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뜨거운가요? 이제 오일에 담그세요!

입력 2012-09-04 1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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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센터의 골칫거리였던 냉각 비용이 오일 쿨링 솔루션(유랭식)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북미웹진 기가옴(GigaOM)은 인텔이 자사의 서버 중 일부에 1년간 유랭식을 도입해 본 결과 전력효율지수(PUE)가 매우 낮다는 점에 만족했다고 보도했다. 전력효율지수는 1.02에서 1.03 사이를 오갔는데, 이는 냉각용 전력이 구동 전력 대비 2~3%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반면 공랭식 팬을 사용한 일반적인 서버의 경우 추가 전력이 50~60%에 달하며, 수랭식 시스템을 갖춘 구글이나 페이스북도 10~20%의 전력을 더 필요로 한다. 공기와 물보다 오일이 컴퓨터의 열을 식히는데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인텔은 쿨링 솔루션 전문회사 GRC(Green Revolution Cooing)의 유랭식 기술을 도입했다. 석유 정제과정에서 생성되는 미네랄 오일에 서버를 통째로 담그는 방식이다. 냉각 성능이 뛰어나고 비용도 적게 들며 부작용도 거의 없다고 알려졌다. 인텔의 전력 및 발열 담당자 마이크 패터슨(Mike Patterson)은 “1년간 부작용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라며, “유랭식이 데이터 센터 쿨링 솔루션의 표준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열기를 식히는 3가지 방식… 공기, 물, 오일

컴퓨터를 사용하다 보면 CPU, 메모리, 메인보드, 하드디스크, 그래픽카드 등 다양한 부품에서 열기가 발생한다. 이를 제대로 식혀주지 않으면 부품이 타거나 녹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모든 컴퓨터에는 열기를 식히는 쿨링 시스템이 탑재된다. 쿨링 시스템은 방식에 따라 크게 공랭식, 수랭식, 유랭식으로 나뉜다.

공기로 열을 식히는 공랭식은 1차적으로 열전도율이 높은 히트싱크(방열판)를 덧대 열을 가져오고, 여기에 쿨링 팬으로 바람을 일으켜 온도를 낮춘다. 가격이 저렴한 대신 (쿨링 팬이 돌기 때문에) 소음이 심하다. 또 주기적으로 히트싱크와 쿨링 팬에 낀 먼지를 제거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물로 열을 식히는 수랭식은 튜브를 통해 냉각수를 순환시켜 방열판의 열을 외부로 내보낸다. 물의 비열이 공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냉각 효과가 좋고, 소음도 대폭 줄어든다. 대신 유지보수가 어렵고 누수가 발생했을 때 부품이 손상될 수 있다. 구축 비용도 매우 높다.


오일로 열을 식히는 유랭식은 컴퓨터 본체를 기름으로 채운 수조에 완전히 담가서 냉각한다. 전기 전도성이 없는 오일은 누전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다. 수분 함량이 적은 미네랄 오일을 많이 사용하지만 드물게 식용유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부품과 공기가 완전히 차단되어 먼지가 유입되지 않고 소음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유지보수가 매우 힘들다. 부품 교체 시 기존 부품에 들러붙은 오일을 제거하려면 물로 깨끗이 세척해 말려야 한다. 고장이 났을 때도 품질보증을 받을 수 없다.


이 중 어느 냉각 방식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냉각 성능, 유지보수, 경제성 등에서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랭식, 과연 데이터 센터의 대세 될까

하지만 기업용 서버를 다루는 데이터 센터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무엇보다도 경제성이 중요하며, 이 점에서는 현재 유랭식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전력 효율도 뛰어나고, 10년 단위로 오일을 갈아주면 되니 기타 유지비도 적게 든다. 다수의 체험 사례가 쌓여서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기존 방식 대신 유랭식으로 바꿀 이유는 충분하다.

물론 유지보수가 어렵다는 문제점은 남는다. 기름에 흠뻑 젖은 서버를 교체하기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인텔에서 이 서버를 관리했던 기술자들은 매일 여벌의 옷을 갈아입었다고 전해진다. 데이터 센터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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