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탕웨이, 흔한 노출보다 강렬한 ‘헤어질 결심’ ft.김신영 (종합)[DA:현장]

입력 2022-06-21 17: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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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탕웨이, 흔한 노출보다 강렬한 ‘헤어질 결심’ ft.김신영 (종합)[DA:현장]

폭력과 노출이 난무하던 박찬욱 감독의 세계가 달라졌다. 하지만 감정의 진폭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농도는 짙다.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 더욱 아찔한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이 베일을 벗는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 언론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 이날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과 주연 배우 박해일, 탕웨이가 참석해 영화에 대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멜로극.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지만 이례적(?)으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헤어질 결심’은 자극적인 장면을 덜어내고 감정의 선율에 집중했다. 박 감독은 “‘15세 관람가’를 의도한 건 아니다. 다만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른들 이야기’라고 하니까 주변에서는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감정에 집중하고자 했다. 격정적이기 보다 은근하고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면 자극적인 요소는 줄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젊을 때는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해가면서 살아가지만, 나이 든다는 건 다르게 표현하자면 ‘솔직해지기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참아야할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며 “‘헤어질 결심’ 속 두 사람이 어떻게 하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기 감정을 전달할까 생각했다. 참기 힘든 이 감정을 어떻게 감추고 참는지를 담은 영화인데 현명하고 경험이 풍부한 두 배우가 잘 표현해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다음 영화가 뭐가 될지는 모른다. 작업 중인 TV드라마가 있는데 HBO는 노출도 강하게 된다더라. 그래도 강한 요소는 없을 것 같다”며 “폭력이나 섹스, 노출 같은 것이 강한 작품도 여러개 준비하고 있다. 그때그때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헤어질 결심’을 통해 박찬욱과 처음 만난 박해일은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의 직위에 오를 만큼 에이스지만 사망자의 아내 ‘서래’에게 강렬한 호기심을 품으며 혼란에 빠지는 ‘해준’을 연기했다. 그는 “해준의 모호하고 미묘한 감정의 순간순간을 만들어갈 때 감독님은 내가 해오고 해내는 것에 대해 많이 지지해주셨다. 기운을 받아서 재밌게 촬영했다”며 “탕웨이와의 호흡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고 고마워했다.

‘만추’ 이후 12년 만에 한국 영화에 출연한 탕웨이는 진심을 숨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표현했다. 그는 “서래는 고난의 삶에 놓여 있어 진정한 사랑을 만나더라도 표현할 수 없고 마음으로만 받아들이고 숨길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내 감정을 가지고 안으로 더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해야겠다 싶었다. 그 부분에서 감독님의 연출도 교묘하게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대사를 소화한 탕웨이는 “실제로 한국어를 잘 하지 못한다. 하나도 못 해서 외워서 해야 했다. 대사보다는 소리 없는 감정의 표현을 통해 인물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박해일 배우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탕웨이는 “한국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생활 한국어는 배우지 못했다. ‘헤어질 결심’을 한국어로 촬영했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너 이제 한국어 잘 하겠다’고 하는데 기본적인 생활 한국어를 모른다. 대사를 하기 위해 너무 고급 한국어를 배웠다. 초급 한국어도 열심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기할 때 대사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야했는데 영화 속 내 표정이 신비로워 보인다면 내가 생각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헤어질 결심’ 후반부에는 뜻밖의 인물이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개그맨 김신영이 후배 형사로 출연하는 것. 박 감독은 김신영에 대해 “‘행님아’ 때부터 팬이었다. 코미디를 잘 하는 사람들은 보통 다른 연기도 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염려 없이 확신을 가지고 캐스팅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 해줬다. 우리 영화의 보배 같다. 김신영 씨가 바빠서 하실지 모르겠지만 다른 감독님들도 기회를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신영과 호흡을 맞춘 박해일은 “처음에 캐스팅을 듣고 무릎을 쳤다. 신의 한 수라고 생각했다. 김신영은 원래 희극인이지 않나. 무대 위에서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니까 연기에 대해 전혀 걱정 없었다. 박찬욱 감독님 앞에서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해일과 탕웨이가 그리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헤어질 결심’은 29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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