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엄마,담임선생님너무좋아”

입력 2008-06-0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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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초등학교 때처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까’ 내심 걱정이 많았습니다. 몇 개월 지난 지금은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습니다. 왜냐면 우리 아이 담임 선생님이 박상인 선생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총회 때 처음 박상인 선생님을 뵙게 됐는데 그 분이 그러셨습니다. “작년까지 중 3을 맡았는데, 친구들 사이에 잘 끼지 못하고 맴도는 아이들이 몇 있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앞으로 1학년은 학기 초부터 8개의 모둠을 조성해 서로 돕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시면서 ‘모둠일기’라는 걸 만들어서 친구가 쓴 글에 댓글을 달게 했습니다. 그걸 학년 말에 문집으로 만들겠다고 그러셨는데, 왠지 그 ‘모둠일기’라는 것도 기대가 많이 되었습니다. 4월 어느 날 아들이 자기 팀의 모둠일기장을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저는 궁금한 마음에 아들이 학원 간 사이에 그걸 꺼내서 읽어봤습니다. 친구들끼리 댓글도 달아주고, 여학생들이 아기자기한 그림도 그려 넣고, 꽤 멋진 작품(?)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우리 아들의 글도 있었는데, ‘14살 우리 아들이 그동안 많이 컸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참 흐뭇했답니다. 그 ‘모둠일기장’에 박상인 선생님의 글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인상 깊어서 제가 그대로 한번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4월 14일 월요일. 또다시 월요일이 시작되었네. 3월의 그 흥분되고 신나던 감정들이 차츰 사그라져들기 시작하면서, 부쩍 짜증을 많이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미안하다. 얘들아. 나도 인간인지라 감정 조절이 잘 안될 때가 있거든. 지난번에 잠깐 얘기했듯이 난 이번 주말에 초등학교 1학년인 우리 아이하고 같이 있었단다. 이것저것 물어봤더니 짝이 자꾸 때리기도 하고, 급식도 잘 안 넘어가고, 화장실도 자주 가고 싶은데 선생님이 안 보내 주시고 해서 학교 가는 게 싫다고 고민을 얘기하더구나. 그래서 방법을 찾아보다 친구들을 초대하기로 하고, 초대장을 우리 아이와 함께 만들었단다. 그 때 우리 반 친구들 중에 우리 아이처럼 학교 다니는 걸 힘겨워 하는 친구가 지금 있는 건 아닐까? 난 뭘 해야 하나? 이런 생각들을 했단다. 나는 교사이기 전에 친근한 너희들의 친구나, 옆집 언니, 누나가 되고 싶단다. 문제가 있으면 절대 혼자 끙끙대지 말고 언제든지 찾아오렴. 해결해 주진 못하더라도 함께 고민해주고 힘이 되어줄게. 믿어줄 수 있지?’ 하고 적혀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 진심 어린 글이 제게도 너무나 큰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지난번에 아들이 “엄마, 나 지금 중학교 담임선생님 무지 좋다∼ 수련회 때 막춤도 추고, 우리들한테 진짜 진심으로 잘 대해 줘. 나 나중에 훌륭한 사람 되면 꼭 박상인 선생님 찾을 거야”라고 했는데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호곡중학교 1학년 4반 박상인 선생님!!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경기 고양|유선숙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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