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유통업체 소리바다의 자회사들이 암호화폐 ‘소리바다코인’(소바코인, SOBA)의 사명 무단 도용에 칼을 빼 들었다. 회사와 소바코인 사이에 어떠한 관련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내용 수정이 없을 경우 법적 대응까지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소리바다의 자회사인 티브이데일리 등은 “알려진 바와는 달리 소바코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어떠한 협의도 없었던 상황에서 회사의 이름이 무단 도용됐다. 이에 무단 도용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하는 바이다. ‘소리바다 어워즈’ 시상식에 나왔던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사용하고 있어 초상권 침해 논란과 K-한류 이미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용이 지속될 경우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를 통해 상장된 소바코인은 회사 설명을 담은 ‘소바 플랫폼 백서’에 소리바다 및 자회사 윌 엔터테인먼트, 티브데일리 등과 파트너십이 체결돼 있다고 표기했다.
소바코인은 소바글로벌유한회사(SOBA Global Ltd.)에서 발행해 유통하는 암호화폐다. 음원과 동영상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거래에 활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투자자들은 음원 유통 사업자인 소리바다의 플랫폼 활용 여부, 미디어, 엔터 사업을 하는 자회사들과의 파트너십 등에 관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소리바다 및 일부 자회사들과의 관련성을 앞세워 홍보를 진행했지만, 파트너십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오해할만한 요소는 충분하다. 앞서 밝혔듯 소바코인은 각종 소개창구를 통해 소리바다와의 연관성을 드러냈다. 소리바다의 자회사 소리바다벤처스 김준혁 대표와 소리바다 직원이 소바코인 개발자로 표기돼 있다는 점, 소리바다 자회사들과의 파트너십 체결이 표기된 점 등이 관련 오해를 부른다.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소바코인을 소리바다가 유통하는 암호화폐로 분류하는 게시글도 다수다.
소리바다 역시 사업보고서 등에 자회사인 소리바다벤처스를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과 기술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며, 사실상 소바코인 사업을 간접 확인해왔다.
하지만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소리바다 측은 한 언론을 통해 소바코인은 현재 경영권을 갖고 있는 소리바다 오재명 회장이 개인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선을 그었다.
조호견 소리바다 대표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사업 제안을 받고 구두상 논의가 오간 것은 맞지만, 파트너사로 계약을 맺었다거나 소리바다에서 진행하는 사업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 경영권 분쟁 상황을 직접 언급하며 신사업 여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재명 회장이 소리바다와 직접 관련이 없는 개인 사업에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하고, 자회사들 상호까지 무단으로 도용하여 개인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있다면 업무상 배임의 이슈가 있다. 조 대표 역시 이와 같은 상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면, 사명 무단 사용 및 허위 기재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관련해 오재명 회장 측은 별다른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이에 자회사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자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협의도 없이 특정 사업에 자회사명을 이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해당 자회사들은 오재명 회장에 업무상 횡령죄를 적용,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사명 무단 도용 외에도 티브이데일리 등 매체가 업무상 보관 중이던 수억대의 재물을 개인 용도로 사용해 횡령한 의혹이다.
한편 소리바다 측은 “자회사 고소 내용을 확인 중”이라면서 “주장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오해와 불미스러운 의혹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