝 스타가 ‘얼굴 마담’이 돼준 것일 뿐. 어찌 보면 김생민을 향한 ‘미투 운동’이 아닌 방송사를 향한 ‘미투 운동’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