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첫 시즌에서 미혼모 박정자 역을 맡고 강렬한 연기를 펼친 김신록을 다시 ‘지옥 세계관’에 불러들인 연 감독은 “언제나 믿을수 있는 배우” 김신록을 ‘믿보배’ 그 자체라 힘줘 말했다. 김신록 역시 “‘지옥’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라 화답했다.
김신록이 연기한 박정자는 시즌1에서 시연 생중계를 통해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지옥에 간 뒤 약 4년 만에 다시 살아난 ‘부활자’로 등장한다. 죽음을 앞둔 캐릭터의 절박함을 실감 나게 연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에 등장한 ‘지옥행 고지’의 공포감을 대변했던 그는 이번 시즌에는 만연해진 세상에 새로운 혼란을 야기하는 핵심 인물로 눈길을 끈다.
“이전 시즌과 같은 인물을 연기했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완전히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같아요. 프랑스 혁명 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을 앞두고 극심한 공포와 스트레스로 인해 하루 만에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했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그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엄청난 사건으로 극단적으로 달라져 버린 인물의 변화를 말이에요.”
불에 타 지옥에 갔던 박정자가 부활하는 순간을 연기할 때는 “미래에서 과거로 온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가 박정자가 부활하는 모습으로 끝나 잖아요. 그래서 저는 시즌2가 글너 박정자가 뚜벅 뚜벅 걸어나오는 모습으로 시작될 줄 알았어요. 박정자가 (새진리회의) 새로운 교주가 되는 거 아닌가 상상해 보기도 했죠. 그런데 시즌2는 부활 후 곧바로 4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가 시작되더라고요.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하하.”
이야기에 모든 면에서 생각지도 못한 신선한 충격은 안긴 시즌2를 보며 “내가 이렇게 좋은 작품에 참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행복했다고 돌이켰다. 이렇게나 좋은 작품을 만나는 건 배우로서도 다신 없을지도 모르는 “귀한 경험”이라고도 힘줘 말했다.
“‘지옥’은 ‘왜?’가 아닌 ‘어떻게?’를 묻는 작품이라 생각해요. 생각지도 못한 불행과 마주하게 됐을 때 ‘아니 내게 왜?’가 아니라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럼에도 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 아주 지적인 시리즈에요. 이런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또 아주 엔터테이닝한 작품이죠. 이런 밸런스를 갖춘 작품은 정말 흔치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요.”
그는 ‘지옥’ 시즌2 공개에 앞서 2주 먼저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으로 글로벌 관객을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오히려 두 편의 좋은 작품을 잇달아 선보일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 대본 손 캐릭터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배우들, 그들과의 조합, 내 역할 등을 함께 고려해서 캐릭터라이징을 하려고 해요. 그래야 작품 속에서 저를 볼 때 대중의 피로도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지옥’ 시즌2와 ‘전, 란’ 역시 완전히 다른 세계관 속 전혀 다른 저를 동시에 보여드릴 수 있어 ‘오히려 좋아!’라고 외치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