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만든 ‘2020 연예계 키워드 3가지’
‘킹덤’ ‘인간수업’ 등 OTT 작품 대박
국민 위로하는 트로트 방송가 장악
BTS 등 온라인 콘서트로 팬과 소통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올해 연예계를 가리키는 말이 될 수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국내 연예계는 여느 해처럼 다양한 무대로 나아가지 못했다. 관객에게서 극장을 빼앗아가며 ‘집구석 1열’에서 영화를 보게 했다. 드넓은 공연장 대신 가수들을 온라인으로 몰고 갔다. 그마저도 시스템을 갖춘 대형 기획사와 소속 가수들에 한정됐다. 감염병은 많은 것을 변화시켰고, 연예계의 미래 역시 그렇게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처럼 우울한 시대를, ‘한물 간’ 듯했던 트로트가 다시 찾아와 위로했다. 이마져 획일화의 피로감으로 이어져 한국 방송프로그램 제작 관행에 대한 아쉬움이 여전했다. 이 같은 변화와 흐름을 되짚어 올해 연예계를 세 가지 키워드로 돌아본다.‘킹덤’ ‘인간수업’ 등 OTT 작품 대박
국민 위로하는 트로트 방송가 장악
BTS 등 온라인 콘서트로 팬과 소통
올해 대중문화계 강자로 떠오른 넷플릭스는 새 시리즈 ‘스위트홈’(사진)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관객은 ‘집구석 1열’로
관객은 극장을 멀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두려움 때문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20년 영화산업 가결산’에 따르면 올해 극장 관객은 약 6000만명. 영화진흥위원회 관객수 집계가 시작된 2004년 6924만여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 수치다. 극장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무려 1조4037억원이 줄어든 5103억원으로 추산된다. 많은 영화가 개봉을 미뤘다. 대신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향했다. 4월 ‘사냥의 시간’을 시작으로 올해 최대 기대작으로 꼽혔던 ‘승리호’가 넷플릭스로 직행했다. 영화계 안팎에 충격을 안기며 영화 플랫폼의 변화를 예고했다.
넷플릭스는 ‘사랑의 불시착’ ‘스타트업’ 등 드라마를 TV와 함께 공개하며 ‘킹덤’, ‘인간수업’ 등 오리지널 시리즈도 선보였다. 한국드라마의 해외시장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9월 말 기준 약 330만명이 넷플릭스 유료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에서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원에서 올해 7800억원(방송통신위원회)으로 커졌다. 영화진흥위원회도 내년 영화산업을 전망하며 ”유통 플랫폼의 변화(극장→OTT) 가속화“를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넷플릭스는 올해 3000억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고 별도 법인도 만들었다. 적지 않은 영화와 드라마 제작진이 넷플릭스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위한 것이지만, 콘텐츠의 OTT 종속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모습.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온택트…랜선으로 화려한 무대, 인프라는?
가수들은 오프라인을 포기하고 온라인으로 향했다. 팬들과 랜선으로 소통했다. ‘온택트(비대면 온라인)’ 콘서트였다. 방탄소년단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 케이팝 스타들이 온라인 무대를 펼치며 전 세계 팬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팬미팅과 쇼케이스는 물론 방송사 주요 음악프로그램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가수들은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온라인 공연을 통해 또 다른 힘을 과시했다. SM·JYP·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는 각각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와 함께 온라인 공연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경제적 효과도 커서 방탄소년단이 10월10일과 11일 펼친 ‘맵 오브 더 소울 온:E(Map Of The Soul ON)’는 전 세계 191개 지역 99만3000명이 팬들을 동시에 모아 관람료 수익만 5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관련 무대를 펼칠 만한 자본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기획사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유료 결제와 공연 플랫폼 수수료가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하고 관련 인프라 비용도 크다”면서 “그마저도 해외 팬덤이 두터운 일부 가수에 해당한다. 온라인 공연이 감염병 시대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트로트 열풍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사진제공|SBS
트로트…위로와 획일성 사이
이처럼 우울한 상황을 위로한 것, 트로트였다. 지난해 서서히 불기 시작한 트로트 바람은 유산슬(유재석)의 활약으로 가속화했고, 임영웅, 영탁 등 신진스타를 탄생시켰으며, 다양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열풍으로 진화했다. 이들은 각종 CF까지 섭렵하며 올해 트로트 열풍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입증했다. 장년층과 노년층의 전유물로만 인식되어온 트로트는 젊은 세대들의 귀까지 간질이며 올해 코로나19로 힘들고 지친 이들의 가슴을 애절한 노랫말과 흥겨운 리듬으로 위로했다. ‘한(恨)’으로 표현되는 한국적 정서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며 많은 시청자를 하나로 묶어낸 시간이 올해만큼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훈아, 남진, 주현미, 설운도, 진성, 김용임 등 기성 가수들까지 새롭게 안방극장으로 불러들일 정도였다.
하지만 시청자 피로감도 커져갔다. 트로트 선율로 가슴을 달랬지만 TV만 켜면 보이는 똑같은 가수들과 엇비슷한 프로그램 포맷 탓이었다. KBS 2TV ‘트로트 전국체전’, MBC ‘트로트의 민족’, SBS ‘트롯신이 떴다’ 등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 MBC에브리원 ‘나는 트로트가수다’등 경연 형식의 트로트프로그램이 넘쳐났다.
새로운 스타 발굴의 이면에서 획일적 구성이라는 국내 방송프로그램들의 ‘유행 따라가기’식 제작 관행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특정 음악장르에 매몰되기 십상인 대중음악 시장에도 결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