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모국어처럼’ - 로제타스톤 2부 - 1개월 학습 체험

입력 2011-05-24 11:48:5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0대 후반 학부모의 1개월 체험
7세 유치원 어린이의 1개월 체험
2주 후에 보자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리뷰를 시작하기 전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한다. 오히려 그 덕(?)에 한달 동안 학습하게 되어 로제타스톤의 구석구석을 살펴 볼 수 있었다.

이전 리뷰에서 살펴본 대로, 로제타스톤은 단순한 단어 암기 방식을 탈피한 ‘스토리텔링’형 영어 회화 학습 교재다. 전세계 31개국 언어로 제공되어 약 500만 사용자가 학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명성에 맞게 짤막하게 경험해 본 바로도 장시간 주기적으로 학습한다면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본 리뷰어(이하 학습자)가 판단하기에, 그 주된 이유는 다른 교재와 달리 딱딱하거나 지루한 학습 진행이 아니기 때문인 듯하다. 요즘 인기 있는 어학 학습법인 ‘반복 학습’도 효과가 아무리 좋다 한들 머지 않아 학습을 포기할 만큼 무미건조하다면 남녀노소 일관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리뷰 이후 약 한 달에 걸쳐 ‘로제타스톤 버전 3’를 체험 학습했다. 제품 리뷰가 아닌 어학 학습이 우선 목적이었고, 그에 따라 평일 30분, 주말 1시간씩 짬을 내어 최대한 충실하게 학습했다(물론 3일 정도 빼먹은 적도 있는데, 주말에 보충하는 형태로 진행했다). 바쁜 일상 때문에 평일에는 주로 자정을 넘긴 새벽 시간을 할애해야 했으며, 딸아이의 경우는 오전 유치원 등원 전 30분을 이용했다. 노트북에 단계 1~ 5까지 모두 설치하고 본 리뷰어는 단계 4부터, 딸아이는 단계 1부터 시작했다.

이 기준은 전 단계를 간략하게 훑어 본 후 주관적으로 결정한 것이니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다. 근본적인 학습 목적은 본 학습자는 ‘회화 능력 배양’, 딸아이는 ‘영어에 대한 친숙함 부여’이다. 개인적으로, 7살이 어학 학습 욕구가 대단히 왕성한 나이이며, 한국어 문법에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외국어를 받아 들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학습이 아닌 놀이로서 말이다. 그러려면 역시 아빠와 함께 해야 한다. 학습을 강요하거나 뜻을 주입시키려 하지 않고 그냥 딸아이와 함께 놀면서 학습했다.



다양한 학습 패턴이 초지일관 유지

로제타스톤의 학습 패턴은 헤드셋을 쓰고 화면에서 말하는 영단어 또는 영문장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방식이다. 흡사 수능 영어 듣기평가와 같은 형태다. 어찌 보면 IQ 테스트나 퍼즐 같기도 하다. 또한 장시간 학습 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패턴의 학습 화면이 제시된다. 단계가 진행될수록 듣기와 말하기, 쓰기, 기본 문법 등을 학습할 수 있는 화면이 학습을 리드한다. 처음 학습할 때의 비장한 각오와 의지가 점차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듯했다. 딸아이도 화면과 예제, 방식 등이 바뀔 때마다 급격한 호기심을 보이며 한 단계 한 단계 학습을 이어갔다.



1) 듣기 학습
우선 단어를 단수와 복수로 구분해 읽어 준다. 그리고 이를 활용한 간단한 1형식 문장(주어+동사)을 들려 준다. 처음에는 문장을 보여주지만 이후부터는 문장 없이 원어민 발음만 듣고 사진을 선택해야 한다. 횟수가 거듭되자 딸아이는 신기하게도 단수와 복수 단어에 따른 동사의 차이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a man’일 때는 ‘is’를, ‘men’일 때는 ‘are’를 정확히 골라냈다. 또한 ‘man’과 ‘men’, ‘woman’과 ‘women’을 구분했고, ‘he/she’와 ‘they’에 따라 그에 맞는 사진을 찾아냈다. 물론 사진을 보면 ‘그’가(혹은 ‘그들이’) ‘뛰는지(running)’, ‘먹는지(eating)’, ‘읽는지(reading)’, ‘수영하는지(swimming)’를 이해하는 듯 했다. 그 동안 유치원에서 배우던 영단어 학습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그 동안 ‘They are running’이라는 문장을 두고, ‘they’는 ‘그들’이란 뜻이고 복수 명사이니 be동사도 ‘are’를 붙여야 하며, ‘run’의 현재진행형인 ‘running’을 써야 한다고, 다분히 문법적인 측면으로 영어를 배웠다. 그리고 ‘그들은 달리고 있다’는 뜻만 주입시켰다. 하지만 로제타스톤은 문장의 의미를 사진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어떠한 설명과 해석도 없다. 사진에서 보여주는 내용과 문장을 연상법으로 매칭하며 자연스럽게 영문법을 학습하는 것이다.


학습이 진행될수록 아이는 학습 방식에 완전히 적응하는 듯했다. 문장을 못 들었거나 헛갈리면 다시 듣기 버튼을 눌러 확실히 들은 후 정답 사진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였다. 학습이 좀더 진행되니 2형식(주어+동사+보어) 문장(예, She is my sister)과 3형식(주어+동사+목적어) 문장(예, The man is driving a car)까지 이해하며 정답을 선택했다. 신기하게도.



2) 말하기/읽기 학습
처음에는 아무래도 원어민의 발음을 따라 하기가 다소 버거웠다. 물론 틀리더라도 원어민 육성 그대로 따라 말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옆에서 정확한 발음으로 다시 알려줬다. 초기 레벨에서는 쉽고 간단한 단어만이 반복적으로 나오므로 아이는 금세 발음을 익히는 듯했다. 또한 단어를 음절 별로 구분해 발음해 주니 그대로 따라 하면서 액센트나 억양 등을 익힐 수도 있다.

말하기 단계에서는 헤드셋을 벗고(아이는 헤드셋에 익숙치 않은 모양이다) 아빠와 함께 원어민 육성을 따라 말하도록 했다. 말하기 단계에서는 문장 내 빈 칸에 적절한 단어와 동사를 선택하도록 하여 문법적 이해를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아이가 어려워했는데(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겠다), 서너 번 반복하니 그림을 보고 알맞은 단어와 그에 따른 동사 유형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습한 지 열흘 정도가 지나자 아이는 사진만 보고도 원래 문장을 중얼중얼 읊었다(반복 학습의 영향도 있다). 정확하지 않아도 틀려도 상관 없다. 사진을 보고 그에 맞는 문장을 기억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했다. 소녀 3명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을 보고 ‘걸 해브 바이시클’를 말하는 것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대견스럽기도 했다. ‘걸스(girls)’가 아니어도, ‘바이시클스(bicycles)’가 아니더라도 좋다.

말하기 학습에서는 아이 혼자 듣고 말하기까지 아무래도 아빠의 개입이 잦아야 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학습에서 흥미를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학습을 진행했다. 아울러 로제타스톤은 헤드셋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아이와 함께 듣고 말하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물론 본 리뷰어가 학습할 때는 헤드셋을 쓰고 원어민 발음에 맞게 말하도록 연습했다.


아울러 말하기 학습은 각 레벨의 단원 별로 총 4번이 단계별로 진행되는데, 서너 번 이상 반복 학습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말하기는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걸 또 하니 아이는 싫증을 내기도 했지만 ‘사탕발림’을 이용한 타협으로 원만하게 학습을 수행할 수 있었다.


3) 쓰기 학습
쓰기 학습은 초기 단원에서는 제시되는 단어에 맞는 그림을 선택하는 방법을 통해 단어의 스펠링을 익히도록 했다. 흥미로운 건 쓰기 학습 진행 방식이다. 단순하게 듣고 그림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일관하는 게 아니라, 유사 발음에 따른 정확한 스펠링을 구분하거나 특정 단어 또는 문장을 듣고 직접 키보드로 이를 ‘받아쓰기’하도록 한다. 글자와 단어를 배우는데 받아쓰기만한 게 없다는 사실은 학부모라면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swimming’을 듣고 ‘스위밍’이라 발음하면서 ‘s, w, i, m, m, i, n, g’이라 쓰며 수영하는 사진으로 의미를 각인시키는 형태다.


키보드 글자 배열에 익숙하지 않은 딸아이는 글자 하나하나를 찾아가면서까지 쓰기 학습에 관심을 보였다. 마우스가 아닌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해 단어를 만드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양이다. 이러한 쓰기 학습이 반복되면 컴퓨터 영문 자판 배열에도 익숙해 질 것이라 생각된다.


아울러 사진만 봐서는 정확한 단어나 문장을 알 수 없으니 잘 듣기도 들어야 한다. 특히 단문 문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소문자는 물론 띄어쓰기, 단복수 처리까지 정확히 체크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7살 아이에게 영문장까지는 시기상조일거라 단어 쓰기만 학습하는 단계를 반복 진행했다. 아마도 몇 개월 지나면 간단한 문장은 능히 스스로 받아쓰기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4) 문법 학습
문법에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할 수도 없다. 문법적 기틀을 제대로 다져놔야 중고등학교 영어 학습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수학 공식을 모르면 수학이 싫어지는 것과 동일하다). 로제타스톤에서는 복잡한 문법 설명은 없지만 핵심적인 기본 문법은 사진과 함께 제공한다. 이 역시 주입하는 게 아니라 사진을 보고 그 상황에 맞는 단어(또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방식이다. 단복수에 따른 동사와 주어의 형태, 그림에 맞는 전치사의 선택, 현재/진행/미래형 동사의 구분, 문장 내 품사의 배열 등을 학습할 수 있다.





단계 1이라해도 3단원 정도되면 중학교 초급 수준의 영문법에 해당될 정도라 7살 아이가 학습하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대신 초등, 중학생, 혹은 영문법 기초가 약한 고등학생이 학습하기에 적합하리라 판단된다. 특히 영어는 동사와 전치사(이를 구동사-phrasal verbs라 함)의 조합이 대단히 중요한데, 로제타스톤은 그림을 참고할 수 있으므로 전치사의 용도(on, in, under, before/after 등)와 문장 내 위치 등을 시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 물론 아이에게는 전치사고 뭐고 아예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책상 위에 사과가 있는’ 사진을 보고 ‘apple on the desk’를 선택할 수 있으면 그만이다.


본 학습자가 진행한 4단계 이상은 문법 학습 수준이 확실히 높다. 4, 5형식 문장이 주를 이루며 다양한 상황에 따른 그림이 제시된다. 학습이 진행될수록 문법은 물론 자주 사용하는 관용어구도 등장하여 회화 패턴을 익힐 수 있도록 한 점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로제타스톤, 한달 학습 총평

물론 한달 학습했다고 본 학습자나 딸아이에게 대단한 어학적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한달 공부해서 효과가 즉시 나타나는 어학 교재는 있을 수가 없다(토익/토플 등의 수험 교재 제외). 로제타스톤은 1단계부터 5단계에 걸쳐 완전 기초부터 시작해 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준까지만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됐다. (본 학습자처럼) 영어 학습에 어느 정도 익숙한 수준, 즉 중급 수준의 영어 실력이라면 로제타스톤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순 없으리라 사료된다. 왜냐 하면, 로제타스톤은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등을 종합적으로 학습하는 교재이지, 회화 전문 또는 고급 영어 학습 교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학에 관심이 많은 본 학습자가 볼 때, 로제타스톤은 영어에 도통 자신감이 없는 중고등학생이나 특히 초등학생에게는 대단히 주효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문법이 완전히 몸에 배기 전인 3학년 이전 저학년들이 주로 해당되리라 본다. 성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 울렁증’이 심한 직장인들도 1단계부터 진득하게 학습한다면 분명 십 수년간 자신을 옭아 매던 고질적 영어 울렁증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로제타스톤은 ‘영어를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도록 한다’기 보다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숙해진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겠다.

한달 간의 특훈 덕인지 딸아이는 아빠만 보면 ‘로제타’를 말하곤 한다. 나름 재미있나 보다. 아니 어쩌면 영어 공부보다 ‘아빠와 함께 논다’는 걸 더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얼마나 아이의 영어 실력이 늘었을지는 모르겠지만(사실 아직까지는 기대도 안하고 관심도 없다), 적어도 한달 간의 영어 학습을 지루해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학 공부는 즐기면서, 놀면서 해야 한다’는 평소의 생각을 로제타스톤을 사용하면서 다시 한번 각인했다.

붙이는 글
어학 교재에 대한 학습 효과는 학습 의지와 환경, 학습자의 성향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본 학습자도 이 리뷰를 통해 로제타스톤의 학습효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기존 어학 교재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과 학습 방식을 강조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도 긍정적인 평가를 부여했다고 본다.

하지만 로제타스톤의 가격은 역시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위와 같은 장점이 있다 한들 학습용 CD 6장+ 오디오 CD 20장(학습에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님)에 9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 해 동안 어학 공부를 위해 적어도 40여 만원 이상을 지불한 적 있다면 큰맘 먹고 도전해
볼까, 책 한 권 산 적 없다면, 그리고 어학 공부가 그다지 절실하지 않다면 라면 냄비 받침으로 사용될 게 분명하다(그럴 땐 초등학생 조카에게 선물하면 그만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