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상상을 현실로” 세계 최초 3D 프린팅 펜 ‘3두들러’란?

입력 2013-11-21 10: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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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플라스틱이나 금속을 잉크처럼 사용해 3차원 물체를 만드는 기계를 '3D 프린터'라고 한다. 일반 프린터가 평평한 종이에 글이나 그림을 인쇄한다면, 3D 프린터는 그릇, 신발, 장난감처럼 입체적인 물건을 만들어낸다. 도면과 재료만 있으면 다양한 물건을 마음껏 제작할 수 있기에 3D 프린팅 기술은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도 불린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3D 프린팅 기술을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앞으로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뒤바꿔 놓을 기술이지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가장 큰 장벽은 가격이다. 가정용 3D 프린터의 가격은 약 2,000달러(한화 211만 원)이며, 산업용 3D 프린터의 가격은 10만 달러(1억 552만 원) 이상이다. 몇 백 달러 가량의 3D 프린터도 있지만 이는 작은 물체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3D 프린터 가격은 점점 내려가는 추세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부담스럽다. 또한, 도면 설계의 어려움도 있다. 3D 프린터를 작동하려면 프린트할 제품의 도면이 필요한데, 도면 설계는 비전문가가 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손쉽게 3D 프린팅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은 어디 없을까. 물론 있다. 바로 '3두들러(3Doodler, 3D + Doodler(낙서하는 사람)의 합성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3두들러는 액체 플라스틱 등의 물질을 담은 펜 모양 기기로, 허공에 그리면 입체 모형을 만들 수 있는 3D 프린팅 펜이다. 펜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펜촉에서 가열된 액체 플라스틱이 흘러나오면서 굳기 때문에 모형을 만들 수 있다. 3두들러의 가격은 약 99달러다(한화 11만 원). 가격이 저렴하고 일반인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물론 '플라스틱을 녹여내는 펜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3두들러의 가치와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3두들러를 개발한 워블웍스(Wobbleworks)의 맥스웰 보그(Maxwell Bogue)를 만나봤다.


맥스웰 보그와 공동 개발자인 피터 딜워스(Peter Dilworth)가 3두들러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유별나다. 3D 프린터를 사용하던 어느 날, 3D 프린터가 오작동을 일으켜 물체가 두 덩어리로 분리되어 출력됐다. 원래 3D 프린터로 출력을 하면 물체가 한 덩어리로 온전히 나와야 하는데, 기계가 잘못 작동해 물체가 두 덩어리로 분리되어 나온 것.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두 덩어리를 풀처럼 이어 붙일 수 있는 물건이 어디 없을까? 라고요. 그래서 만들게 된 제품이 3두들러입니다"

물론,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다양한 난관에 부딪혔다. 거대한 3D 프린터를 초소형 펜으로 구현하는 것, 액체 플라스틱이 균등하게 펜 끝으로 흘러나오도록 하는 것, 흘러나온 플라스틱이 바로 굳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두 어려웠다.

"흘러나온 플라스틱이 즉시 굳도록 냉각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3두들러의 펜촉에서 나오는 플라스틱이 바로 굳으려면 시원한 공기가 나와야 하는데요, 플라스틱이 나오는 펜촉이 뜨거워서 팬에서 나오는 공기도 뜨거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몇 달 가량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과 같은 3두들러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3두들러는 액체 플라스틱이 바로 굳도록 하기 때문에 원하는 모형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으며, 초보자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혹시 3두들러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하는 요령이 있을까.

"3두들러에는 액체 플라스틱이 나오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있습니다. Fast 버튼을 누르면 액체 플라스틱이 빨리, Slow 버튼을 누르면 느리게 나옵니다. 초보자라면 액체가 나오는 속도를 천천히 하는 것이 수월하지요. 나중에 숙달되면 속도 조절을 통해 원하는 모양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Slow 버튼을 중간 중간 이용해서 긴장감을 주고 물체를 그리는 것이 좋습니다. 물 흐르듯이 그냥 그림을 그리면 플라스틱이 흘러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플라스틱 종류를 다양하게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만들 때는 ABS 플라스틱을, 빈 칸을 채울 때는 PLA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좀 더 편리했어요"

좀 더 복잡하거나 정교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설계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3두들러 홈페이지(http://www.the3doodler.com)를 방문하면 다양한 설계도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설계도면에 대고 3두들러로 원하는 모형을 그리세요. 다음으로 이 모형들을 일으켜 세우고, 3두들러로 봉합을 하면 됩니다. 손재주가 부족하거나 건축 설계를 섬세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설계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3두들러의 가격은 약 11만 원으로 저렴하다. 재료 가격은 어떨까. 플라스틱을 녹여서 사용하기 때문에 재료비를 염려할 수도 있겠지만,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PLA 플라스틱과 ABS 플라스틱의 가격은 1봉투 당 1만 1,000원입니다. 1봉투에 플라스틱 막대기 25개가 동봉되어 있으며, 플라스틱 막대기 길이는 10인치입니다. 10인치 플라스틱 막대기 1개면 100인치(254cm) 길이만큼 낙서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3두들러는 해외 배송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3두들러는 홍콩에서, 플라스틱은 영국과 미국 등에서 배송된다. 한국 총판을 담당하는 업체는 아직 없지만 적합한 업체를 찾는 중이다.


그렇다면 3두들러는 과연 어떤 분야에서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놀랍게도 3두들러는 현재 개발자조차 예측하지 못한 방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건축가나 예술가들은 물론이요, 안무가는 춤을 출 때의 자세를 3두들러로 스케치했고, 디자이너는 3두들러로 보석 디자인을 구상했다.

"3두들러는 시각장애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종이에 연필로 쓴 글씨나 그림은 알아볼 수 없지만, 3두들러로 쓴 글씨나 그림은 직접 만져보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있는 학교에서 3두들러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3두들러가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3두들러가 좋은 일에 두루 사용되길 바랍니다"

물론, 3두들러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고자 워블웍스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5년에는 어린이용 3두들러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3두들러에 보호 팁이 있지만 중학생 미만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에는 좀 뜨거울 수도 있습니다. 어린아이들도 3두들러로 상상하는 것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3두들러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현재 3두들러는 3D 프린터에서 사용하는 재료 대부분을 지원한다. PLA, ABS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나일론, 고무, 점성이 있는 나무 재질 등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범위를 더욱 넓힐 것이다.

"재료 다양화를 통해 3두들러를 의학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있습니다. 2015년 어린이용 3두들러를 출시하고, 2016년, 2017년에도 계속해서 색다른 3두들러를 선보일 것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지만, 기대해 주세요(웃음)"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3두들러. 그 한계와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3두들러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와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3두들러로 표현해보길 바랍니다”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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