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손석구→이민기·이엘 열연만 빛났다 (나의 해방일지) [종합]

입력 2022-05-30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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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가 막을 내렸다.
29일 방송된 ‘나의 해방일’ 최종회에서 다시 한번 운명처럼 자신 자리를 찾아간 염창희(이민기 분)는 장례지도사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언제나 공허한 마음으로 살아오던 염미정(김지원 분)은 마침내 내면을 사랑으로 채웠다. 행복하면 더 큰 불행이 올까 두려워했던 구씨(손석구 분)는 조금씩 행복을 찾아가며 변화했다. 염기정(이엘 분)은 조태훈(이기우 분)과 끝까지 행복을 지켰다.
‘나의 해방일’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 남매의 행복 소생기다. 저마다의 인생에서 ‘해방’을 꿈꿨던 각 인물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다. 삶은 계속되고 또다시 겨울은 오겠지만, 염씨 삼 남매와 구씨는 전과 다른 삶을 시작하려고 했다.
‘나의 해방일지’는 시작부터 자존감 낮은 이들을 겨냥한 ‘이게 요즘 감성’이라는 ‘추앙 알고리즘’ 양산하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부족하고 결여된 감정 한구석을 파고 들어 ‘이건 내 이야기다’라는 감정 과잉을 자극하며 공감대를 형성해 크게 주목받았다. 서울과 거리가 조금 먼, 경기도 수원 어딘가라는 산포라는 억지스러운 가상의 지역을 배경으로 염씨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염씨 남매 각자가 품은 고민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고민 해봤을 이야기라는 제작진. 전 연인에게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주고 은행으로부터 채무 독촉을 받는 설정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포인트인지 알 수 없지만, 제작진은 ‘추앙’ 설정의 매개가 되는 지점을 설렘으로 포장해 아름답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염미정이 처음 구씨에게 “난 사랑만으로는 안 된다. 날 추앙하라”고 말하는 지점은 두 사람 로맨스 시발점이지만, 언뜻 대사만 놓고 보면 현실성은 전혀 없다. 현실을 반영한 공감대를 형성한 작품이라고 하지만, 저 대사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 로맨스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판타지다.
오히려 캐릭터 설정 자체는 견딜 수 없는 답답함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염창희와 염기정이 보다 현실적이다. 빠르게 사랑에 빠지지만, 진짜 사랑을 해본 적 없는 염기정에게 찾아온 잔잔하게 스며드는 조태훈과의 사랑이 보다 현실성이 짙다.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갈망하는 염창희 그 자체가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하루를 사는 또래의 이들에게 현실적인 공감을 안겨준다.
캐릭터 설정과 공간적 배경이 엉성한 ‘나의 해방일지’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 모든 것을 상쇄한 배우들 열연이 빛났다는 점이다. 이민기, 김지원, 손석구, 이엘에게 ‘나의 해방일지’ 속 캐릭터는 배우 개개인에게 특별한 제 역량을 크게 높여줬다.

이민기는 배우 그 자체를 보여주는 듯한 염창희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김지원은 자존감 바닥인 염미정을 통해 ‘추앙 알고리즘’을 양산한 주인공으로 작품 열성 팬들에게 크게 지지받았다. ‘이 외모가 아니면 추앙받고 싶지 않을’ 구씨를 연기한 손석구는 신드롬급 인기다. 손석구가 구씨를 하지 않았다면, 구씨가 손석구 외모가 아니었다면, ‘추앙 알고리즘’은 플랫폼에서 생성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크게 주목받은 이엘에게는 재발견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여기에 천호진, 이기우, 박수영, 정수영, 전혜진, 이경성, 김로사, 이지혜 등이 안정적인 연기로 극이 흔들리지 않게 무게를 잡아주면서 ‘나의 해방일지’는 애초 원하던 방향을 완성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제작진은 “‘나의 해방일지’는 막을 내렸지만, 각 인물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삶이 계속되는 한 삼 남매와 구씨는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가며 자신들만의 ‘해방일지’를 완성해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이 드라마를 만난 시청자들도 각자의 페이지를 써 내려갈 것이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만, 행복하기 어려운 삶에서 잠시나마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준 ‘나의 해방일지’는 오래 기억될 인생 드라마로 남았다”고 자평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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