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은 합법, 공유는 불법 - 리핑(ripping)

입력 2011-10-04 16: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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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핑은 CD나 DVD에 담겨 있는 디지털 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 등을 PC 하드디스크로 복사하는 작업을 뜻한다. 하지만 단순히 파일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PC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맷으로 변환하게 된다. 또 보통 CD와 DVD의 원본 파일은 품질이 높은 대신 용량도 크기 마련인데, 리핑을 통해 저용량 포맷으로 바꿀 수 있다.

리핑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CD 및 DVD와 특정 하드웨어(CD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를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PC만 있으면 간단히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악을 리핑해서 노트북에 넣어 놓았다면 여행을 갈 때 CD와 CD 플레이어를 굳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 또한 스마트폰이나 PDP 등의 휴대기기에서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할 때도 유용하다.

백업의 용도로 리핑을 사용할 때도 있다. 리핑을 통해 복사본을 만들어 놓으면 CD나 DVD를 망가트리거나 분실하더라도 걱정이 없다. 또 원본 파일을 편집할 때도 리핑이 유용하게 사용된다.

리핑을 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리핑소프트웨어(ripping software) 또는 리핑툴(ripping tool)이라고 부른다. 시중에는 무료 리핑소프트웨어가 다수 나와 있으며, 사용법이 쉬워 누구나 간단하게 리핑을 할 수 있다. 윈도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설치돼 있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에도 음악 리핑 기능이 있다.


리핑은 음악과 동영상 뿐 아니라 게임 쪽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리핑한 게임을 ‘게임립(gamerip)’ 또는 ‘립버전(rip version)’이라고 부르는데, 대부분 원본 게임에 비해 용량이 매우 작다. 이는 네트워크 속도가 빠르지 않던 시절 불법복제의 온상이던 와레즈(warez)에 올릴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게임을 리핑하는 사람들은 게임 구동에 필수적인 부분만 리핑하고 원본 CD에 포함되어 있는 인트로 동영상과 오디오 파일을 삭제해 크기를 줄였다.


리핑, 불법인가?

많은 사람들이 리핑의 불법 유무를 궁금하게 여긴다.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복제물 대부분(MP3, DVDrip)이 리핑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리핑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리핑한 파일을 배포하면 저작권법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된다.

현행 저작권법 제30조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한다.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가수의 CD를 리핑해서 자신의 스마트폰, MP3플레이어, 개인용 PC에서 듣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화 DVD를 리핑해서 노트북에 넣은 후 친구와 함께 보는 것도 합법이다. 하지만 대가를 받고 파일을 공유하거나 P2P사이트 등지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현재 불법복제물을 공유해 사이버머니 등의 이득을 취하는 ‘헤비업로더’가 세 번 적발되면 최장 6개월까지 해당 서비스 계정이 중지된다.


그렇다면 불법복제물을 내려받은 사람도 처벌을 받을까? 이전에는 불법복제물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적인 감상 용도로 쓰기 위해 내려받았다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처벌받을 수도 있다. 2010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의하면, 불법복제물임을 알고도 복제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해당 콘텐츠가 불법복제물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고 만일 불법복제물임을 알고 내려받았다고 해도 이를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국가별로 불법 기준 조금씩 달라

미국에서도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는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하지만 저작권자가 걸어놓은 불법복제방지 기술을 도구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강제로 해제하는 일은 불법이다. 2008년 RealNetworks사가 DVD를 리핑할 수 있는 ‘ReaDVD’라는 제품을 출시한적이 있었다. 이에 미국 DVD 복제방지협회(DCCA)는 RealDVD가 불법복제를 조장한다며 판매금지를 요청했고, 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공정 사용 원칙(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준수한 리믹스 동영상은 허용된다. 또한 뮤지컬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는 개인적으로 소장하기 위해 리핑하는 것도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에 엄한 영국은 조금 다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저작권자의 허가가 없는 일체의 리핑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됐다. 자신 소유의 CD를 리핑해 자신의 MP3플레이어로 옮기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영국인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09년 4월부터 개인적인 용도의 리핑을 허락하기 시작했다.

불법복제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인 스페인은 이와 반대다. 리핑하는 것도 합법이고, 이를 배포하는 것도 합법이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배포할 경우 실형을 받는다. 스웨덴이나 폴란드 등의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한데, 국민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복제를 하면 이에 대한 세금을 내고, 저작권자는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는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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