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구미 콘서트 일방적 대관 취소 유감…법적 대응 진행” [전문]
가수 이승환이 구미 콘서트를 취소당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오전 9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승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언으로 인한 정치적 오해와 시민 분열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지난 10일 발송하고 유선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 이승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시의 시민안전에 대한 협조요청에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언급을 해 시민들과 관객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관객과 보수 우익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일 우선은 시민의 안전”이라면서 대관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승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인을 요구받은 서약서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서약서에는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기획사 하늘이엔티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승환은 구미 콘서트를 취소당한 것에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다. 또한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다.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다”고 설명하면서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승환은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 구미시장의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회관은 20일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첨부 그림 참조)에 날인할 것을 요구했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였다. 이에 나는 법무법인을 통해 22일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다. 나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내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이냐.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환은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다.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팬들에게 대신 사과하면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승환은 이어진 게시물에서 “공연 도시는 가수나 소속사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 공연기획사의 대관 유무, 공연 유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러분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환 입장문 전문
가수 이승환입니다. 2024. 12. 25. 구미문화예술회관(이하 ‘회관’)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 대관 취소와 관련해서 입장을 밝힙니다.
1.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2.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①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습니다. 또한 ②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③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습니다.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습니다.
3.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입니다. 구미시장의 2024. 12. 23.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회관은 2024. 12. 20.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첨부 그림 참조)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2024. 12. 22.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입니다.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습니다.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입니까?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닙니까?
4.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구요.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입니다.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입니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습니다. 안타깝고 비참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힐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습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가수 이승환이 구미 콘서트를 취소당한 것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11시 구미시청 대회의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취소한다는 공문을 오전 9시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이승환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발언으로 인한 정치적 오해와 시민 분열에 대해 생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에서 허가 조건을 강조하는 공문을 지난 10일 발송하고 유선상으로 우려를 표하면서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 이승환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정치적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
그는 “구미시의 시민안전에 대한 협조요청에 ‘보수 우익단체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시민단체에 조롱과 냉소로 비칠 소지가 다분한 언급을 해 시민들과 관객의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했다”면서 “관객과 보수 우익 단체 간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 안전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콘서트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일 우선은 시민의 안전”이라면서 대관 취소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승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날인을 요구받은 서약서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서약서에는 “대공연장 내 관람객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하겠음” “기획사 하늘이엔티 및 가수 이승환 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승환은 구미 콘서트를 취소당한 것에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다. 또한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다.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다”고 설명하면서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다”고 반박했다.
이승환은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인다. 구미시장의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회관은 20일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첨부 그림 참조)에 날인할 것을 요구했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였다. 이에 나는 법무법인을 통해 22일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다. 나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는다.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내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이냐.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환은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다.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피해를 입은 팬들에게 대신 사과하면서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다. 안타깝고 비참하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일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이승환은 이어진 게시물에서 “공연 도시는 가수나 소속사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 공연기획사의 대관 유무, 공연 유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러분의 바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환 입장문 전문
가수 이승환입니다. 2024. 12. 25. 구미문화예술회관(이하 ‘회관’)에서 예정되었던 콘서트 대관 취소와 관련해서 입장을 밝힙니다.
1.
구미시 측의 일방적인 콘서트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합니다. 저는 신속하게 구미시 측에 법적 대응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입니다.
2.
구미시 측은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하나,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① 공연 참석자들에게 공연 반대 집회 측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해주시고, 집회 측을 자극할 수 있는 언행도 삼가달라 요청을 드렸습니다. 또한 ② 회관에 “현재 집회신고가 되어있는 장소를 지도에 표시해서 보내주신다면, 관객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해당 장소를 피하거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지”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③ 현장 경호인력을 증원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관에도 통지했습니다.
구미시 측은 경찰 등을 통해 적절한 집회·시위를 보장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문화를 향유할 권리도 지켰어야 했습니다.
3.
대관 취소의 진짜 이유는 “서약서 날인 거부”였다고 보입니다. 구미시장의 2024. 12. 23. 대관 취소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차례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회관은 2024. 12. 20. 공연 기획사에게 공문을 보내 기획사 대표와 가수 이승환에게 “기획사 및 가수 이승환씨는 구미문화예술회관공연 허가 규정에 따라 정치적 선동 및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서약서(첨부 그림 참조)에 날인할 것을 요구하였고, ‘미 이행시 취소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습니다.
대관규정 및 사용허가 내용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서약서 작성’ 요구를, 그것도 계약 당사자도 아닌 출연자의 서약까지 포함해, 대관일자가 임박한 시점에 심지어 일요일 특정 시간(2024. 12. 22. 오후 2시)까지 제출하라 요구하며 ‘대관 취소’를 언급하는 것은 부당한 요구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법무법인을 통해 2024. 12. 22. 회관 측에 서명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선동’의 사전적 정의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입니다. 저는 ‘정치적 선동’을 하지 않습니다. 몇몇 극장의 대관계약서에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공연‘은 대관을 불허한다는 조건은 있지만 제 공연이 ’정치적 목적‘의 행사는 아니었기에, 지금까지 대관에서 문제가 된 적은 없습니다.
정치적 오해’는 또 무엇입니까? “여러분 요즘 답답하시죠?” “여러분 요즘 좀 편안하시죠?” 어떤 말도 오해가 되는 상황이니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닙니까?
4.
저는 35년을 가수로 살아오면서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공연계를 브랜드화, 시스템화시켰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내 공연이 최고다‘라는 자신감도 있구요.
그런데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요.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입니다.
2024년 12월, 한 음악인은 공연 직전 ‘십자가 밟기’를 강요당했고, 그 자체가 부당하기에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공연이 취소되었습니다.
많은 팬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티켓비용 뿐만 아니라, 교통비, 숙박비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날 공연을 보겠다 기대하였던 일상이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사건은 ‘표현의 자유’ 문제입니다. 창작자에게 공공기관이 사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음’이라는 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했고, 그 요구를 따르지 않자 불이익이 발생했습니다. 안타깝고 비참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준을 다시 높힐 수 있도록 문제를 지적하고 바꾸겠습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