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누가 JYP를 한국의 베드로로 만드나

입력 2018-05-03 18: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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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YP 엔터테인먼트

[DA:이슈] 누가 JYP를 한국의 베드로로 만드나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때 아닌 종교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그가 속칭 ‘구원파’(기독교복음침례회)의 신도로 전도 행사를 주관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2일 디스패치는 단독 보도를 통해 박진영이 구원파 전도 집회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박진영이 구원파라는 근거로 권신찬 목사의 성경 해석과 그의 발언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장소, 집회를 한 장소, 카페 모두 구원파와 연관이 되어 있는 장소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박진영의 동선은 세모였다’면서 그가 구원파의 신도이며 이 곳의 교리를 설파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박진영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의혹을 반박했다. 그는 4년 전 성경공부를 하다가 사람들이 모여 확대된 것일 뿐 구원파 모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작성한 간증문을 올려 자신이 구원파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또한, 구원파의 영리사업을 이끌던 다판다 대표 변 모씨 역시 3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박진영은 구원파가 아니다. 그가 모임에서 말한 내용들은 구원파와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디스패치의 보도대로라면 적극적으로 “난 구원파의 교리를 믿는다”고 주장해야 할 박진영이 스스로 자신의 신념을 부인한 모양새가 됐다. 여기에 해당 성경모임에 참여한 당사자 역시 “박진영은 구원파가 아니다”라고 증언한다. 박진영은 지금 새벽닭이 울기 전에 예수님을 세 번씩 부인한 한국의 베드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박진영의 해명에도 부족한 부분은 있다. 그는 자신이 구원파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구원파와 연관된 건물들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의 성경 공부가 있었던 날 그가 간 식당, 카페, 건물이 왜 모두 구원파와 연관되어 있는 장소인가. 물론 어떤 장소를 이용했는지가 어떤 사람의 종교적 신념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우리가 인도 음식점을 자주 간다고 힌두교 신자가 아닌 것처럼.

애초에 더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하자면 박진영이 무엇을 믿는지 왜 독자가 알아야 하는 것이냐 이다. 그리고 최초 보도대로 박진영이 실제 구원파라고 해도 이게 과연 이렇게까지 알려져야 할 일이냐는 것이다.

박진영이 실제로 구원파이고 그가 어떤 불법 행위에 깊게 관여한 것이라면 모를까. 그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서까지 독자들이 알아야 할까. 요즘 말로 TMI, 지나친 정보 혹은 불필요한 정보다.

아이러니로 가득한 이 공방전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구원파의 교리를 독자들에게 널리 널리 전파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최초 보도 매체인 디스패치라는 점이다. 덕분에 성경을 일독(一讀)도 한 번 안 해본 사람들이 구원파의 교리는 다 외울 정도가 되지 않았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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