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주인공도 머저리…‘사랑의 이해’ 욕만 부르는 인간군상 [DA:스퀘어]

입력 2023-02-02 12: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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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제목은 사랑의 이해인데 사람의 이해라고 써야 할 것 같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속 터지고 욕 나오는 캐릭터들 향연이다.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가 그렇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극이다. 로그라인은 이렇다. 하지만 13회까지 방영된 현재 각 캐릭터는 사랑도 이해도 없다. 제 감정에 휩싸여 급발진만 벌이다 파국을 맞는다. 아무리 원작을 중심의 이야기로 서사를 정리했다지만, 현재까지 전개된 내용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다.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도 부족하다.

먼저 하상수(유연석 분)는 배려심만 가득한 우유부단한 남자다. 누구를 위해 배려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그 배려가 불러올 파장도 생각하지 않는다. 여지도 많이 남긴다. 타인을 생각하지만, 정작 그 타인이 어떻게 반응할지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배려를 위한 배려만 행하는 ‘모태 솔로’ 표본 같은 남자다. 이런 남자가 그 위험하다는 박미경(금새록 분)과 사내 연애 중이다. 이래 놓고 전부터 마음에 두던 안수영(문가영 분)을 향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박미경과 교제 중이면서 꾸준히 안수영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결국 이들은 금지된 사랑에 빠지다 안수영의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로 다시 오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하상수를 ‘들었다, 놨다’ 중인 안수영은 정종현(정가람 분) 대사처럼 ‘나쁜 X’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만 타인을 본다. 타인에 대한 연민도 사랑도 교감은 없다. 교감을 모르는 것 같다. 모든 걸 혼자하는 게 익숙한 사람. 배운 거라고는 은행 업무가 전부인 사람. 자신을 보호하려는 이들에 대한 배려조차 없는 사람이 바로 안수영이다. 이런 안수영이 자신에게 감정을 내보이는 하상수와 정종현을 뒤흔들어 놓는다. 제 감정에만 충실한 채. 절대적으로 교감의 영역이 사랑이라는 그 무언가는 없이 제 혼자만의 로맨스를 펼친다. 코미디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고 싶은 슬픈 착각. 보는 사람이 낯뜨겁다. 여주인공이니 다행이지 실존한다면 같이 있어 불편해서 피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부잣집 외동딸’ 박미경은 지식만 있고 지혜는 없는 멍청하고 착한 마녀다. 똑똑하고 돈도 많지만, 그 쓰임에 있어 무례하다. 쓰는 말과 행동은 착한데 받는 사람을 난처하게 하는 악마 같은 존재다. 제 존재가 불편한 줄 모르고 날뛴다. 몰라서 그럴 거야 하는 것은 착각이다. 알면서도 착한 척만 할 뿐, 실상은 제 감정에만 충실한 안하무인이다. 서툰 표현의 감정이라기에는 무모하고 무례하고, 예쁜 마음이라기에는 영악하다. 캐릭터 설정도 엉망이다. 대형 건설사 대표 딸이 은행 본사에서 시장 인근 지점으로 발령됐는데, 모친 등 거액의 자산 관리를 해당 지점에서 맡는다. 권역금융센터도 아닌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운영되는 지점에서 말이다. 원작을 배경으로 썼다지만, 은행업을 알고 설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앞서 세 캐릭터가 하자 많은 인간군상이라면, 정종현은 ‘환장’ 그 자체다. 그 어느 것 하나 매력적이지 않다. 순수하지도 않다. 설정은 더욱 문제다. 은행 청경(청원 경찰)으로 경찰공무원 수험생이다. 주경야독해야 한다. 스터디 장면이 나오지만, 그가 낙방하는 이유가 보인다. 스터디 구성원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안수영 집에 동거하고 있음에도 제 감정을 숨긴다. 자신에게 베푸는 안수영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정작 추문에 휩싸인 안수영을 향한 거친 말과 사랑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제 자신도 안수영에게 호감만 있었을 뿐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데도.

‘사랑의 이해’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놓고 이해하거나 손익을 따지는 현실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에 대한 손익부터 따져보고 이해할지 말지부터 고민해야 할 작품이다. 또 은행원들의 진짜 삶을 알고나 이야기 하는 건지 작품 설정부터 어설프고, 이에 더해 캐릭터는 ‘저 세상’에 가깝다. 현실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고, 존재하더라도 피하고 싶은 인물 투성이다. 원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리지만, 원작도 드라마도 현실감이 없다.



대체 ‘사랑의 이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모든 작품이 메시지를 담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거창하게 이해(利害), 이해(理解)를 열거해놓고 사랑이라는 단어에 우리가 보여주는 자세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사랑의 이해’는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다. 그나마 볼거리라면 배우들 열연 정도. 유연석과 문가영의 속터지는 캐릭터 열전은 시청자들 입에 육두문자가 자동발사되는 진귀한 현상을 자아낸다. 두 배우 열연이 그나마 ‘사랑의 이해’가 남긴 유일함이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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