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기도 화성시의 정인환 어르신(91세)은 집 안에서 넘어져 팔과 다리가 골절됐다. 정씨는 “아리아, 살려줘”라고 ‘누구’ 스피커에 도움을 청했고, 119 구조를 통해 늦지 않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백이 생긴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소방청은 AI 스피커 ‘누구’ 기반의 ‘긴급 SOS’를 통해 100여 명의 어르신을 구조했다고 15일 밝혔다. 긴급 SOS는 AI 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케어매니저나 ADT캡스에 자동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다.
2019년부터 총 1978회 호출
SK텔레콤과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AI 돌봄 서비스가 시작된 201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긴급 SOS 호출은 1978회에 달했다. 이 중 119 긴급구조로 이어진 경우가 100회였다. 119로 이송된 어르신 중 탈진·심근경색·대장 천공 등 ‘생명 위급상황’ 사례는 5%였고, 기저질환으로 인한 건강 문제나 갑작스러운 복통 등으로 도움을 요청한 ‘질병 위급상황’이 81%로 가장 많았다.
우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방문한 경우(3%)나 낙상 등 생활 속 위급 상황에 처한 어르신을 구한 경우(11%)도 있었다. 또 어르신들이 타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야간이나 새벽, 이른 아침 시간대에 접수되는 경우가 65%로, 낮 시간보다 2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SK텔레콤의 AI 돌봄 서비스는 긴급 SOS 외에 기억훈련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통해 치매 예방에 기여하고, 복약 시간을 안내하는 등 독거 어르신들의 일상 속 친구이자 보호자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앞으로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서비스로도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대호 행복커넥트 상임이사, 정영철 ADT캡스 운영본부장, 배덕곤 소방청 119구조구급국장, 이준호 SK텔레콤 ESG사업담당(왼쪽부터).
‘맞춤형 응급처치 제공’…서비스 고도화 추진
SK텔레콤은 긴급 SOS가 독거 어르신들의 안전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소방청과 119 안심콜 연동을 통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14일 이와 관련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119안심콜은 소방청이 독거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기저질환 및 복용약물, 보호자 연락처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맞춤형 응급처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다.이번 협약에 따라 SK텔레콤과 ADT캡스, 행복커넥트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119 안심콜 서비스의 안내와 등록을 지원한다. 소방청은 긴급 SOS 운영 내용과 방식을 각 시·도 소방본부에 안내해 유기적인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덕곤 소방청 119구조구급국장은 “민관이 협업한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통해 119 긴급 구조 체계를 강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준호 SK텔레콤 ESG사업담당은 “AI 돌봄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해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다른 통신 기업들도 AI 등 ICT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에 나선다. KT는 AI 스피커를 활용한 돌봄 서비스를 최근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시작했다. 이를 위해 고독사 위기가구 100세대에 우선적으로 AI 스피커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설치했다. AI 스피커와 KT텔레캅, 119 안전신고센터의 연동 체계도 갖췄다.
LG유플러스는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ICT를 활용한 비대면 사회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