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어머니이젠제가지켜드릴게요

입력 2008-07-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요즘 들어 어머니께서 많이 늙어 보이시고 기운도 없어 보이십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이 아픕니다. 어머니의 인생이 불쌍하고, 제가 어릴 때 어머니께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아서 빨리 늙으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어머니께 정말 많은 상처를 드렸습니다. 어머니 돈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가 돈이 떨어져야 집에 들어오는 아이 그런 아이가 저였습니다. 그렇게 살면 나중에 후회한다고, 눈물로 호소하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집을 나가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그 때마다 어머니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지 당시엔 제 안중에 없었습니다. 그 때는 저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어느 날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집에 안 계셨습니다. 어른들은 어머니가 왜 안 계신지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엄마를 또 때리셨나보다. 그래도 며칠 외갓집에 갔다가 금방 오시겠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한참이 지나도 오시지 않았습니다. 두 분이 헤어지신건지 아닌지 무서워서 아버지께는 여쭤볼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집을 나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보냈던 저의 사춘기였습니다. 그 시절은 정말 암흑 같기만 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도 아무도 저한테 신경을 써주지 않았고, 살기에 바쁜 아버지와 할머니는 저에게는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도 가슴만 답답했고, 그래서 자꾸만 친구네 집을 전전하게 됐습니다. 그 때부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느새 원망으로 변해버렸고, 저한테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린 어머니가 밉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학교 대표로 서울에 경기를 하러 갔을 때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저는 그 날, 4년 만에 만난 어머니 품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아버지의 술주정과 노름을 피해서 서울로 가셨지만, 끝까지 저 때문에 이혼은 못하시고 어머니는 혼자 사셨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어머니가 여전히 혼자 살고 계시고, 저 때문에 아버지가 헤어지지 않았다고 알려주기만 했어도 사춘기 내내 어머니를 그렇게 원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어머니를 다시 만났지만, 저는 이미 오랫동안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아무렇게나 사는데 익숙해진 아이였습니다. 결국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맞았고, 집을 나가 친구네 집을 전전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시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될 대로 되라며 살던 어느 날! 그날도 돈이 떨어져서 몰래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 순간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는 그 늦은 밤에도, 눈물을 흘리면서 초를 켜놓고 저를 위해 기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 때문에 눈물로 기도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저는 그날, 이를 악 물었습니다. 다시는 어머니 가슴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말아야겠다. 그 날 이후, 군대에 갔고 제대해서는 결혼도 했습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됐습니다. 어머니! 제가 이렇게 두 아이의 아빠로 남들처럼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다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좀 편히 사실만도 한데, 20년 만에 합친 아버지께서, 얼마 전 식도암으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아버지 옆에는 지금 어머니 밖에는 안 계십니다. 노년에도 이렇게 힘들게 사시는걸 보면서, 이 아들은 요즘 어머니 걱정뿐입니다. 어머니! 제가 앞으로 더 잘하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노년은 제가 꼭 지켜드릴 겁니다. 제발 힘내시고, 이 무더운 여름, 건강 꼭 지켜주세요! 경기 고양|임훈계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