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과 출연 배우 하정우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처음 만났다. 당시 김광빈 감독은 동시녹음 스태프였고 하정우는 졸업 작품에 참여하는 학생이었다. 13개월을 꼬박 촬영에 임했던 두 사람은 “언젠간 꼭 영화판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고 15년 뒤에 ‘클로젯’을 통해 다시 만났다. “사실 어쩌다 보니 내가 얼렁뚱땅 발을 담그고 있더라”고 웃으며 말한 하정우였지만 ‘클로젯’이 세상에 나온 것은 두 사람에게 뜻 깊을 수 밖에 없다.
“어느 날, 윤종빈 감독에게 전화가 왔어요. 오랜만에 김광빈 감독을 보니 저녁이나 먹자고. 그 때부터 냄새가 났어요. 윤 감독이 날 엮으려고 하는 구나.(웃음) 평소에 윤 감독이 후배들을 잘 챙겨요. 그 소문을 듣고 광빈이가 찾아간 건가? 하하. 그렇게 소주 한 잔씩 마시고 윤 감독은 ‘공작’ 준비에 들어갔고 그 때 저한테 ‘형의 회사랑 공동제작 하는 건 어때?’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김 감독이 우리 회사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공작’을 마친 윤 감독이 ‘근데, 광빈이 작품에 형이 출연하는 건 어때?’라고 하더군요. 예상은 했지만. 하하. 그래도 시나리오가 참신해서 들어갔어요.”
‘클로젯’ 첫 시나리오는 현재 상영 중인 최종본보다 더 오컬트 느낌이 강했고 차가웠다고. 하지만 윤종빈, 권성희 감독, 그리고 다시 연출을 맡은 김광빈 감독의 각색을 거쳐 ‘클로젯’이 탄생했다. 하정우는 “원래 대본은 되게 빡빡하고 차가운 느낌이었다”라며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알 수 없지만 상업영화로 생명력을 가지긴 위해선 최종대본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라고 생각해요. 아는 범위 내에서 그럴 만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영화로 자리매김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 관객들의 영화 안목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생각해요. 한 영화 안에 가족애, 코미디, 드라마, 액션 등을 보고 싶어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복합 장르의 영화가 많죠. 상업영화로 살아남으려면 그런 기본적인 요소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전 일단 ‘오컬트’라는 장르가 마음에 들었어요. 해보지 못한 장르여서 참신했죠. 그럼에도 ‘호러’였으면 못했을 거예요. ‘컨저링’ 같은 호러를 못 봐요. 이번 영화 때문에 김광빈 감독이랑 레퍼런스로 호러 영화를 몇 개 봤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제 취향이 아닌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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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 함께 촬영한 멤버들이라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촬영이 끝난 후 가지는 술자리에선 추억이 안주거리가 됐다. 그는 “공포물이지만 정답게 찍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며 “김광빈 감독을 비롯해 윤종빈 감독, 강명찬 대표(퍼펙트스톰필름 대표)도 다 학교 후배여서 ‘용서받지 못한 자’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라고 말했다.
“그 때는 매니저도 없어서 혼자 다녔고 내 승합차에 동시녹음장비를 싣고 다녔어요. 그러니 제 촬영날이 아닌데도 장비 때문에 가야됐어요. 몇 개월 동안 그러고 다니니까 아버지도 ‘너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냐?’고 물어보셨어요. 메이크업 해주는 분도 매일 바뀌었죠. 지방에서 촬영하면 모텔 한 방에 13명씩 자기도 하고. 그 때는 ‘소고기 한 번만 사먹어도 출세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영화도 사실 투자자가 윤종빈 감독 어머니세요. 영화를 보면 투자자로 어머니 이름이 뜹니다.”
이번 영화에서 하정우는 딸과 어색한 관계인 아빠 역할을 해냈다. 늘 일에 바빠 육아를 아내에게만 맡겨온 상원 캐릭터를 보며 미혼인 자신이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를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딸이 좋아하는 선물만 사주면 자신을 소홀히 했던 것에 대해 용서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있는 아빠 역할이었다”라며 “유부남이 아니라 연기를 어떻게 해야 고민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이 어색함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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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딸 ‘이나’ 역을 맡은 허율에 대해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부터 김광빈 감독이 율이를 잘 훈련시키기도 했지만 어찌됐든 미친 아이 연기를 하는 것 아닌가. 기술적인 표현을 해내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내가 그 동안 아역 배우들을 과소평가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들더라”며 “우리 영화에 아이들이 많이 나오는데 다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다들 귀신 분장을 하고 있었지만 ‘할로윈 데이’ 같더라. 이 아이들을 보고 관객들이 놀라야 하는데 안 무서우면 어쩌나 할 정도로 귀여웠다”라고 덧붙였다.
퇴마사 ‘경훈’ 역을 맡은 김남길과의 호흡에 대해서 하정우는 “남길이도 처음 해보는 거고 신선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 역시 남길이가 이 역을 아주 입체적으로 소화할 것 같았다”라며 “영화 시작 20분 후부터 등장하지만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배우이기 때문에 그 때부터 나와도 인물을 매력적으로 전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저는 주구장창 웃음기가 없고 소극적인 인물인데 경훈이와 적극적으로 ‘우당탕탕’하는 시너지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남길이가 희극적인 표현을 잘하는 배우더라고요. ‘미끄덩’하다고 해야 하나? (웃음) 오죽하면 주지훈이 ‘나보다 더 해’라고 하더라고요. 높게 갔다가 가라앉았다가, 많은 리듬을 갖고 있는 친구더라고요. 폭이 남달라요.”
현재 ‘클로젯’의 걸림돌은 다른 작품도 아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국내에서 ‘우한 폐렴’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있지 않은 상황. 이에 개봉을 앞뒀던 영화들은 시사회, 쇼케이스, 그리고 심지어 개봉일도 바꾸고 있다. 하정우 역시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일이 발생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것도 이 영화의 운명인거죠. 그럼에도 하루 빨리 잘 정리가 돼서 안정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