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금붕어도세끼먹는줄알았죠

입력 2008-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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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사하면서 구석에 놓여있는 어항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아내가 금붕어를 키우겠다고 얻어온 물건이었습니다. 크기가 워낙 커서 그 동안 꺼내 쓰지 못 하고 구석에 처박아두고 있었는데… 마침 거실에 여유자리도 있고, 또 취미 생활도 할 겸해서, 금붕어 15마리를 사서 넣었습니다. 어항이 얼마나 큰 지 금붕어들이 금세 흩어져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3주정도 지났을까. 잘 놀고 있던 금붕어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두 마리가 죽을 때는 그냥 적응을 못 해서 죽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다섯 마리 가까이 사라지니까 어항도 허전해 보였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고민이 됐습니다. 때 마침, 저희 아파트부녀회에서 바자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먹을거리부터 시작해서 의류, 신발, 추억의 옛날 과자 등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 쪽에는 금붕어 파는 곳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저씨께 “아저씨 저희 집에 금붕어가 자꾸 죽는데 왜 자꾸 죽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가 금붕어를 처음 키워보거든요∼” 했더니 아저씨께서 혹시 먹이를 자주 주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제가 “자주는 아니고, 하루 두 번 줬는데요. 아침때랑 저녁때랑 아침엔 점심까지 먹으라고 두둑이 줬어요. 금붕어도 세 끼 먹는 거 아니에요?” 했더니 아저씨께서 막 웃으시면서 “금붕어는 하루에 사료 한 개씩만 먹어요. 그것도 충분한데 사람들 먹는 것 생각하고 하루 세끼 분량을 줬으니 금붕어가 배가 터져 죽죠∼ 사료는 이틀에 한번 씩 조금만 주세요. 그리고 먹이는 한 사람만 주시고요. 이 사람 저 사람 주다보면 언제 누가 줬는지 모르니까 자꾸 또 주게 됩니다”라고 설명해주셨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며칠 전부터 제가 밤이면 밤마다 사료를 부어 주었습니다. 많이 먹고 빨리 자라라고 확 부어줬는데, 그게 오히려 금붕어를 죽게 만든 원인이었습니다.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저는 금붕어 열 마리를 더 사다가 어항에 집어넣고, 매일 매일 금붕어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먹이는 아내가 주기로 하고, 저는 그냥 눈으로만 감상하고 있습니다. 작은 생명도 소중한 법인데, 제 바보 같은 행동 때문에 금붕어 여러 마리를 죽이게 된 게 마음이 아픕니다. ‘금붕어 밥은 꼭 한사람만 주고, 양은 하루 한 알 정도만 준다’ 이 규칙 앞으로는 꼭 지켜야겠습니다. 경기 화성|장우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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