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감독 이정재 “눈물의 시간, 꿈에서나 풀릴까 싶었다”(종합)[DA:인터뷰]

입력 2022-08-04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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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가 영화 ‘헌트’를 통해 배우 그리고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첫 감독 도전이지만, 칸 영화제에 초청되는 쾌거를 거뒀고, 여기에 더해 언론시사회 이후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정재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첫 감독 도전, 그 속에 숨겨진 고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정재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헌트’ 인터뷰에서 기자들과 만나 “꿈에서나 풀릴까 싶었다. 눈물의 이 시간이”라고 말하며 그간의 힘든 시간들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이번 영화 ‘헌트’에서 처음으로 감독에 도전한 이정재는 “아무래도 주제를 무엇으로 설정하느냐가 가장 어려웠다. 실제 사건이 연상되는 장면을 어디까지 영화적 표현으로, 상상력으로 할 수 있을까. 그런 작업을 해도 될 것인가. 잘못 시도했다가 비난으로 내 연기 커리어에도 지장이 있지 않을까 불안감이 굉장히 많았다”라고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또 “스파이 장르물을 살리기 위해 미스터리한 부분과 서스펜스한 부분을 조화롭게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투톱 구조의 이야기 캐릭터를 만든다는 게 어렵다. 안 그러면 캐스팅도 안 된다. 그런 것들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 신인감독이기도 하고, 연기자 출신인 감독에게는 좋게 된 사례가 없다. 연기자 출신이라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높이고, 그것 또한 압박 중의 압박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정재가 선택한 장르는 액션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마음먹으면서부터, 예전에 재밌게 본 스파이 장르물을 찾아봤다. 내가 좋아했던 건 ‘추운나라에서 온 스파이’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를 좋게 봤다. 막상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생각하니, 너무 지루하더라. 다양한 상황의 액션을 계속 중간마다 배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혼용되는 스토리 안에 액션이 뜬금없이 나오기는 힘들었다. 꿈에서는 과연 풀리지 않을까, 술을 마시면서 쓰기도 했다. 안 해본 게 없다. 봉준호 감독님은 카페에서 쓰신다는데, 나도 카페에서 써볼까 싶어서 카페에서 써보기도 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헌트’는 화려한 액션과 긴장만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다. 어쩌면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에 이정재의 선택이 더욱 뜻밖일 수밖에 없었다. 이정재는 “몇 가지 후보 주제들이 있었다. 어떤 주제가 됐든, 너무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건 개인적으로 불편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영화라, 볼거리가 많이 보여야 해서 상업적으로 나와야 해서 주제 찾기가 더 어려웠다. 그런 주제를 찾으면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 속에 대통령 선거가 있던 시기였다. 그 몇 년 동안 뉴스가 관심도가 높았다. 우리 국민들이 양극화로 갈라져서 대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살아왔던 과정들 중에 가장 심화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맞는 것인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 이 주제를 가지고 캐릭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라며 “과거 실제 사건들을 재현하지 않는 형식에서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 강화시켜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헌트’는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바 있다. 이런 칸 영화제 초청이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에 대해 묻자, 이정재는 “발표가 나기 전, 그리고 직후에 ‘오징어 게임’의 후광으로 칸 영화제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전 세계에서 2000편이 넘는 영화가 후보에 있었다고 하더라. 그 많은 영화들 중에서 제일 유명한 게 ‘이정재’냐면 절대 아니라는 거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 감사했다.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영화의 주제나, 이 결과물을 보시고 뽑으신 거지 ‘이정재’ 하나만 보고 뽑은 게 아니라 훨씬 더 값지고 기뻐할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얼마나 철두철미한 준비과정을 통해 ‘헌트’를 완성시켰는지 엿볼 수 있게 했다. 이정재는 “삶에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사는 건 어느 정도는 당연히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연기자로만 생활했을 때 느낀 것과, 또 다른 분야의 스태프들과 작업하다보니 이 분들 역시도 본인 영화가 흥행을 했으면 좋겠고 호평을 얻길 바라는 마음은 배우들 못지않다”라고 느낀 바를 설명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연예계 소문난 절친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는 정말 오랜 만에 한 작품에서 호흡한 두 사람. 이정재는 “우성 씨와 생각이 많은 부분이 같다. 나이도 같으니까, 요즘 후배들이 질문이 많다. 그러면 ‘이제 우리가 나이를 먹었다’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도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정우성, 이정재가 맨날 같이 사업도 하고 밥도 같이 먹는 거 다 아시는데, 영화에서까지 저렇게 선배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개구진 모습으로 보인다는 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반백년을 살았는데, 영화에서 그런 모습으로 나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들 많이 생각해야 해서 꽤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정재는 다음 영화 연출 계획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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