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화를 다시 생각한다”…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새 도약

입력 2021-07-08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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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로서 영화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최대 규모의 장르영화제로 탄탄히 자리 잡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8일 오후 스물다섯 번째 축제의 막을 연다. 공포·스릴러·판타지·SF 등 장르적 색깔이 뚜렷한 영화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대해온 영화제는 이제 “뉴미디어”로서 영화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마치 출사표를 내던지듯 부천국제영화제는 이 같은 시선을 디딤돌 삼아 새로운 도약을 다짐했다.

7일 경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사무국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난 신 위원장은 “영화의 개념과 영역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장에서 보는 2시간가량 분량의 상영물”이라는 종전 영화의 일반적 개념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금, 영화를 다시 생각한다


그에 따르면 이제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과정은 큰 차이 없이 닮아가고 있다. 또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새로운 플랫폼이 주류시장에 진입했다. “극장은 잠식당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신철 위원장은 1989년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를 시작으로 ‘결혼이야기’ 등으로 철저한 사전 기획과 탄탄한 스토리 구성을 통해 충무로 기획영화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1994년 ‘구미호’로 한국영화 첫 본격 CG(컴퓨터그래픽)영화를 선보였다. 이듬해 제작한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는 충무로가 대규모 금융자본(일신창투)을 끌어들인 첫 영화가 되었다.1999년 장정일 작가이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장선우 감독의 ‘거짓말’이 등급보류 판정을 받으며 표현의 자유에 관한 사회적 논쟁을 이끌어냈다.

이 같은 영화제작자로서 걸어온 길은 신 위원장이 한국영화의 새로움을 늘 꿈꿔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가 현재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국영화가 또 하나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방향을 모색하려는 노력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신 위원장은 “필요하다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등 법제도 개정해야 한다”면서 “이제 새로운 영화의 시스템에 대해 준비하고 고민할 때이다”고 말했다.

그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고민은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에도 담겼다.

신 위원장은 “OTT, 줌, 메타버스 등 이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현상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미디어와 스토리텔링 콘텐츠도 진화하고 있다”면서 “이상해야 괜찮은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래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47개국 258편의 장단편영화를 선보이는 축제 본연의 역할은 물론 새로운 영화를 위한 시대를 선두에서 이끌겠다는 다짐을 두 무대에서 내놓는다.



9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경기 부천 고려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여는 ‘Cinema(시네마):영화를 다시 생각한다’ 컨퍼런스가 한 무대다.

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세계 영화계의 생존 전략을 찾아보고, 한국영화가 총체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특히 신 위원장의 언급처럼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 또는 디스크 등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영화”(영비법)를 새롭게 바라보며 영화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고, 영화의 재정의를 찾아나선다.

또 하나의 무대는 영화제 폐막일인 18일까지 인천국제공항 제1교통센터에서 펼치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확장현실(XR) 영화제 ‘XR3’이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홀로그램, 대체현실(SR) 의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김진아 감독의 ‘소요산’과 이승무 감독의 ‘레드 아이즈’ 등 국내외 80여편 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30여편은 7일 막을 올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와도 협업해 프랑스 칸 등과 함께 동시 공개되고 있다.

신철 위원장은 “문화와 IT가 만나 좀 더 확장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뉴미디로서 영화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철저한 방역 시스템 아래 관객 호응


이런 기조 위에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오프라인과 온라인 공간에서 동시에 열린다. 8일부터 15일까지는 경기 부천의 극장 중심으로 초청작을 상영한다. 이후 18일까지는 OTT 웨이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영화를 선보인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이 같은 노력에 관객도 화답하고 있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6일 오후 5시 현재 온라인을 통해 예매율이 84.7%에 달하고 있다. 이번 영화제 최대 화제작으로 꼽히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제작한 태국 공포영화 ‘랑종’의 경우 26초 만에 ‘관객과의 대화’ 상영분 티켓이 매진되기도 했다.

영화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 방역대책으로 관객을 맞는다.

발열 체크와 전자명부(QR) 작성은 물론 셀트리온으로부터 7400개의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후원받아 극장 등 영화제 관련 행사장에 비치했다. 영화제 모든 스태프는 매일 자가진단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기도 하다. 또 상영관에 전신소독기를 배치하는 등 감염병 확산을 막고 안전한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신철 위원장은 “올해 더욱 다양해진 프로그램을 관객을 맞게 됐다”면서 감염병 방역 체계 안에서 관객에게 적극 다가가는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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