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솔비 “아티스트 병? 미술=건강한 중독, 힐링 공유하고파”

입력 2019-06-19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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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솔비 “아티스트 병? 미술=건강한 중독, 힐링 공유하고파”

가수 솔비가 작가 권지안으로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대해 ‘아티스트 병’이라고 폄하하는 반응이 있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유쾌하고 엉뚱한 모습으로 크게 주목받은 탓인지, 솔비의 진지한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는 낯설게 비추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미술을 통해 심리 치료를 받으며 치유력을 경험한 솔비로선, ‘당분간 방송 활동을 중단할 수 있겠느냐’는 M.A.P Crew(엠에이피크루) 대표의 파격 제안에 ‘할 수 있다’고 답하는 것이 당연했다.

“아티스트 병도 병이에요. 저도 병에 걸렸어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니까 안 좋은 말로 들리지만, 미술은 건강한 중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중독되지 않는 것이 없잖아요. 커피, 술, 담배 등. 저는 담배를 못 피우고 카페인에 약해서 커피, 녹차도 못 마셔요. 딸기 우유나 물을 마시죠. 또 가수이다 보니 노래 부르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더라고요. 저는 미술에 중독돼 있어요.”


시작은 2015년, 음악 하는 솔비와 미술하는 권지안의 셀프 컬래버레이션이었다. 이후 2017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레드’ ‘블루’ ‘바이올렛’으로 표현했다. ‘레드’로는 상대적 약자로 상처받고 있는 여성의 삶을 그렸고, KBS2 ‘뮤직뱅크’에서 퍼포먼스를 보여 화제였다. 2018년 제작된 ‘블루’는 계급사회의 진실을 주제로 사회계층 간 불평등을 이야기했다. ‘바이올렛’은 지난해부터 프랑스에 거주하면서 작업한 작품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사랑의 이면을 재해석, 인간의 최초 사랑과 원죄를 표현하기 위해 아담과 이브가 하늘 위에서 춤을 춘다는 상상으로 완성했다.

그는 “돈 버는 것을 잘 못한다. 열심히 하다보면 따라오는 것이 돈이라고 믿지 않으면 이런 작업을 못할 것”이라며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에너지가 넘칠 때 아깝지 않게 다 쓰고 싶다. 절실하다”라고 예술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했다.

“공부하고 있어요. 다만, 창작자가 학자는 아니죠. 저의 강점은 무지에서 나오는 용감함이거든요. 오히려 학식적인 전문성이 제 자유를 파괴할까봐 많은 부분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요. 자유로운 사고에서 저를 끌어내고 싶거든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은 아티스트보다는 독립운동가와 아이들이에요. 그 시대에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들,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의 뜬금없는 행동들을 무감각하게 흘려보낼 수 없겠더라고요. 지혜를 배우고 싶을 뿐, 학문적으로는 욕심이 없어요. 제 눈높이에 맞게 미술을 보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죠.”

이어 “나의 상상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고 배울 뿐이다. 배운다고 상상력이 풍부해지진 않더라”고 거듭 강조,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늘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작업을 안 할 때는 멍 때린다.(웃음) 여유로워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솔비의 작업 방식은 유일하다. 음악 작업은 그림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고, 이후 붓 대신 자신의 몸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창작한다. 이 모든 과정을 남기는 영상 촬영은 솔비만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미술을 하고 싶으면 삶과 일치하는 나만의 방식을 생각해보라는 숙제를 받았어요. 앤디워홀의 작품에서 마릴린 먼로 등 스타들이 오브제로 사용되잖아요. ‘마릴린 먼로가 앤디워홀 작품 속에서 춤을 춘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했고, ‘나는 내가 나를 그려볼래’라고 답을 내렸죠.”

또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은 카메라 앞에서,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라며 “미술 전공자가 아닌 가수로 출발한 경우다. 내가 내 음악을 만들고, 캔버스라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내가 붓이 돼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음악을 재료로 하는 작가들은 많지만 본인이 1인칭, 재료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작업을 거듭하면서 요령도 생겼어요. 물감만의 성질이 있대요. 물리적으로 흐르는 방향을 길들이지 않으면 제가 물감을 이용하는 것이 힘들어지더라고요. 퍼포먼스를 하면서 그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캔버스도 천이니까 흐르는 방향이 그때그때 다르거든요. ‘레드’를 작업할 때부터 물감의 방향이 느껴졌어요. 저의 작업 방식은 계획하에 자유롭게 이뤄지죠. 요즘엔 조금 더 간편하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어요. 그동안 대형 프로젝트만 했었거든요. 핑거 페인팅을 시작했죠.”


그렇다고 대중음악을 그만 둔 것이 아니다. 솔비에 따르면 예술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대중들이 공감할 만한 노래도 작업 중이다. 하우스 파티 형식의 작은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솔비는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련다. 계속 문을 두드리겠다”며 “훨씬 더 많은 분들에게 내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굉장히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꿈을 크게 가지겠다. 세계로 나아 가즈아”라고 각오했다.

“미술도 엔터테인먼트의 일부죠. 현시대에 발맞추면 좋겠는데, 일부에서는 예술의 순수성을 파괴한다는 의견이 있어요. 오픈됐으면 좋겠어요. 홍대 갤러리에서 전시했을 때 20대 친구들이 그림을 사서 놀랐거든요. 여전히 자본력이 있어야 그림을 산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그림을 소비하는 것을 보고, 대중들에게는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데 업계에선 장벽이 강하게 존재하죠. 대중과의 경계를 흐리는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나서서 하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계속 문을 두드리고 싶을 뿐이에요.”

솔비(권지안)의 전시회 'Real Reality, 불편한 진실'은 오는 6월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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