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설경구 “실존인물 연상된다고? 난 자유로웠는데” [인터뷰]

입력 2024-07-03 18: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이 방송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중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정치 소재인데다 대통령 시해라는 극적 사건을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 사이에서 각양각색의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시해를 결심하는 국무총리 역의 배우 설경구(57)와 그를 막아서는 경제부총리 역 김희애(57)는 “정치 소재는 하나의 재료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드라마에서 신념과 욕망을 위해 치열하게 대립하는 이들은 “드라마를 보고 정치가 아닌 ‘사람’에 대한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설경구의 드라마 출연은 무려 30년 만이다. 1994년 방송한 MBC ‘큰 언니’ 이후 줄곧 스크린 활동에 집중하다 뒤늦게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유는 “김희애” 때문이었다.

“2022년 가을 김희애 씨와 영화 ‘보통의 가족’을 촬영했어요. 막바지에 김희애 씨가 ‘다음엔 뭐해요?’라고 물어봐서 논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돌풍’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매니저도 재미있다며 추천하기에 제작사 통해 정식으로 대본을 받아봤어요. 5부까지 봤는데 이야기가 쭉쭉 나가더라고요. 그 힘에 매료돼 ‘해보자’ 싶었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오랜만의 드라마 출연에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는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면 이왕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드라마 환경이 빡빡할 것이란 막연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겁도 먹었고,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막상 찍어보니 후회는 안 들던데요? 긴 호흡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었어요.”
극중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하게 권력 싸움을 벌이는 김희애를 보면서는 “한결같음”에 대한 각오도 다시 다졌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가 연기한 박동호 캐릭터가 노무현, 김대중 등 전 대통령을 연상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설경구는 “나에게는 박동호가 그 누구도 연상하게 만들지 않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만약 특정 인물이 생각났다면 반전이 그려진 결말 부분을 도저히 못 찍었을 거예요. 박동호 캐릭터를 그 자체로 받아들였기에 더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전 이 드라마가 정치보다 조직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해요. 박동호는 때로는 선도 넘으면서 겁 없이 위를 들이박는 판타지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여기에 대리만족하는 시청자가 분명 있을 거라 확신했어요.”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드라마에 도전하며 자신만의 ‘벽’을 깬 그는 “아직도 계속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에 전도연, 박해수 등이 주연한 연극 ‘벚꽃동산’을 보고선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런 걸 보면 머릿속으로 연극을 해볼까 하는 고민이 들지만, 아직 용기는 안 나요. 최근에 대극장 연극 출연을 제안 받았는데 자신 있게 결정하지 못해 고사했어요. 언젠간 ‘연극이요? 엇, 잠깐만요’ 하는 지금의 망설임이 사라지는 날이 오겠죠?”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