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이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깊은 연기를 완성해내며 또 다른 존재감을 증명하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매력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 ‘귀마’로 분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병헌은 데뷔 초 ‘아마게돈’(1995), ‘마리 이야기’(2001) 등 애니메이션 더빙 경험이 있는 배우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약 20여 년 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특히 그는 이번 작품에서 출연진 중 유일하게 한국어와 영어 두 버전 모두 더빙을 소화하며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그는 “처음에는 영어 더빙만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후 한국어 더빙도 제안받아 함께 진행하게 됐다”며 “영어 더빙은 문화적 뉘앙스와 감정을 고려해 세 차례에 걸쳐 정교하게 녹음했고, 한국어는 하루 만에 녹음을 마쳤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귀마는 강력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끄는 캐릭터다. 이병헌은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사자보이즈의 노래를 어색하게 따라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귀마라는 인물의 무시무시한 외형과 카리스마 속에서 살짝 어설프고 인간적인 면이 드러나는 지점이라 고민이 많았고, 오히려 그 점이 더 좋았다”며 진정성 있는 연기 고민을 전했다.

또한 그는 영화 ‘킹 오브 킹스’에서도 찰스 디킨스, 에덴동산의 뱀 등 무려 일곱 명의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하며 목소리 연기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이야기라 즐겁게 임했다. 아버지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이 평소의 나와 닮아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병헌은 목소리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눈빛, 표정 없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감정을 다 표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며, 실제 녹음 현장에서는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표정을 따라 지으며 캐릭터의 감정을 살리기 위해 몰입했다고 밝혔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