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설경구의 드라마 출연은 무려 30년 만이다. 1994년 방송한 MBC ‘큰 언니’ 이후 줄곧 스크린 활동에 집중하다 뒤늦게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김희애” 때문이었다.
“2022년 가을 김희애 씨와 영화 ‘보통의 가족’을 촬영했어요. 막바지에 김희애 씨가 ‘다음엔 뭐해요?’라고 물어봐서 논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돌풍’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매니저도 재미있다며 추천하기에 제작사 통해 정식으로 대본을 받아봤어요. 5부까지 봤는데 이야기가 쭉쭉 나가더라고요. 그 힘에 매료돼 ‘해보자’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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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환경이 빡빡할 것이란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겁도 먹었고,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막상 찍어보니 후회는 안 들던데요? 긴 호흡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어요.”
극중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권력 싸움을 벌이는 김희애를 보면서는 “한결같음”에 대한 각오도 다시 다졌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연기한 박동호 캐릭터가 노무현, 김대중 등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설경구는 “나에게는 박동호가 그 누구도 연상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만약 특정 인물이 생각났다면 반전이 그려진 결말 부분을 도저히 못 찍었을 거예요. 박동호 캐릭터를 그 자체로 받아들였기에 더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전 이 드라마가 정치보다 조직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해요. 박동호는 때로는 선도 넘으면서 겁 없이 위를 들이박는 판타지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대리만족하는 시청자가 분명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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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전도연, 박해수 등이 주연한 연극 ‘벚꽃동산’을 보고선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런 걸 보면 머릿속으로 연극을 해볼까 하는 고민이 들지만, 아직 용기는 안 나요. 최근에 대극장 연극 출연을 제안 받았는데 자신 있게 결정하지 못해 고사했어요. 언젠간 ‘연극이요? 엇, 잠깐만요’ 하는 지금의 망설임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