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왕영은의행복한아침편지]카드보다값진‘어머니인생’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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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저희 집은 자정이 다 지나도록 온 가족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엄마가 잃어버린 신용카드 한 장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렀던 겁니다. 온 집안을 들쑤시며 그 잃어버린 카드를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원래 저희 집이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고 있는데 말입니다. 주위사람들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만들어도, 어김없이 아버지가 가위로 다 잘라버리십니다. 카드라고는 체크카드 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아버지가 통장 관리를 하시며 돈 관리를 다 하시기에 저희 엄마는 은행 업무도 잘 모르십니다. 당연히 카드 사용법도 잘 모르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신용카드를 갖고 계시다가 잃어버리셨으니, 집안은 당연히 난리가 났던 겁니다. 그래서 일단은 급한 대로 분실신고를 했습니다. 그리고는 온 가족이 계속해서 카드를 찾았는데 안 보였습니다. 엄마는 가족들이 카드를 찾는 내내 안절부절못하시고, “아이고 어쩌냐? 그거 못 찾으면 어쩌냐?” 하시면서 발을 동동 구르셨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잔소리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저희는 모두 포기하고 막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그 때 인터넷고지서와 함께 돌돌 말려있는 엄마의 카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찾았다는 기쁨에 얼른 엄마를 드렸는데, 엄마는 그걸 받자마자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하셨습니다. “내가… 내 나이 오십이 넘도록 카드 하나도 제대로 관리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고, 이게 뭐니? 내가 바보지, 내가 바보야! 이 나이 먹도록 카드 하나 제대로 쓸 줄도 모르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살았으니… 엄마 인생 왜 이러니? 왜 이렇게 살았을까? 응?” 하시는데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사실 저도 아버지께 잔소리 듣는 게 싫어서 카드를 찾는 내내 “엄마는 칠칠맞게 카드 하나 제대로 챙기지도 못하고 어디다 흘린 거야? 엄마도 잘 좀 찾아봐, 엄마 주머니에 넣으시는 것 같던데, 없어요?”라고 하면서 엄마를 막 몰아세웠습니다. 우리들 같으면 카드 잃어버려도 분실신고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엄마는 그런 방법을 모르셨으니 더 크게 걱정한 겁니다. 남의 손에 넘어가 돈을 다 써버릴까 내내 마음을 졸이고 계셨던 겁니다. 어쨌든 카드를 찾으시며 엄마는 세상물정 모르는 엄마 자신을 많이 원망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꼭 그게 아니라고 엄마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엄마는 저를 이만큼 키워주신 제 마음 속의 영웅이고, 세상물정 좀 어둡다고 제 엄마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테니 걱정하시면 안 된다고요. 이제 엄마가 어두운 표정을 얼른 지우시고, 다시 푸근하게 웃으시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엄마를 다그치고 난리를 쳐서 죄송합니다. 엄마는 멋진 분이십니다. 카드가 무슨 상관이겠어요. 엄마! 사랑해요. 울산 방어동|손민정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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