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의 딸이지만 신분의 한계를 깨려 하고, 대기업 감사실장은 차가운 눈빛으로 조직의 비리를 파고든다. 여기에 조선의 악녀가 현대에 떨어져 판을 흔든다. 2026년 드라마 여주인공들이 달라졌다. 청순하고 지고지순한 인물 대신, 자기 욕망을 알고 직접 움직이는 ‘센 여주인공’들이 안방극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아이유다. 아이유는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에서 재계 1위 캐슬그룹 둘째이자 캐슬뷰티 대표 성희주 역을 맡았다. 성희주는 화려한 외모와 비상한 두뇌, 지독한 승부욕을 모두 지닌 인물이다.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신분의 한계 앞에서 멈추지 않고 이를 돌파하려는 욕망을 드러낸다.

성희주는 사랑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인물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 직접 판을 설계하고, 필요하다면 계약결혼이라는 선택까지 감행한다. 로맨스의 중심에 서 있지만, 그 로맨스 역시 캐릭터의 욕망과 생존 전략 안에서 움직인다. 아이유는 성희주를 통해 사랑스러움과 야망, 화려함과 결핍을 동시에 지닌 새로운 재벌 여주를 그려내고 있다.


신혜선은 tvN 토일드라마 ‘은밀한 감사’에서 해무그룹 감사실장 주인아로 변신했다. 주인아는 차갑고 이성적인 카리스마를 앞세워 사내 비리와 은밀한 사건을 파헤치는 오피스 수사극의 중심에 선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증거와 원칙으로 조직의 균열을 파고드는 인물이다.

신혜선은 절제된 말투와 단단한 눈빛으로 ‘카리스마 감사실장’ 캐릭터를 완성한다. 주인아는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움직이고, 조직 안에 숨은 문제를 끝까지 추적한다. 기존 오피스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가 관계나 로맨스 안에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주인아는 직업적 능력과 판단력 자체로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 인물이다.

임지연은 SBS 새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에서 또 다른 결의 ‘센 여자’를 예고한다. 그는 조선의 악녀 강단심과 그의 영혼이 빙의된 무명배우 신서리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한다. 강단심은 ‘나라를 뒤흔든 요녀’라 불리는 인물로, 현대의 신서리와 만나며 예측 불가한 파장을 일으킨다.


5월 8일 방송될 ‘멋진 신세계’ 속 임지연은 특유의 독기와 놀라운 적응력, 거침없는 언변으로 현대 사회를 뒤흔드는 ‘조선 걸크러시’ 캐릭터를 보여줄 전망이다. 앞서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얼굴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악역과 욕망형 캐릭터를 설득해온 임지연인 만큼 이번 1인 2역 역시 그의 장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