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속 모은(김고은) 사진제공 |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속 모은(김고은) 사진제공 | 넷플릭스


OTT를 중심으로 사이코패스 여성 캐릭터를 내세운 장르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티빙 ‘친애하는 X’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백아진을 연기한 김유정과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에서 사이코패스적 기질을 지닌 모은을 연기한 김고은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9일 공개된 펀덱스(funDEX)의 화제성 조사에 따르면 김고은이 1위, 앞서 1위 자리를 지키던 김유정은 3위를 기록했다. ‘친애하는 X’는 전 세계 108개국 OTT 플랫폼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열풍을 선도했으며, 지난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된 ‘자백의 대가’는 공개 직후 단숨에 대한민국 톱10의 1위를 거머쥐었다.

‘친애하는 X’ 속 백아진(김유정) 사진제공 | 티빙

‘친애하는 X’ 속 백아진(김유정) 사진제공 | 티빙

두 작품의 공통점은 바로 반사회적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장르물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권력, 이익, 쾌락을 위해 악행을 일삼는 주로 단선적인 남성 피카레스크(악인 중심 서사)와 달리 여성 피카레스크는 인물의 비뚤어진 동기나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며 시청자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복합적인 내면과 맞물려 다채로운 양상을 띠는 것 역시 여성 악인만의 매력이다. 긴 생머리와 청순한 외모로 묘사되는 백아진(김유정)은 자신의 ‘여성성을 역이용’해 주변인을 조종하고 희생시키며, 남성 중심의 권력 생태를 전복하는 ‘최상위 포식자’ 같은 인물이다.

반면 모은(김고은)은 삭발 급의 짧은 머리로 자신의 여성성을 극단적으로 지워냈다. 성은 물론 선과 악의 진위마저 지워낸 그는 내내 의뭉스러움과 서늘한 분위기로 극의 공기를 압도한다. 

‘자백의 대가’ 속 모은(김고은) 사진제공 |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속 모은(김고은) 사진제공 | 넷플릭스

최근 작품들에선 여성 악인 서사의 ‘진화’ 역시 목격된다. 과거에는 복수나 치정 등 여성 악인의 행위에 있어 동기를 충분히 설득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지만, 최근에는 인물의 반사회적 기질과 행위 자체에 무게를 두고 보다 힘 있고 속도감 있는 전개로 나아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기를 끄는 여성 피카레스크물에 대해 “스릴러 장르의 문법은 유지하되, 신선함과 전복적 쾌감이 더해졌다” 평했다.

이어 여성 악인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착한 동기’가 흐려진 점을 차별점으로 들고는 “금기를 깬 서사에 시청자들이 해방감과 통쾌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인기 배경에 대해 분석하기도 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