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기생충’ 이선균 “짜증 정도 조절하며 연기, 아저씨→부자役 걱정”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부(富)의 굴레, 빈부격차의 민낯을 그린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은 부유층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뻔하지 않은 젊은 부자로 변신했다.
이선균은 “‘피라미드 정점에 섰다’고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부자 역할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걱정했었다”며 “살면서 그런 집에 가본 적도 없다. 소품도 비싸다고 들어서 대기실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끝나고 바로 들어간 작품이에요.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살다가 갑자기 박사장 역할을 하려니 이질감이 느껴졌죠.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었다’는 우려가 스스로에게 들었어요. ‘과연 어울릴까?’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부자 역할을 많이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돈이 다리미’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박사장은 짜증, 분노와는 거리가 멀다. 예민해 보이지만 여유롭다. 이전에 이선균이 연기했던 많은 역할과는 다른 결이다. 일부 관객들은 ‘이선균이 화를 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동안 쫒기고 절박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이번에는 ‘짜증의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박사장에 대해 깊이 알 필요도 없을 정도로 촘촘히 짜인 봉준호 감독의 섬세함을 언급했다. 이선균은 “패키지여행 같았다. 배우 나름대로 능동적이어야하지만, 봉준호 감독 시나리오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더라. 그런 작업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준비한 것이라고는.. 대사를 외워간 것? (웃음) 이미 템포, 리듬이 감독님 머리에 있다 보니 저는 현장 리듬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했어요. 100% 신뢰를 갖고 있어서 좋았죠. 모든 배우들이 봉준호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 하는데, 그 기회가 저에게 주어져서 행복했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는 감독님 네임밸류에 주눅이 들까봐 걱정했었는데 정말 권위의식 없이 편안하게 대해줬죠. 아직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과 관련해서 무언가 들리는 말은 없지만, 그 분에게 기생하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웃음)”
부부로 호흡한 조여정(연교 역)과는 예상하지 못한 소파씬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선균에 따르면, 박사장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장면이기 때문에 천박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면서 “그 장면 때문에 우리 애들에게 영화를 못 보여주고 있다”고 아쉬워했고, 아내 전혜진의 반응까지 덧붙였다.
“아내나 저나 연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 이상의 느낌은 서로 갖지 않아요. 아내는...아마 굉장히 재미있게 볼 거예요. (하하하) 원래 아내는 ‘기생충’ 대본을 봤었고, 그 장면에 대해선 궁금해 하긴 했죠. 질투심은 아니고요. 아내는 봉준호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좋겠다~’라는 말만 했어요. 아이들은 아직 관심이 없지만, 나중에 크면 ‘우리 아빠 칸 갔어?’ 라고 신기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늘 나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었다. ‘기생충’을 통해 내게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인데, 여러 가지로 다행”이라며 “원래는 내가 출연한 영화를 또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두 번째로 봤을 때 느낌이 달랐다. 극장에 가서 관객들과 호흡하면서도 보고 싶어졌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연기하는 것이 예전보다 두려워요. 모든 것이 소진되고 자주 노출될 때 지겹고 익숙해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려고 해요. 다른 배우들이 비슷한 고민을 상담해도‘꾸준히 하다보면 대중이든, 누구든 보고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면 된다’는 말을 하죠. 저의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겹겹이 싸이다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제가 일을 못 쉬나 봐요.(웃음) ‘기생충’을 보고 절망감을 느낀 관객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 번 쯤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부(富)의 굴레, 빈부격차의 민낯을 그린 영화 ‘기생충’에서 이선균은 부유층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글로벌 IT기업 CEO 박사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뻔하지 않은 젊은 부자로 변신했다.
이선균은 “‘피라미드 정점에 섰다’고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부자 역할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걱정했었다”며 “살면서 그런 집에 가본 적도 없다. 소품도 비싸다고 들어서 대기실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끝나고 바로 들어간 작품이에요. 6개월 동안 아저씨로 살다가 갑자기 박사장 역할을 하려니 이질감이 느껴졌죠. ‘내 옷 같지 않은 옷을 입었다’는 우려가 스스로에게 들었어요. ‘과연 어울릴까?’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부자 역할을 많이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돈이 다리미’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박사장은 짜증, 분노와는 거리가 멀다. 예민해 보이지만 여유롭다. 이전에 이선균이 연기했던 많은 역할과는 다른 결이다. 일부 관객들은 ‘이선균이 화를 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선균은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동안 쫒기고 절박하고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었다. 이번에는 ‘짜증의 선’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말해 웃음을 줬다.
그러면서 박사장에 대해 깊이 알 필요도 없을 정도로 촘촘히 짜인 봉준호 감독의 섬세함을 언급했다. 이선균은 “패키지여행 같았다. 배우 나름대로 능동적이어야하지만, 봉준호 감독 시나리오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더라. 그런 작업이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고 말했다.
“제가 준비한 것이라고는.. 대사를 외워간 것? (웃음) 이미 템포, 리듬이 감독님 머리에 있다 보니 저는 현장 리듬에 맞춰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했어요. 100% 신뢰를 갖고 있어서 좋았죠. 모든 배우들이 봉준호 감독과 작업하고 싶어 하는데, 그 기회가 저에게 주어져서 행복했어요. 실제로 촬영하면서는 감독님 네임밸류에 주눅이 들까봐 걱정했었는데 정말 권위의식 없이 편안하게 대해줬죠. 아직 봉준호 감독의 다음 작품과 관련해서 무언가 들리는 말은 없지만, 그 분에게 기생하고 싶은 것이 제 마음입니다. (웃음)”
부부로 호흡한 조여정(연교 역)과는 예상하지 못한 소파씬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선균에 따르면, 박사장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장면이기 때문에 천박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면서 “그 장면 때문에 우리 애들에게 영화를 못 보여주고 있다”고 아쉬워했고, 아내 전혜진의 반응까지 덧붙였다.
“아내나 저나 연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 이상의 느낌은 서로 갖지 않아요. 아내는...아마 굉장히 재미있게 볼 거예요. (하하하) 원래 아내는 ‘기생충’ 대본을 봤었고, 그 장면에 대해선 궁금해 하긴 했죠. 질투심은 아니고요. 아내는 봉준호 감독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좋겠다~’라는 말만 했어요. 아이들은 아직 관심이 없지만, 나중에 크면 ‘우리 아빠 칸 갔어?’ 라고 신기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는 “늘 나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었다. ‘기생충’을 통해 내게 벌어지는 일들은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인데, 여러 가지로 다행”이라며 “원래는 내가 출연한 영화를 또 다시 보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두 번째로 봤을 때 느낌이 달랐다. 극장에 가서 관객들과 호흡하면서도 보고 싶어졌다”라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연기하는 것이 예전보다 두려워요. 모든 것이 소진되고 자주 노출될 때 지겹고 익숙해지는 것이 두렵기도 하죠. 하지만 현재에 집중하려고 해요. 다른 배우들이 비슷한 고민을 상담해도‘꾸준히 하다보면 대중이든, 누구든 보고 있기 때문에 즐기면서 하면 된다’는 말을 하죠. 저의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겹겹이 싸이다보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래서 제가 일을 못 쉬나 봐요.(웃음) ‘기생충’을 보고 절망감을 느낀 관객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한 번 쯤은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前빅뱅 탑, 넷플 선물 자랑은 못 참았나봐…‘오겜2’ 티내기 [종합]](https://dimg.donga.com/a/298/198/95/1/wps/SPORTS/IMAGE/2024/12/25/130722082.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