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정성화 “안중근으로 산 14년, 영광스럽고 멋진 일” [인터뷰]

입력 2022-12-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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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배우 정성화가 “역할과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체중 감량을 하다 뮤지컬 무대에서 쓰러졌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CJ ENM

21일 개봉하는 뮤지컬영화 ‘영웅’서 안중근 의사 열연한 정성화

2009년부터 뮤지컬서 그려온 민족 영웅
안중근 의사 연기가 누 될까 겁도 났지요
14kg 감량후 무대서 노래하다 ‘블랙아웃’
사형대 오르며 부른 ‘장부가’ 열세번 촬영
관객이 날 믿을 수 있게 증명하고 싶어요
뮤지컬영화 ‘영웅’(제작 JK필름)에서 안중근 의사를 연기한 배우 정성화(47)의 표정이 사뭇 결연하다. 연말 스크린에 걸리는 대작의 주인공으로 나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2009년부터 뮤지컬 무대에 그려왔던 민족 영웅의 의지와 진심을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다.

21일 개봉하는 영화는 안중근 의사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하고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아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1년을 그린다.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정성화는 “14년 동안 안중근 의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영광스럽고 멋진 일”이라면서도 “나라는 사람에게 안중근 의사가 투영되는 것 자체가 큰 무게로 다가왔다. 살아오면서 잘못한 일은 없는지 계속 돌아보고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체중 감량하다 무대에서 쓰러져”

그는 오랜 시간 원작 뮤지컬을 이끌어 왔어도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명 영화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지만 연출자 윤제균 감독의 선택은 정성화였다. 윤 감독의 제안에 “기쁘면서도 두려웠다”고 솔직히 말했다.

“2009년 초연 뮤지컬에 캐스팅됐을 때는 마냥 기뻤거든요. 뮤지컬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더욱 신났죠. 하지만 나이가 들어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려니 누가 될 것 같아 겁도 났어요. 정말 모든 걸 쏟아 부으리라 마음먹었죠. 정말 치열하게, 후회 없이 연기했습니다.”

겉모습까지 안중근 의사와 닮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 달여 만에 14kg까지 체중을 감량했다. 너무 먹지 않아 무대 위에서 고음을 부르다 쓰러진 적도 있다. “높은 리프트 위에 노래를 부르다 블랙아웃 됐다. 밧줄에 목이 걸려 겨우 떨어지지 않았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무대에서 수백 번 불렀던 뮤지컬 넘버들이지만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부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사형대에 오르며 ‘장부가’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열세 번이나 촬영했다”며 “노래를 잘하고 나면 감정이 덜 사는 거 같고 감정을 잘 살리면 노래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중에는 스스로 소리를 내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노래를 불렀다”며 웃었다.


●“한국 뮤지컬영화의 발판되길”

1994년 SBS 3기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그는 2004년 뮤지컬배우로 전향해 여러 편견들을 이기고 ‘맨 오브 라만차’, ‘라디오스타’, ‘레 미제라블’ ‘킹키부츠’ 등 각종 뮤지컬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며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컬배우로 거듭났다. 이제는 영화계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뮤지컬에서만 열심히 하던 배우 아니야?’ 혹은 ‘옛날 개그맨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거예요. 하지만 어떤 무대이든 관객이 절 믿을 수 있게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이번 영화로 관객의 의심을 지운다면 그다음 영화에서는 절 믿어주실 거라 생각해요.”

또한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한국영화에서도 뮤지컬영화가 주류의 한 장르로 서길 바랐다. “우리 영화가 잘 돼서 뮤지컬영화의 앞길에 미약하게나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영웅’ 말고도 한국 창작 뮤지컬 중에서도 영화로 만들어지면 정말 좋을 작품들이 정말 많거든요. 또한 좋은 뮤지컬배우들이 무대뿐만 아니라 영화 등 여러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길 바라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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