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8부작으로 구성된 한국형 SF 장르물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원작의 최항용 감독이 연출을 맡고 배두나 공유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극 중 주인공들처럼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은 정우성은 지난한 과정을 돌아보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이하 정우성과 동아닷컴이 화상 인터뷰로 나눈 질의응답.
Q. 새로운 한국형 SF물을 선보였다. 제작자로 참여한 소감은.
A. 모든 것이 새로웠다. 달을 집중 조명해서 보여주는 영화가 흔하지도 않았고 본 기억도 없었다. 기술적인 노하우나 촬영 기법에 있어서 레퍼런스를 구해볼 수도 없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등 한정된 이미지, 우주의 저중력에서의 움직임 정도의 레퍼런스가 전부였다. 어떻게 구현할지 자체가 새로운 도전이었다. 모든 것이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았다. 두렵기도 했지만 새로움에 용기도 있었다.
Q. SF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었나.
A. ‘고요의 바다’가 SF 장르라 선택한 건 아니었다. 물과 관련된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어서 선택했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지’ ‘보는 분들에게 불편함은 없어야 할텐데’ 고민의 연속이었다. 달 기지의 만족도에 대한 반응을 보고 ‘실패한 도전은 아니었다’고 스스로 작은 만족도 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Q.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가에 글로벌 공개됐는데 그 과정을 보면서 어땠나.
A. 두려웠다. 기술적 레퍼런스가 없는 상황에서 만든 작품인데 ‘이 정도의 사이즈면 한국형 SF의 영상 구현을 할 만 하다’는 생각에 용기도 있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완성도로 전달될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에 공개되고 이틀은 정신없었던 것 같다.
많은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여러 팬들과 만나 공감을 일으켰고 그 정점을 찍은 작품이 ‘오징어 게임’이었다. 때문에 넷플릭스로 팬들에게 작품을 내놓는 건 굉장히 흥분되는 일이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 엄청난 기회이면서 책임감도 있어 양가적 입장이 공존한다.
Q. 원작의 어떤 부분에 매료됐나. 장편 시리즈로 만들면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나.
A. 물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당연한, 절대적인 필요 요소지 않나. 역설적인 소재와 설정이 매력적이었다. 물이 인류에게 부족한 상황이 됐을 때 달로 그것을 찾아간다는 역설이 재밌었다. 물 자원뿐 아니라 기후 변화, 환경 파괴, 자연 훼손 등 다양한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이를 얼마나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무엇 하나 당연한 게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지 질문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원작이 가진 물에 대한 질문, 역설, 아이러니는 계속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의식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고 그런 생각이 작품에 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Q. 피드백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A. ‘수고했어’ ‘멋진 도전이었어’라는 응원이 많았던 것 같다. 영상 산업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 좋았다.
‘고요의 바다’가 가진 특징 때문에 호불호의 시선은 당연하고 다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되짚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Q. 평면적인 캐릭터와 고요한 플롯을 지적하는 의견도 많았다. 과학적 오류에 대한 반응도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A.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어떤 요소의 충족을 원하는지에 따라 그 평가는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는 공상과학 SF 스릴러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스페이스 오페라와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중간 어디쯤인 것 같다.
과학적 논리의 입증도 중요하지만 이 세계가 가진 철학적 질문에 대한 방점을 찍는 작품이기 때문에 제작하는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해나갈까 연속적인 물음의 작업이었다. 물론 부족한 면이 충분히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부분에 있어서 전달은 무의미한 것인가 또 다른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유의미한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Q. 초기부터 8부작으로 계획됐나.
A. 단편을 장편 영화화해야겠다는 목적으로 도전했지만 여러 이해의 충돌로 인해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 와중에 넷플릭스와 인연이 돼 에피소드 8개짜리 시리즈로 결정이 났다. 장편 영화에서 시리즈물로 전환될 때 이야기 구성의 배합이 더 늘어나게 됐다.
Q. 배두나를 캐스팅하면서 적임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A. 막연한 이미지로 배두나를 상상했다. 그가 가진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중간의 이미지가 있어서 연상된 것 같다. 결과를 놓고 볼 때 정말 스스로는 맞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배두나 배우가 정말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Q. 제작자의 입장으로 연기자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건 어떤 기분인가.
A. 어려웠다. 동료 배우로 만났다면 캐릭터나 감정 교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입장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다른 동료 배우들이 어떻게 임하고 캐릭터를 구현하는지 바라보며 나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멋진 동료들을 알게 돼 좋았고 앞으로 작품에서 어떤 만남이 이뤄질지 기대도 된다.
Q. 특별출연과 관련된 논의는 초기부터 없었나.
A. 살짝 이야기가 나왔는데 시선이 분산될 까봐 바로 막았다. 8부 마지막에 목소리로 출연하고 끝냈다.
Q.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은.
A. 시즌2는 팬 여러분의 사랑이 결정지을 것 같다.
Q. 배우이자 제작자로 또 차기작 ‘보호자’로 장편 영화 연출자로도 데뷔를 앞두고 있다. 도전하고 싶거나 계획 중인 분야가 있나.
A. 없다. 지금도 충분하다. 현장에서 입증하는 작업의 연속이기 때문에 맡은 바를 잘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작자를 계획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여기까지 흘러왔는데 충분히 버거운 일인 것 같다. 작품의 영감은 계속 받고 있다. 하고 싶은 아이템을 어떻게 잘 구현해 나가는지가 앞으로의 숙제일 것 같다.
Q. 연출작 ‘보호자’의 진행 상황은.
A. 코로나19로 인해 녹록치 않은 현실인 건 틀림없지만 뚫고 나가려 한다. 올해 중반 개봉을 목표로 작업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Q. 이정재의 ‘1만원 출연권’은 언제 사용할 계획인가.
A. 출연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언제 쓸지는 타이밍을 정해야겠지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